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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되어온 참여자들의 편에 서서 세상보기
[갈무리의 눈] 이광석의 『피지털 커먼즈』, 공유와 협력에 대한 고찰
 
박현수

빼앗긴 우리의 사건

 

기존의 참여는 사건을 생성하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평가되어 전파되는 것으로 참여의 역할은 종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시대에 들어서며 참여는 사건에 대한 생성뿐 아니라 평가 과정에도 속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사건의 폭과 길이를 늘리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이제 참여의 정도는 사건의 부피를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시대에서 사건에 대한 가치 매김은 참여를 통해 정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한한 정보가 생성되는 온라인 시대, 참여는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입니다.

 

사건은 수많은 관계들이 얽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참여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이 사건을 사유화하고,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해 큰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웠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들어서 우리는 그 소외되었던 수많은 참여자가 스스로를 기록해 나가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그들은 사건에 대한 그들의 몫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사건의 사유화가 역사적으로 계속하여 반복되었다며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방식이라 주장합니다. 우리, 소외되어온 참여자들이 그러한 주장에 맞서는 것은 당연합니다.

 

‘피지털 커먼즈’는 소외되어온 참여자들의 편에 서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려 노력하는 책입니다. 온라인에서 사건의 사유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피는 한편, 그러한 사유화로부터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정리하였습니다. 1부에서는 배경, 2부에서는 참여, 3부에서는 생성물, 4부에서는 미래와 의무에 대해 다룹니다. 

 

▲ 이광석의 '피지털 커먼즈'는 플랫폼 인클로저에 맞서는 기술생태 공통장을 다루고 있다.     © 갈무리 출판사

 

우리는 명예도, 자본도, 자격도, 어떤 것도 갖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무것도 받지 못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많은 사건을 만들어내고, 진심을 담아 참여합니다. 그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믿음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가진 막연함을 이용합니다. 막막하여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심정을 이용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소외에 익숙한 나머지 서로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 못 한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우리가 가진 외로움을 이용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사건은 어느덧 소수의 그들이 만들어 낸 사건처럼 변질합니다. 우리의 사건은 그렇게 사유화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참여는 또다시 사라집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우리, 소외되어온 사람들이 사건을 사유화하려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력감을 느끼고 포기하거나 전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버티기 위해서는 서로 의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익숙한 소외됨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흩어진 개인이 아닌 집합적이고 관계적인 존재에 기초하여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그를 위해 우리가 공통의 근거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이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특별함, 공유와 협력에 가치 매김을 시도해야 합니다. 

 

 세상은 공유와 협력으로서 만들어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의 어떤 창작물도 순수하게 독창적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앞선 것에 대한 창의적 변용이 반복되며 인류가 가진 문화 커먼즈는 증가해왔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저자는 카피라이트가 과장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반복된 변용의 과정을 뚝 잘라먹고, 사유화한다면 앞으로 어떤 발전이 있겠느냐고 되묻습니다.

 

우리의 공유와 협력은 디지털을 통해 많은 사건을 만들어냅니다. 만약 디지털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많은 사건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며, 그러한 사건의 존재조차도 몰랐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건의 일부라면, 디지털 역시 우리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술과 섞여 새로운 인간상으로, 새로운 인공질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본 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과 욕망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공유와 협력이 기술로 뒤덮이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감정에 더 다가서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사건을 사유화하려는 사람들은 사건에도, 우리에게도 애정이 없습니다. 단지 그들 자신만을 위해 움직일 뿐입니다. 그들의 사건 해석은 오류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이 시대에 걸맞은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포장합니다. 우리는 공유와 협력을 통해 서로의 감정에 더 다가섬으로써, 그들의 해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건의 모든 부분을 재구성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사건들이기 때문에, 우리만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포스트휴먼 시대 전, 마지막 프리휴먼입니다. 이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시대적 의무가 주어졌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프리휴먼 시대의 그 많은 사건 속에서 우리, 소외되어온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 숨 쉬었는지를 포스트휴먼들에게 알려야만 합니다. 물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막연함과 불명확함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미래, 셀 수 없이 많은 포스트 휴먼들이 우리의 마지막 행동을 되짚을 것입니다. 그 시기 그 장소에서 의무를 다했는가를 끝없이 물어볼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두렵고 막막했지만, 시대가 부여한 바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입니다. 


기사입력: 2021/11/18 [11:5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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