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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이만희…검찰 수사 대비한 면피전략?
범죄혐의 구성에 필수적인 '고의성' 여러 차례 '부정'
 
정석호   기사입력  2020/03/03 [21:07]

'역학조사 방해' 질문에 '동문서답'…"음성 뜻도 몰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대비해 협조의사 보여 '선공'
이만희 '구체적 지시' 입증해야 하는 검찰은 '골머리'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2일 전격 단행된 이단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의 공개 기자회견과 관련해, 그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검찰 수사에 대비한 이씨의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범죄 성립에 필요한 '고의'를 부정하는 모습이나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헷갈리는 이씨의 모습은 방역 방해와 조직 은폐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할 여력이 없었음을 내비쳐 책임 소재를 흐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씨는 지난 2일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1번 코로나 사건과 관련해 신천지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두 차례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회견 내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씨는 "(코로나 확산이) 고의적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개인의 일이기 전에 너무나 재앙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고 우리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힘 닿는 데까지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는 이씨와 산하 12개 지파장이 살인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검토중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박승대 부장검사)도 신천지 포교활동의 피해자로 구성된 전국신천지피해연대(전피연)가 감염병예방법 및 특경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이씨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이씨와 신천지 측이 살인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의도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상 해당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고의성'이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판단된다.

검찰로서는 이씨나 신천지 측이 고의로 정부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했고 결국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음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씨의 기자회견에 비춰보면 검찰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법조계에선 이씨가 코로나19 확산 과정이나 제반사정에 무지한 모습을 보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씨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사태 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취재진 질문에 동문서답하거나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나"를 묻는 질문에 "이거(코로나19) 막는 데 급급하다보니 정말 정신이 없었다. 사람(인력)도 없이 이렇게 다 막고 있는데 협조를 안하면 되겠나"라고 답했다. 

자신의 자가격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일을 봐야 하는데 한 군데 가만히 있을 만한 팔자가 못 된다. 지난 17일에 왔다가 왔다갔다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씨가 자가격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자 옆에 있던 신천지 관계자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하시라"고 얼른 정정해주기도 했다. 그는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음성(의 뜻)도 잘 모른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이씨 앞으로 고발된 혐의 중 중요한 축은 감염병예방법 위반이었다. 고발인 측은 이씨가 거짓자료 제출이나 은폐에 관해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적어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며 고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씨는 코로나19 사태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도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신천지 신도 명단 제공 등과 관련한 질의응답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왔던 실무진에 의해 이뤄졌다. 

검찰이 이씨의 책임을 묻기 위해선 그가 거짓자료를 제출하거나 은폐하는 데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적어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밝혀야 한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제반 사정에 무지한 태도를 보이는 이씨에 대해 검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씨가 느닷없이 신도 명단을 제공하고 공개 기자회견을 자처한 시기가 미묘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은 "정부에서 (신천지 신도) 명단을 요구했을때 계속 버티고 있다가 반나절 만에 명단을 제출했다"며 "검찰 고발이 있었기 때문에 급격하게 태도를 변경한 것이라는 게 대단히 개연성 있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신도 명단을 제출한 게 검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대비해 정부에 잘 협조하고 있다는 제스쳐를 취한 것이었다는 해석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신천지 기자회견 전반이 상당히 어설프고 이상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을 취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해볼 수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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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03 [21: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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