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학교 폭력조직인 '일진회(一進會)'가 광역화되고 있으며, 단합을 위해 500~1200명이 참여하는 일일 락카페를 열고 남.녀 '일진'(서로를 부르는 칭호)이 직접 성행위를 하는 일명 '섹스머신' 행위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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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었다. ‘일진회’ 서울지역연합 학생 1200여명은 2003년 겨울방학기간 중 수천만원의 행사비를 들여 ‘일일 락카페’(일명 일락) 행사를 하면서 남녀 커플이 알몸으로 벌이는 성행위를 하는 ‘섹스머신’과 ‘노예팅’ 행사를 벌이기까지 했다.
위 기사는 가십성 기사를 주로 취급하는 주간 타블로이드 신문의 기사가 아니다. 정론지를 자처하고 있는 한 일간지의 기사이다.
일진회 보도, 갈데까지 간 ‘언론 탈선’ 지난 9일 서울 전농중학교 교사인 정세영씨는 경찰청 주최 '학교폭력예방과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서울지역 일진회들이 연합을 형성하고 있으며, 모의 성행위와 노예팅등의 탈선을 넘어 조직 폭력화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다음 날(문화일보는 9일자 석간) 각 일간지에서는 이 주장을 대서특필하였다.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고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언론으로서는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향신문을 제외한 모든 신문들의 기사에서는 일진회로 통칭되는 학교폭력이 지역화, 대형화하고 있다는 중요한 문제제기가 아닌 탈선하고 있는 현상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들 못듣게 노래방서 집단폭행(조선일보)
인터넷으로 알리고, 뭉치고... (조선일보)
몸도 마음도 멍드는 피해학생들(조선일보)
현직 교사가 밝힌 실태;1200명 연합모임... 락카페서 섹스파티(조선일보)
초등학생 가입... 중2때 선배와 동거. 원조교제(서울신문)
노예팅에 섹스놀이... 회원 40만명 전국조직화(서울신문)
일진회MT..공개성행위에 `노예팅`(문화일보)
‘일진회'탈선 갈데까지 갔다... 현직교사 학교폭력 실태 폭로(동아일보)
더 할 수 없는 조선일보 처음 예시한 기사는 조선일보가 3월10일자 사회면에 보도한 기사의 일부이다. 자칭 일등 신문 조선일보는 선정성에서 다른 일간지가 따를 없을 정도의 기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 조선일보에서는 연합뉴스 “일진회 폐해실태와 경찰의 해체 방침”이라는 기사를 받아 "기절한 여학생에게 찬물 끼얹고 또 성폭행"이라는 제목으로 전재하였다. 여기에 기사와 함께 사례들을 그림으로 게재하였다. 가히 기사들에 19세미만 금지 조항을 적용시키고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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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조선일보에 내내 걸려있는 '기절한 여학생에게 찬 물 끼얹고 또 성폭행', 도대체 음란사이트에나 있을법한 선정적 문구로 알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더 기막힌 사실은 연합뉴스 기사를 제공받은 조선닷컴에서 제목만 선정적으로 뽑았다는 사실이다. © 조선닷컴 홈페이지 |
또한 이규태는 자신의 기명칼럼인 이규태칼럼에서 호주제 폐지와 학교폭력 문제를 연결짓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다. 이규태는 학교폭력 집단, 이른바 일진회와 관련한 학생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아이들의 조숙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종적인 부모의 힘이 약화되고 횡적인 인터넷의 힘이 대신해온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계적 권위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을 개탄하였다. 게다가 생뚱맞게 “호주제 폐지” 때문에 자신이 “호주라는 의식이 만연”하게 될 것이고 이 때문에 “불량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대안제시라도 제대로 했는가? “무엇보다도 학교별로 어떤 폭력 서클이 있고, 거기에 아이들이 왜 가입하고, 그 아이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조선일보)
“악소 연령의 하강은 요즈음 아이들의 조숙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종적인 부모의 힘이 약화되고 횡적인 인터넷의 힘이 대신해온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으며 호주제 폐지로 자신이 호주라는 의식이 만연, 불량화가 가속화할 것은 뻔한 일이다.”(조선일보 이규태칼럼)
“교사와 교육행정당국은 이번 기회에 학교폭력을 뿌리 뽑는다는 각오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동아일보)
“개별 학교에 일진회가 존재하는지부터 직접, 당장 밝혀내야 한다.”(서울신문)
“학교폭력과 전쟁을 선언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경찰은 성인범죄 뺨치는 비행을 일삼는 일진회를 특별 단속, 해체해야 한다.”(중앙일보)
“교육당국과 경찰은 이제부터라도 일진회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 특히 학부모와 교사,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접근방식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한국일보) 언론들은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사에서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먼저 일진회라고 하는 집단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가 나온 곳이 경찰청 주최 '학교폭력예방과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로 정권(경찰), 교육자, 학부모 등이 학교폭력의 실태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대안이 철저하게 색출하여 단속, 해체해야 한다는 것은 사안을 너무도 단편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미흡한 한겨레, 문화일보 상대적으로 대안을 제시한 신문으로는 한겨레신문의 “어찌할꼬...반응 갈려”(3월11일)와 문화일보의 외부기고 “학교폭력 더 이상 안된다”(3월10일) 정도이다.
한겨레신문은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의 사무처장의 말을 인용하여 "학교별로 상담 전문가를 배치하고, 교사에 대한 상담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 마련이 시급하다"와 같은 다양한 시각의 접근을 하였다.
또한 문화일보는 “학교폭력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높아”지는 방향, “학급담임 역할 내실화 방안”, “폭력에 대한 학교와 사회, 그리고 부모의 민감성 수준을 높이는 것”, “'학교폭력의 근절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체계적으로 실시” 등의 단순한 폭력이 아닌 사회구조 및 교육적 측면으로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 두 신문 역시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을 기사화하여 이른바 많이 팔리는 기사 역시 찾아볼 수 있어 미흡하다고 할 수 있겠다.
돋보인 경향신문 다른 일간신문들이 호들갑을 떨 정도로 크게 기사화하는 동안 경향신문은 “'일진회' 단선적 대응으론 안된다”라는 사설과 "공개성행위 등 ‘일진회 폭력’ 심각 " 정도만이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사였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사설에서는 이 현실을 “놀이로 생각하는 그릇된 학교문화 탓”이라고 정의하면서 “여론에 쫓긴 즉흥적 대응”이 아닌 “근본적 대책마련”을 역설하였고 이 대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도 “최우선적으로 교육적인 배려”를 해야한다고 주장을 하였다. 또한 이 대책에서도 “학생들이 일진회 문제를 신고해도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교사들에게 “선도해 새출발하게 하는 것”, 그리고 학부모들에게는 “협조”를 요청하며 현재 교육당국의 안이한 자세를 질타하고 있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학교폭력과 관련한 문제의 사전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사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차라리 아이들과 함께 보기 낯뜨거운 수준의 기사를 보는 것보다는 함부로 언급 안한 것이 훨씬 나았다고도 할 수 있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태도에 대해 <대자보> 이계덕 기자는 "학생들도 모르는 일을 교사가 알 수는 없다"면서 일진회 실태를 경찰에게 폭로한 교사의 주장이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사의 발표 역시 일진회에 대한 폭로가 주가 아니라 “교사의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보지 말고, 학생의 관점에서 학교폭력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들은 교사의 핵심주장을 주력하지 않고 “기사를 더 팔고, 조회수를 더 올리기 위해서' 교사의 주장을 왜곡했고, 정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채 10대 청소년들 무법자로 만들어 버렸다”면서 “언론은 청소년들에게 사과하고,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대자보의 기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엠파스 등에 메인화면에 배치돼 널리 소개됐지만, 여전히 ‘일진회’ 관련 소식은 선정적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이계덕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중고등학교에 세시간 이상만 취재하면 알 수 있는 것을 수많은 종이신문 종사자들은 책상 위 모니터에서만 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른바 ‘일진회’라고 하는 학교폭력과 관련한 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어떤 선정적인 기사가 나올 것이고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안티조선 우리모두(
www.urimodu.com) 운영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