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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얼어죽은 장애인, 누구 책임인가!
사회적 소외와 차별에 떠밀려 얼어죽고, 투신하고, 농약먹는 장애인들
 
이훈희   기사입력  2005/12/21 [17:48]
유난히 춥던 지난 19일 장애인이 방 안에서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근무력증을 앓던 그는 조모(41, 함안군 함안면)씨. 조모 씨가 앓는 근무력증은 근육의 신경장애로 근육이 쇠약해지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는 서서히 근육이 쇠약해져서 결국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져 사망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호흡 곤란이 찾아오는 등 근무력증의 증상과 경과는 다양하다. 그런데 조모 씨의 사인은 '동사'였다.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자.

노컷뉴스 2005-12-20 혼자 사는 40대 지체장애인 냉방에서 동사(凍死)

지체장애를 앓으며 혼자 살던 40대 장애인이 추운 날씨에 얼어 죽는 사건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일 오전 9시쯤 지체 5급 장애인 조모(41, 함안군 함안면)씨가 혼자 지내던 방안에서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함안군 자활후견기관 소속 도우미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조씨를 발견한 도우미는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9시쯤 방문을 열어보니 한평 남짓한 방 바닥에 물이 고인채 냉방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선천적인 무근력증을 앓아오다 9년전부터 이곳에서 혼자 거주해왔으며, 월~금요일까지 매일 방문하는 자활후견 도우미가 배달해 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도우미가 방문하지 않는 상황에서 18일 저녁 오래된 보일러가 터져 물이 방으로 흘러 들어와 동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조씨는 주말에는 도시락도 배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웠고, 노후된 보일러를 고쳐줄 사람이 없어 평소 애를 태웠던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얼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조모 씨

추정하건대, 조모 씨는 긴급한 상황을 피하려고 해도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고 결국 자신이 얼어 죽는다는 걸 인지하지 않았을까? 굉장히 끔찍한 일이다.
 
조모 씨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 되뇌었을,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생각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주말에 자원봉사자만 왔다면 …’ 그렇다. 주말에 자원 봉사자만 왔다면 그는 얼어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조모 씨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기관은 도대체 뭘 했을까? 함안군청 홈페이지에 가보았다. 사회 복지과 코너에는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부분이 없었다.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사람은 6,682명. 이 수라면, 주말에 자원 봉사자를 보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군청은 왜 주 5일만 자원봉사자를 보냈을까?

함안군청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 의지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조금 멀리 보자면, 97년엔 장애인과 빈민들을 위해 쓰라면서 200억을 기부한 할머니와 함께 함안에 사는 독지가가 땅을 기부하여 장애인 자활터전을 세우고자 했으나, 군청은 군립 지역공원 개발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설치 허가 신청을 세 번이나 불허했던 씁쓸한 과거가 있다.

또한 2001년 심재철 의원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함안 군청은 장애인 의무고용 2%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함안만큼 장애인을 푸대접하는 지역은 드문 셈.

이러한 함안에서 4급 장애인에게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관심은 조모 씨가 굶어 죽지 않을 수준의 관심이었고, 겨울철 보일러가 동파되어 얼어 죽을 수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조모 씨처럼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심각한 장애로 인해 피할 수 없었던 사람이 무슨 4급이냐는 것. 근무력증 장애인은 장애의 진행 과정을 예측할 수 없어 급수에 관계 없이 항시적인 관심이 필요한 중증 장애에 속한다.

장애인 생존권에 재해선포를 하라

현재 호남 지역은 매일 같이 내린 눈과 강추위로 인해 내년 농사를 준비 중인 비닐하우스 등이 내려 앉아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에 정부는 준재해 지역으로 선포하고, 재해지역에 걸맞는 피해보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려앉은 것이 비닐 하우스 뿐인가. 조모 씨의 억울한 죽음이 대신 말해주듯, 장애인들의 생존권 역시 크게 위협당하고 있다. 특히, 생활 수급 계층과 차상위 계층에 속한 장애인은 그야말로 얼어 죽어가는 실정이다.

조모 씨 사례는 언론에 보도된 빙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 재해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되는 건 언제나 변함없이 장애인, 노인, 어린이 순이다.
 
이번에 미국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희생자가 대부분 65세 이상이었고, 나이가 이보다 어린 사람들 가운데 4분의 1 이상은 병을 앓고 있거나 장애인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이어서 18일 뉴욕 타임즈는 희생자의 사인은 폭우 때문이 아닌 응급시설 및 구조의 미비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늦장 대책에 나선 정부가 죽인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장애인이 살기 좋은 걸로 착각하고 있고 …

까짓 것, 장애인인 얼어 죽고 강물에 투신하든, 꿈을 갖고 귀농했던 장애인이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 통과를 비관하여 농약을 먹고 내장을 모두 태워버리든 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그 자리를 맴돈다.

'목발만 남기고…' 신병비관 장애인 투신
노컷뉴스 2005-10-02 08:59]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장애인이 강으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후 3시쯤 진주시 칠암동 진양교에서 진주시 강남동 B씨(39)가 남강으로 뛰어들었다. 사고가 나자 119 구조대가 긴급 출동해 구조에 나섰지만 B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부씨가 뛰어내린 사고현장에는 B씨가 쓴 유서와 목발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유서에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있는 점으로 미뤄 장애를 갖고 있는 B씨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장애인에 대한 야만적 인식은 20대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사회가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인 걸로 착각하고 있기에.

헤럴드경제 2005-12-12 - BLOG세대 그들이 몰려온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 `없다(전혀 없다와 별로 없다)`가 평균은 25.5%였지만 20대는 87.9%로 높았다.

지금은 분노할 때!!!

이를 어쩌나. 어쩌나. 20대의 말마따나,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에 장애인이 얼어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얼어 죽게 방치한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 시위는 커녕 그저 가십거리 정도로 알고 지나치니. 나만 등 따뜻하면 된다는 심보가 우리 사회에 팽배하다.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하자, 장애인들 위해 그의 논문 조작도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많은 열혈 네티즌들은 다 어디 갔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는 주장, 이것이 국익인가?

지금은 분노해야 될 때다. 이 분노는 조모 씨에 뒤이은 장애인의 동사는 막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장애인 조모 씨를 얼어 죽인 함안군청을 고발하는 것도 좋다. 청와대 신문고를 적극 이용할 것을 권유한다.

함안군청 http://www.haman.go.kr/
참여마당신문고 http://www.epeopl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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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2/21 [17: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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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훈희 2005/12/21 [23:19] 수정 | 삭제
  • 오늘 mbc 뉴스데스크에서 얼어죽은 장애인 조모 씨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그저께 경남 함안에서는 지체장애 5급인 41살 조 모씨가 자신의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며칠째 이어진 혹한에 수도관이 동파되면서 방으로 물이 흘러들어 동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인터뷰: 자기딴에는 살려고 버둥거렸던가 봐요.

    다리 흔적이 있고 옷을 벗어서 물 나오는 데를 막아놨더라고요.

    ● 기자: 평일에는 간병도우미가 찾아오지만 조 씨가 숨진 날은일요일이어서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 홀로 지내는 이웃들은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자 한다면 ..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1325626_1548.html
  • 이훈희 2005/12/21 [18:52] 수정 | 삭제
  •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비록 소수라도 이 비극에 약간의 시간을 할애한다면,
    억울하게 죽은 조모 씨의 원혼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아고라 광장/청원 코너에 개설했습니다.
    주소는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do?no=9713&cateNo=244&boardNo=9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