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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호 금빛 메달 도전, 예열은 지금부터
[김병윤의 축구병법] 초반 고전, ‘집념과 투혼’으로 결승에서 일본 만나야
 
김병윤   기사입력  2021/07/29 [22:10]

축구에서 '언더독의 반란'은 선수 기량과 팀 전력이 객관적으로 열세인 팀이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축구가 갖고 있는 의외성으로서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반전은 세계 축구에 심심찮게 일어나 축구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그중 세계 축구사에 대표적인 '언더독의 반란'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 4부 리그 소속 '라싱 유니온 FC 칼레'. 칼레는 인구 8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를 연고로 창단된 팀으로 2000년 프랑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FA컵에 출전 2부 리그 릴과 칸을 제물로 삼은데 이어 준결승에서 1부 리그 전통 명문 보르도까지 침몰(3-1)시키는 괴력을 발휘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 FC 낭트를 상대했지만 석패(1-3)하며 준우승을 차지, 세계 축구사에 '칼레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이변의 역사를 썼다.

 

이 같은 '라싱 유니온 FC 칼레'의 이변 연출이 더욱 놀라운 것은 팀 구성원들이 부두 노동자, 가게 종업원, 청소업체 직원 등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만큼 축구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언더독의 반란'이 연출되어 섣부른 승리를 예단할 수 없다. 이에 한국 축구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언더독의 반란' 주인공으로서 세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신화를 창조했다. 세계 축구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은 1983년 개최된 멕시코 세계청소년(U-19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 '붉은 악마'라는 애칭을 들으며 준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에 아쉽게 불운(1-2)을 삼키며 비록 4강에 머물렀지만 '언더독의 반란' 주인공으로서 세계 축구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 김학범 감독이 2020. 1dnnjf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늪 축구'로 대변되는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난적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대회 첫 우승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 대한축구협회

 

이어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도 포르투갈(1-0), 이탈리아(2-1), 스페인(0 5Tk3 0) 등 세계 축구 강호들을 연파하며 다시 한번 세계 축구에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고, 2018 러시아 FIFA월드컵에는서 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는(2-0) 기염을 토하며 '칼레의 기적'에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런 한국축구의 '언더독의 반란' 뒤에는 언제나 '집념''투혼'이 뒤따랐다.

 

따라서 현재에도 한국 축구에 붙어있는 꼬리표는 '집념''투혼' 축구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이변의 주인공으로 환희만 맛본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이변의 희생양으로 고통을 감내하기도 했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의 오점을 남긴 경기는 1972년 뮌헨 올림픽축구 아시아 동부지역 예선전(1971. 9)이었다. 한국은 홈(구 동대문운동장)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수중전에도 불구하고, . 후반 30개가 넘는 슈팅을 시도하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역습 한방으로 무릎을 꿇는(0-1) '칼레의 기적' 희생양이 됐다.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한국(U-23세 이하)은 무기력한 경기로 또한번 말레이시아에서 패배(1-2)를 떠안는 희생양이 되며 2연패를 성취하는데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와 원인이 존재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비롯하여 정신력과 체력은 물론 전술, 전략 그리고 심지어 경기장 여건과 환경, 날씨, 기온까지도 경기의 변수로 작용한다.

 

이에 이런 모든 조건들을 초월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팀이 진정한 강팀으로서 '칼레의 기적'에 의한 이변의 희생양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다. 한편으로 진정한 강팀은 '칼레의 기적' 희생양으로 전락한 후 다음 경기에 곧바로 반전을 도모하여 안정성을 되찾는다. 그렇다면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에 출전 중인 한국 올림픽축구(U-23세 이하)대표팀은 하나의 좋은 롤모델(Role model)로 손꼽힌다. 한국은 조별리그 B1차전에서 조 최약체로 평가되던 뉴질랜드에 충격패(0-1)를 당하며 '칼레의 기적' 희생양이 되어 금빛 메달 도전에 발목이 잡히는듯 했다.

 

그러나 한국은 2, 3차전 루마니아 및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전방 압박과 날카로운 측면 공격 카드에 의한 대승(4-0, 6-0) 경기로 마침표를 찍으며 조 1위로 8강에 진출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 축구는 세계 최초로 9회 연속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국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적당한 긴장감 속에 강팀에 걸맞는 경기력 발휘만이 답이다.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사령탑인 김학범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와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쉽게 가는 법이 없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 낸 김학범 감독이기에 한 번의 '칼레의 기적' 희생양을 맛본 한국 올림픽축구 대표팀의 2020 도쿄 올림픽에 금빛 메달 사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림픽과 같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에는 분명 한 두 번쯤 고비를 맞게 마련이다. 그 고비가 바로 뉴질랜드에 당한 '칼레의 기적' 희생양이었다면 쉽게가는 법이 없어도 결과를 만들어 낸 김학범 감독에게 앞으로 남은 멕시코(8), 브라질, 이집트 승자(준결승)와의 경기에 이변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따라서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의 피날레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결승전 무대인 한국과 일본의 조우가 재현될 가능성이 그 어느때 보다 높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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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9 [22: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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