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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와 통일연대, 통일부는 '반통일부'인가
보안법으로 통일 맞이못해, 민경우 사무처장을 풀어달라
 
황진태   기사입력  2003/12/11 [11:03]

12월1일 국가보안법 제정 55돌을 맞아 공안당국의 생일상 차림은 정권이 바뀌어도 풍성했다. 당일, 보안법 위반 혐의로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처장이 연행되었고, 이틀 뒤 같은 혐의로 아주대 학생들이 무더기 연행되었다. 송두율 교수 구속 이후 또다시 공안정국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기자회견 모습     ©통일연대

5일, 통일연대를 비롯한 통일운동 단체들은 통일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왜 하필 통일연대가 ‘통일작업을 수행하는’ 통일부를 규탄해야 했나 민경우씨의 연행이 바로 통일부의 고발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건 내막은 이렇다.

지난 6·15 민족통일 대축전이 사스로 인해 분산 개최되자 북쪽이 남쪽의 행사를 축하한다는 영상물을 보내오고, 남쪽에서는 팩스를 통해서 북쪽에 축사를 보냈는데, 축사를 보낸 사실을 통일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바로 고발의 계기였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는 법이란 남한의 우익이 좋아하는 ‘상호주의’는 왜 이럴 때만큼은 적용되지 않는 건가. 통일연대 한상렬 목사의 말처럼 “통일부는 통일부인지 반통일부인지 모르겠다!”

통일부 규탄 기자회견이 있었던 5일, ‘남북경협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주제의 남북경협 포럼이 있었다. 이 포럼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남북경협에 ‘민간’(엔지오)이 주도적으로 나서자는 취지에서 열렸고,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참석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축사를 통해 “앞으로 이러한 포럼과 같은 통일을 위한 민간 차원의 협력”을 당부했다. 하지만 같은 날 통일부를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함께 벌어지는 현실에서 과연 정 장관의 발언에 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가보안법의 ‘야누스의 얼굴’은 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반대하는 극우보수 진영에게도 웃음을 지었다. 보안법 존속을 강력히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자매지인 <월간조선>의 조갑제 사장은 “‘친북 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이라는 글에서 현 정권을 “반역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해야 하며, 그 국민 속에는 군인도 포함된다”며, “4·19처럼 물리력을 동원하더라도 합헌”이라고 선동하여 “군인도 포함”된 제2의 5·16 군사 쿠데타 가능성마저 내포하자, 한 시민단체가 조갑제씨를 상대로 보안법 제7조 1항 ‘국가변란을 선동한 죄’로 고발하였다. 제7조는 보안법을 악법으로 만드는 근원 중의 근원으로서 폐지 제1순위였음을 상기한다면 그동안 보안법을 찬양하던 극우진영에게 조갑제씨 사건은 희극에 가까운 비극이다.

▲조갑제씨가 쓴 친북 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 이라는 제목의 글     ©조갑제홈페이지

이는 분단 반세기 동안 보안법에 바탕을 둔 반공주의로 권력의 재미를 보던 극우보수 진영을 향해서도 보안법 칼날을 내밀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극우진영은 아직도 보안법 존속을 외칠 것인가 이 법에서 이제 더 ‘수혜자’란 없다. 이제 극우들은 자신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라도 통일연대와 손잡고 ‘반핵반김 시위에서의 경험을 살려’ 적극적으로 보안법 폐지를 위해 광장으로 나서야만 할 것이다.

앞으로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진정 통일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민간 차원의 협력” 등의 말치레와 함께 보안법에 기대어 민간 통일 운동가를 고발하기보다는 보안법 폐지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제 정치·외교에서 아무리 적대적 국가라 할지라도 다른 나라들은 그저 ‘가상의 적’을 설정할 따름이지 남한처럼 노골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 ‘주적’ 개념으로 명시하지는 않는다. 국익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보안법은 통일부가 염원하는 통일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진정 통일을 위한 민간 차원의 협력자, 민경우 사무처장을 풀어주는 노력부터 하라./사회부기자

*본문은 12월 11일자 한겨레신문 [왜냐면]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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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2/11 [11: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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