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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갈라진 조선어학회, 갈라진 남북 말글살이
[한글 살리고 빛내기17] 남쪽은 일본식 한자혼용, 북쪽은 우리말을 한글로 적기
 
리대로   기사입력  2021/03/05 [01:33]

1948년 남쪽은 자본주의 체제인 대한민국, 북쪽은 공산주의 체제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두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두만강, 압록강까지 넓힌 나라 땅이 두 동강이 나고 우리 말글살이도 갈라지게 되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남쪽은 일본 식민지 때에 길든 일본 한자말을 일본처럼 한자로 적는 말글살이가 판치고, 북쪽은 주시경의 뜻인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도 일본 강점기에 우리말을 갈고 닦은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남북에서 우리 말글 정책을 이끌고 있어서 일본 강점기에 만든 한글맞춤법을 그대로 지키고 따랐기에 말본은 많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고 고마운 일이었다.

 

북쪽은 주시경 제자인 김두봉이 광복이 되자마자 자리를 잡고 정치를 하고 있었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끌려갔던 이극로와 이만규가 1948년 김구가 이끄는 남북 협상 대표단과 함께 북쪽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북에 남게 된다. 그 때 김두봉이 이극로에게 남쪽에는 최현배가 있으니 북에 남아서 국어정책을 잘 세우고 실천하자고 말해서 남았다는 말이 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흥 형무소에서 옥사한 이윤재의 사위이며 1947년에 표준조선말사전을 엮은 김병제도 1948년에 북으로 갔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살이를 하고 홍익대를 세운 정열모도 6.25 전쟁 때 그 제자 유열과 함께 북으로 갔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신윤국의 사위이며 우리 토박이말로 “새 사리갈만 말광”이란 생물학 사전을 만든 서울사대 이기인 교수도 북으로 갔다.

 

이렇게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남북으로 나뉘게 되었다. 남쪽에서 최현배와 장지영이 미국 군정청에 들어가 토박이말로 교과서를 만들고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도로 찾아 쓰기운동도 하고 한글을 살려서 쓰려고 애썼지만 일본 식민지 때에 길든 일본 한자말을 일본처럼 한자로 쓰자는 경성제대 나온 서울대 이숭녕교수, 성균관대 조윤제 교수, 일본 대학을 나온 고려대 총장 현상윤 등 일본 식민지 지식인들이 끈질기게 한글만 쓰기를 반대했다. 다행히 건국 초기 조선어학회 회원인 안호상, 백난준, 김법린 들이 차례로 문교부장관이 되었기에 조선어학회 한글정신이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자들이 끈질기게 저항을 했고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북쪽은 바로 한글전용을 하고 우리말을 많이 살려 쓴다.

 

▲ 한글로 만든 1950년 북쪽이 낸 로동신문(왼쪽), 1960년 초 일본처럼 한자혼용한 남쪽 신문     © 리대로

 

북쪽에서는 바로 신문도 한글로만 만들고, ‘노크’같은 외래어는 ‘손기척’, ‘코너킥’이라는 축구 용어를 ‘모서리차기’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말로 바꿔서 썼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미국말을 그대로 쓰기 시작하고, 한글 파들이 비행기를 ‘날틀’, 이화여자대학교를 ‘배꽃게집배움터’라고 하자고 한다고 헐뜯으며 우리말을 살려서 쓰자는 것을 가로막았다. 북쪽은 강력한 권력으로 시행했는지 모르겠으나 남쪽에서 놀랄 정도로 토박이말을 많이 살려서 썼다. 그러나 남쪽은 일본 식민지 때 길든 한자말을 일본처럼 한자로 쓰는 것이 편리한 자들이 공무원, 정치인, 교육자, 언론인으로 자리를 잡고 한글 전용을 하지 않았다. 이 때 남쪽에서는 친일파들을 철저하게 심판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더욱이 나름대로 한글전용을 찬성하던 리승만 정권이 물러나고 한자 혼용 일본 식민지 세대인 박정희 김종필 군사정권이 한일회담을 강행하면서 미국 군정 때부터 한글로 만들던 교과서가 1964년부터 한자 혼용으로 바뀌고 교과서에 간신히 살려서 쓰던 토박이말을 몰아내기 시작한다. 문법 용어에서 최현배, 김윤경들은 주시경 선생처럼 ‘이름씨, 그림씨“라고 우리말로 쓰던 것이 이희승, 이숭녕들이 쓰던 일본 한자말인 ”명사, 형용사“들로 통일된다. 이렇게 일본 한자말을 일본처럼 섞어서 쓰자는 이들이 판치니 우리말을 한글로 적자는 국민들이 반발하고 문자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한글과 한자 싸움이 거세게 일어난다. 그러니 국어정책이 갈팡질팡하게 되고 엄청난 국력이 낭비된다.

 

▲ 1960년 한글로 쓴 리승만 대통령 하야 발표문(왼쪽),1961년 한자 혼용한 박정희 의장 성명서(오른쪽).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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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05 [01: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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