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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감독의 9부작 다큐 '걸작축구' 한 풀었다
[김병윤의 축구병법] 울산 8년만에 ACL 우승 세계적 명문구단 도약 발판 마련
 
김병윤   기사입력  2020/12/20 [13:17]

 울산의 연이은 불운과 변화

프로축구 K리그1 2019, 2020시즌 불운의 팀은 울산 현대(이하 울산)였다. 울산은 2019시즌 다잡았던 우승을 리그 마지막 경기 포항 스틸러스와의 맞대결에서 1-4로 대패를 당하면서, 골득실차로 우승을 전북 현대(이하 전북)에게 어부지리로 넘겨줬고, 또한 2020시즌 25라운드에서도 우승 8부 능선에 올랐지만 또다시 포항에게 0-4로 무너진데 이어, 우승 승부처였던 26라운드 전북과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도 0-1로 패배 결국 2년 연속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울산은 '2020 FA컵'에서도 전북의 벽에 막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 만큼 울산은 번번이 전북에 발목이 잡히며 달갑지 않은 준우승 징크스에 빠지고 말았다. 따라서 K리그1과 FA컵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울산에게 '2020 ACL' 우승 도전은 팀 사령탑인 김도훈(50) 감독과 선수들에게 남다른 각오와 의지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울산이 K리그1 2019, 2020시즌 전북에 밀려 연이은 역전 준우승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이유는 공격 성향이 강한 스쿼드에 의한 수비 전환 미흡과 탈압박 능력 취약성과 무관치 않다.

 

▲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이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해 나가는데 악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하여 결국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2020시즌 공격적인 투자로 영혼까지 영입했다는 평가를 받은 울산의 이청용(32)을 비롯한 조현우(29), 불투이스(30.네덜란드), 원두재(23), 윤빛가람(30), 주니오(34.브라질)의 중심축 포지션 선수 구성은 화려하다. 즉, 울산은 강팀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스쿼드를 갖췄다. 그러나 이 같은 스쿼드 구성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경기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전술, 전략적인 면보다 선수들이 안고 있는 개인적인 단점과 심리적인 압박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울산은 '2020 ACL'에서 만큼은 안정된 경기력을 바탕으로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결승까지 22골, 6실점의 '파죽지세' 9연승 가도를 달리는 반전의 화끈한 '걸작축구'를 선보였다. 사실 울산의 '걸작축구'는 코로나19 영향과 부상 등으로 ACL 초반 핵심 자원이 결장한 상태에서 얻은 결과물로, 여기에는 김도훈 감독의 신인과 베테랑 및 경고를 염두에 둔 로테이션 용병술과 배려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김도훈 감독 지도력과 우승 주역들

김도훈 감독의 이 같은 용병술과 리더십은 신인 선수들에게는 확실한 동기부여와 또한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K리그1과 FA컵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위닝 멘털리티에 회복에 의한 강한 승부욕을 일깨워 주며 경기에 대한 집중도는 몰라보게 향상되어 공격 옵션은 더욱 다양해졌고 불투이스가 이끈 수비 또한 안정감을 가져왔다. 그중 대표적인 선수는 비욘 존슨(29.미국)의 활약상이다. K리그1과 FA컵에서 주니오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던 비욘 존슨(5골)은 ACL 16강전, 호주의 멜버른 빅토리(3-0)를 상대로 세트피스에 의한 멀티 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8강전 중국의 베이징 궈안전에서 2골을 터뜨린 올 시즌 K리그1 득점왕(27경기 26골) 주니오(ACL 9경기 7골 1도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해결사로 거듭났다.

 

▲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을 견인한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편 중원의 사령탑 윤빛가람(4골 3도움) 또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은 물론 일본 FC 도쿄와의 5차전에서는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정확하고 날카로운 킥력으로 짜릿한 역전승(2-1)을 이끌어내는 멀티골까지 터뜨려 팀의 조기 16강 진출을 견인 K리그1과 FA컵과는 다르게 팀 공헌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K리그1에서 존재감이 없던 백업 골키퍼 조수혁(33) 역시 결정적인 순간 눈부신 선방으로 울산의 무패 행진에 핵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궁극적으로 울산의 이 같은 알토란 같은 선수 각 개인의 활약상은 경기력은 물론,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리며 8강전에서 만난 중국 베이징 궈안 마져 2-0으로 완파하는 '걸작축구'를 이어갔다.

이어 준결승전에서도 일본의 빗셀 고베를 맞아 수비진의 불안한 공격 빌드업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뒷심까지 자랑 K리그1에서의 뒷심 부족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떼며, 연장 접전 끝에 주니오의 극적인 페널티킥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 2012년 이후 8년 만의 아시아 클럽 정상 탈환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이어 울산은 19일 카타르 도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서아시아 우승팀 이란의 페르세폴리스와의 결승전에서, VAR 끝에 전반 추가시간과 후반 10분 주니어의 페널티킥 골로 2-1로 승리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하며 K리그1과 FA컵 준우승 한을 풀었다.

이번 울산의 ACL 제패는 울산의 명예 회복은 물론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켰다는데 그 의미는 크다. 아울러 울산은 페어플레이(FAIR PLAY)상까지 수상하며 기쁨을 더했고, 윤빛가람은 영광의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 겹경사를 맞으며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뿐만 아니라 울산은 '2020 ACL' 우승으로 2021년 2월 1일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까지 획득하며 세계적인 명문 클럽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한편 우승을 이끈 김도훈 감독은 K리그1과 FA컵에서의 지긋지긋한 2인자의 꼬리표를 떼는, 적절한 용병술과 형님 리더십 그리고 효과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며 아시아 최고의 지도자로 거듭났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은 ACL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계약 만료로 울산과 4년 동안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김도훈 감독의 지도력 재평가에 방점을 찍은 ACL 우승으로 아시아권 클럽 팀에서 러브콜이 예상되어 관심을 모은다. 진정 '지도자는 스스로 떠날 때를 알아야 한다'라는 말을 실천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한 김도훈 감독은 박수받아 마땅하고 한편으로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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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20 [13: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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