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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직격탄 맞은 축산업
[김영호 칼럼] 값싼 미국산 농축산물에 밀려 농업 포기는 시간문제일 뿐
 
김영호   기사입력  2012/01/13 [16:15]

소값이 나락을 모르 채 떨어지자 축산농가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 5일 농민들이 소1,000마리를 청와대에 반납하겠다며 트럭에 싣고 서울로 향했지만 고로도로 진입로 곳곳에서 경찰의 곤봉에 밀려 소떼의 항의는 좌절되고 말았다. 시위는 불발에 그쳤지만 앞으로 이 나라 축산업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점에서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축산당국은 사육두수가 늘어나고 사료 값이 오른 탓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언론은 그 무책임한 발표를 원인분석도 없이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하면 미국산 쇠고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태세다. 여기에 캐나다산이 재개방의 파고를 타고 밀려올 기세다.

지난 1년 새 소 값이 크게 떨어졌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우 암소 송아지 값이 92만1,000원이었다. 이것은 2011년 평균가격 217만4,000원보다 57%나 하락한 것이다. 600kg 수소의 지난해 평균가격이 533만7,000원이었는데 12월에는 319만3,000원으로 떨어져 40%의 하락폭을 나타냈다. 사육두수가 2002년 141만 마리였는데 작년 6월 305만3,000마리로 늘어났다. 사육두수 증가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은 2007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이후 한우판매가 그 만큼 감소한 탓이다. 최근의 소 값 폭락은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투매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료 값 앙등이 겹쳐 폭락사태를 부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2005년 6월 국민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FTA 현상을 개시한다고 기습적으로 밝혔다. 그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2007년부터 재개되었다. 2007년 수입량은 1만4,616t이었다. 당시 연령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키로 했는데 뼈 부위가 잇따라 발견되어 검역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명박 정권은 출법하자마자 무차별 수입을 단행해 2008년 5월 촛불시위를 촉발했다. 그 해 5만3,293t이 수입됐다. 이어 2009년 4만9,973t, 2010년 9만569t으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2011년 1∼11월 수입량은 10만6,447t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41.5%나 증가했고 이에 따라 수입시장의 점유율도 37.6%로 높아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국내 축산업에 타격을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권 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자는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도대체 정부가 나서 자국산이 아닌 외국산을 먹자고 홍보하는 나라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에다 한-미 FTA 날치기가 축산업에 결정적인 직격탄을 날렸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현행 40%인 수입관세가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지금도 미국산이 잘 팔리는 이유는 국산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해마다 가격이 더 내리니 축산을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김종훈 통상정책책임자가 나서 소값 폭락을 부채질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수입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이 그 따위다.

이명박 정권은 불난데 기름 붓는 짓을 서슴치 않는다.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산 쇠고기 재개방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 30일 국회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이 보고서는 캐나다가 광우병 상시발생국이어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곤경에 처한 축산농가의 현실을 비춰 수입재개는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입장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국회의 반대도 아랑곳 않고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강행하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 작업장 선정을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캐나다산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전망이다.

미국산 쓰나미에 캐나다산마저 몰려올 태세니 소값이 폭락을 거듭하면서 투매현상까지 일어난 것이다. 젖소 숫송아지 한마리가 1만원에도 안 팔린다는 현실이 그것을 말한다. 우유를 40여일 먹여 키워봤자 본전을 건질 수 없으니 사육을 포기한다는 소리다. 어떤 농축산물도 미국의 토지-노임개념이 없는 거대자본의 생산물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 다만 가축은 사료를 먹여 키워야 하는 까닭에 소 파동이 먼저 왔을 뿐이다. 값싼 미국산 농축산물에 밀려 농업을 포기하는 사태는 이제 시간의 문제로 다가온다. 식량주권-식량안보를 포기한 국가는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식량공급을 타국에 의존하는 국가가 어찌 강대국이 될 수 있겠는가? 일본은 세계에서 어떤 나라보다도 정치-경제적으로 친미국가이다. 하지만 미국과 FTA를 맺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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