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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몽항쟁 '삼별초', 인간존중세상 꿈꿨다
[책동네] 소설가 이동연 작가의 장편소설 <삼별초>, 민초들의 삶 조명
 
김철관   기사입력  2021/09/24 [13:33]
▲ 표지     © 창해

 고려 무신정권 때 권력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삼별초. 이후 대몽항쟁의 기치를 내 걸고 싸웠고, 몽골에 아부한 친몽 고려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조고려'국을 세워 주종관계, 귀족과 천민의 계급사회가 아닌 인간평등 세상을 구현하려고 했던 삼별초(三別抄)의 활약상을 그린 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소설가 이동연 작가가 쓴 장편소설 <삼별초, 三別抄>(2021년 8월, 도서출판 창해)는 신분굴레를 거부하고 삶과 죽음의 방식까지 스스로 택할 주체적 자유를 갈구한 민중운동의 성격이 짙게 풍긴 소설이다. 픽션을 가미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전개했다는 점이다.
 
책은 고려 무신정권부터 삼별초의 활약상을 연대기적으로 나눠 잘 표현했다고나 할까. 1170년대부터 1196년까지 이의방,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 등 무신정권 시대가 이어졌다. 천민 출신 이의민은 12년간 집권하면서 하급무사 위주로 중용해 고위 가문출신 무장들이 소외를 당하자, 최충헌이 이를 규합해 이의민을 제거하면서 최충헌, 최우(최이), 최항, 최의 등을 잇는 60여 년간의 최씨 무신정권이 고려의 중심세력이 된다.
 
이후 최씨 무신정권의 마지막 집권자인 최항의 아들 최의는 최충헌의 가노이며 김윤성의 아들인 김준에게 무너진다. 김준은 삼별초의 장수가 될 김통정을 중용했고 군권을 제외한 인사권, 재정권 등을 고종에게 돌려줬다. 양아버지인 김준을 배신하고 임연이 정권을 장악해 아들 임윤우가 이어받지만 고려 원종의 밀명을 받은 송분의 구왕단에 제거됨으로써 100년의 고려 무신정권은 종말을 고한다.
 
여기에서 알아둬야 할 점은 최씨 무신정권에서 삼별초가 탄생한다는 점이다. 아버지 최충헌의 뒤를 이은 최우는 최씨 정권보다 황실에 충성한 관군들이 도적떼와 합세한 것을 목격하고, 무신정권의 사병격인 호위부대를 만든 것이 삼별초의 전신 야별초였다.
 
"야별초는 관군보다 용력이 뛰어난 자들로 선발됐다. 야밤에 도성을 순시하며 도적을 잡으러 다녔다. 차츰 야별초의 규모가 커져 좌.우별초로 나뉘었으며 결국 관군을 능가했다. 훗날 강화도 천도 후, 몽골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다가 풀려난 병사들로 신의군을 조직했다. 이들과 좌.우별초를 합쳐 삼별초가 탄생되었다. 삼별초는 고려에 가장 용맹한 군대이면서 몽골과 대결의식이 훨씬 더 강했다." - 본문 중에서
 
한 마디로 삼별초는 최씨 무신정권의 사병격인 호위부대로 탄생했지만 훗날 대몽항쟁을 하면서 친몽을 내세우고 과다한 세금을 거두는 등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 고려 정부 관군과 맞선다.
 
여기에 백제 유민 양수척 출신으로 몽골의 고려 지배에 항거한 삼별초의 장수 김통정과 진도 출신 삼별초 지도자로 고려 원종의 개경 환도 어명을 거부하고 강화도에서 진도로 도읍을 옮겨 조고려 건국을 주도한 배중손이 삼별초의 핵심 지도자로 등장한다. 조고려(朝高麗)는 단군의 조선과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별초는 강화도에서 떠난지 78일 만에 진도에 도착했다. 진도에 황도를 정한 온황제(왕가 후손)를 추대해  조고려 건국을 선포한다.
 
그럼 이 소설의 주인공이고 제주 붉은오름에서 여몽연합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싸우다 자결한 김통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평소 나랏일에 깊이 개입하려 들지 않았다. 권력욕도 명예욕도 없었다. 하지만 담백한 인품을 가졌다. 최신 무신정권을 끝낸 당시 권력의 핵심 김준과의 대화에서 김통정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제가 야별초에 들어간 이유도 최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황제 중심의 세상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황제가 전권을 휘두르는 세상이 싫었고 최이(무신정권)가 사욕에서나마 황제를 농락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세계를 손아귀에 넣겠는 몽골과 맞서는 무인정권을 도왔습니다. 권력이란 집중될수록 야수가 됩니다. 하나의 권력이 둘로, 둘이 셋으로 결국은 사람 수만큼 나눠야 합니다. 그렇게 모두가 황제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입처작주(立處作主)하는 세상이 와야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장군을 도와 나랏일을 거들어보았더니 그런 세상은 요원한 것 같습니다. 이쯤 했으면 장군 댁에 진 마음의 빚도 갚았으니 이제 조용히 물러가렵니다. 혹 내가 말한 그런 세상이 올 기미가 보이면 그때 다시 참여하겠습니다." - 본문 중에서
 
39년 동안 도읍지로 있던 강화에서 개경으로 환도하라는 원종의 왕명이 내려졌다. 거절하면 반역자가 된다. 하지만 개경환도는 몽골의 속국이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배중손, 김통정 등 삼별초의 주요 간부들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지만, 고구려의 후신 고려가 북방 오랑캐의 속국이 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진다.
 
평소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배중손이 천천히 말을 꺼낸다.
 
"환도라는 명령이 내려졌소, 따르자니 사투를 다해 지켜온 고려의 자주권이 사라지고 거역하자니 훗날이 막막하오. 여러분이 나이고, 내가 여러분입니다. 우리 모두 한 목숨입니다. 우리의 의지는 출륙반대로 확인되었으니 조정의 반응을 지켜보며 대응수위를 정합시다. 자칫 반역으로 비치면 민심을 잃습니다." - 본문 중에서
 
결국 반몽을 내세우면서 분명한 고려에게 충성의 뜻을 담았다. 하지만 삼별초와 함께 모인 군중의 만세소리가 강화도를 울려 퍼졌다.
 
"오랑캐가 수많은 백성을 살육했다. 그런데도 임금이라는 자가 오랑캐와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 나라를 구하자, 노비문서는 여러분의 조상과 후손까지 굴레를 씌우는 종이 쪽지이다. 모두 제로로 만들어 왕씨와 천것의 씨가 따로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다 같은 인간끼리 누구는 귀족으로 누구는 노비로 구별 짓는 이런 세상을 불태워 버려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진도에서 진을 친 삼별초에게 대몽연합군은 연패를 거듭했다. 삼별초는 강화도에서 황파해협, 장봉도, 영종도, 영흥도, 대부도, 안산, 승봉도, 난지도, 태안, 안면도, 진도, 추자도, 제주도 순으로 남천하며 대몽항쟁을 이어갔다.
 
김통정이 원나라 세조의 유화책인 초유문을 찢는데다가 삼별초가 여몽연합군 전함 수 십척을 불태웠고 세조가 일본정벌을 위해 건조중인 선박을 소각하고 조선공을 납치하자, 원나라 세조는 일본 정벌을 미루고 삼별초를 정벌을 명한다. 제주 삼별초는 악천후 속에서도 여몽연합군과 전면전을 하면서 분전했지만 수적 열세였다. 마지막 퇴각지 항파두리성에서 김통정은 삼별초의 꿈을 위해 최후의 한사람까지 전사할 각오로 싸우자고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적의 손에 죽을 수 없어 그는 스스로 자결을 택한다. 마지막 항거지인 제주 삼별초는 여몽연합군에게 대패했고, 오늘날 삼별초의 역사적 사실의 기록들이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강화도에서 개경 환도를 거부한 삼별초는 2만 여명이었다. 그들은 천여척의 배를 타고 강화에서 진도로, 다시 제주도까지 남천하며, 원나라(몽골)에 대항했고, 고려 건국이념을 수호하고 존엄한 인간성을, 특히 계급보다 평등한 인간관계 확보를 위해 3여 년간을 고려 정부 및 대몽 항쟁을 이어왔던 점이 삼별초의  활약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소설<삼별초>는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태에서 최이 무신정권은 1236년 대장도감을 설치해 대몽항쟁의 동력으로 작용한 팔만대장경 판각 과정도 기술하고 있다. 인간의 8만 4천 번뇌를 다 씻어버리라는 뜻으로 불경을 판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백성들 사이에 불력을 빌어 대몽국난을 극복하려는 의미 때문이다. 당시 팔만대장경 판각이 시작된 후, 고종은 당시의 문장가 이규보가 지은 축원문을 전국에 배포했고 국민들은 그 축원문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삼별초> 저자 이동연은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신화> <심리학으로 보는 고려왕조실록> <심리학으로 보는 삼국지>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 <명작에게 사람을 묻다> <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 <이기는 리더십 10> <행복한 수면법> < 그래, 한 박자 느리면 어때> 등을 저술했다. 그는 KBS라디오 <해피FM>고정출연했고, YTN, SBS, BBS, EBS 등 방송매체와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EMC, 대학 등 다양한 단체에서 강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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