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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 몰랐다"는 검사는 '바보 검사'인가?
 
구용회   기사입력  2014/04/01 [13:58]
간첩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공소유지를 한 검사들이 문서 위조는 국정원 직원들의 '단독 풀레이'였다며 위조 방지나 묵인 혐의를 발뺌하고 있다. 단순히 실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거조작 수사팀이 31일 국정원 대공수사팀 요원과 협력자 등 2명을 기소하며 제출한 공소사실을 보면, 검사들이 문서 날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하기에는 너무나 의심스런 대목이 나온다.

국정원 직원 김 과장과 권 과장, 그리고 협력자 김모(61) 씨가 문서를 날조하는 과정은 치밀하거나 정밀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수사검사라면 왜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국정원이주는대로 자료를 받으며 '택배수사·하청수사'를 했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사들이 정말 위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는 주장하는 것은 수준을 의심케 할 뿐 만 아니라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작년 11월 27일, 서울에 있는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과 권모 과장은 중국 선양총영사관에 근무하는 국정원 파견 이인철 영사에게 '허룽시 공안국 명의 회신공문(국정원이 이미 확보한 유우성의 출입국 기록이 사실이라는 내용)'의 가짜 문서를 만들어 팩스로 보낸다.

허룽시 공안국명의 회신공문은 원래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선양 총영사관이 진짜로 받아야 하지만, 중국측이 발급을 거부하자 서울에서 가짜문서를 보내놓고 허룽시 공안국에서 선양영사관으로 보낸 것처럼 날조한 것이다.

선양의 이인철 영사는 국정원 본부로부터 이같은 지시를 받자마자 서울에서 보낸 문서를 허룽시에서 보낸 것처럼 가짜로 문서를 각색하고 이 문서를 곧바로 대검찰청에 회신한다.

이 문서를 보낸 시각은 11월 27일 09시 20분(한국시간 10시 20분)이다.

검찰은 이 문서를 이인철 영사로부터 받은 뒤 12월 5일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다.

그런데 같은 시각 서울에 있는 김 과장과 권 과장은 서울에서 가짜로 만들어 보낸 문서에 허룽시 공안국 팩스번호가 아닌 다른 번호가 기재된 사실을 20분만에 알아차렸다. 문서의 신빙성이 떨어졌다.

두 사람은 곧바로 선양의 이인철 영사에게 연락해 가짜 문서에 허룽시 공안국 팩스번호를 설정한 문서를 다시 보낼테니 대검찰청에 수정된 '위조문서'를 재송부하라고 지시한다.

선양의 이인철 영사는 서울에 있는 두 사람의 지시대로 팩스번호를 교정한 가짜문서를 다시 만들어 또다시 대검찰청에 12월 2일 보내고 검찰은 12월 13일 항소심 재판부에 팩스번호만 바뀐 위조문서를 다시 제출했다.

검찰은 팩스번호만 다르고 내용은 동일한 '가짜 문서' 두개를 각각 12월 5일과 13일에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검사가 동일한 가짜 문서를 팩스번호만 달리한 채 두번이나 국정원으로부터 제출받았다면 당연히 의심을 갖고 확인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들은 순진했는지(?), 아니면 어차피 국정원으로부터 대행을 받은 '택배수사'라 판단을 했는 지 이런 의문을 단 한번도 제기하지 않고 주는대로 가짜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증거로 제출할 문서가 불과 20분만에 팩스번호가 다르게 적혀있는데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검찰 관계자도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 직원들이 여러차례, 수차례에 걸쳐 문서위조를 넘어서 '날조 행위'를 한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 있는데, 수사·공소유지 검사들이 단 한번도 의심을 갖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검사 수준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검사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니 충격적"이라며 "순진한 건지, 바보인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문서 위조를 검사들에게 보고햇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검찰 진상조사팀은 검사들은 '날조행위'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감찰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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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4/01 [13: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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