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박원순-안철수의 승리, 정국에 '대형 쓰나미'
李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대선구도 변화 등 대혼란 불가피
 
김재덕   기사입력  2011/10/27 [06:53]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박원순-안철수'의 승리로 돌아갔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는 대형 쓰나미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빼앗기는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가속화, 한나라당 지도부 책임론, 대선구도의 변화 등 대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이 번 선거가 안철수 대 박근혜의 대선 전초전 양상으로 치러짐에 따라 차기 대선구도에서 독주하던 박근혜 전 대표도 위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반면에 박 후보 승리의 일등 공신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차기 대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또 시민후보의 당선이 제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해석되면서 정치권 전체에 쇄신바람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대세론 위협, 안철수 유력주자로 부상

 
선거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차기 대선구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 번 선거가 '나경원 대 박원순'의 대결보다는 '박근혜 대 안철수'의 구도로 간주됐고 결국 안철수의 승리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선거운동 첫날 나경원 후보를 만나 공개 지원한데 이어 선거 마지막날 선거사무소를 방문해주는 것으로 선거 결과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됐다.

선거에서 이긴다면 대선주자로서 입지가 확고해지는 반면 패배할 경우 대세론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이다.

선거 이틀전 박원순 후보 사무소를 방문해 편지를 전달한 안 원장 역시 이 번 선거에 승부수를 걸었다.

대선주자들이 깊숙이 개입한 만큼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 번 선거는 단지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라고 부인해도 유권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당장 박근혜 대세론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안철수 원장이 지난 9월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한다며 전격 등장했을 때도 박 전 대표는 대선 지지도에서 안 원장에게 뒤지며 위협받았었다.

범야권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함에 따라 당내에서는 대안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이 세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 쏟아져나올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안 원장에 밀리는 상황이 올 경우 박 전 대표는 험난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안 원장의 '권력의지'가 중요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선 그의 일련의 행보가 대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 한나라당 지도부 책임론 일 듯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서울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책임론과 쇄신론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후보 공천과정에서 외부인사 영입을 고집하다 마지못해 나경원 후보를 공천하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네거티브를 주도해 역풍을 초래한 점, 소속 의원들의 전면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 등이 실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대표도 패배에 책임을 지고 선거 다음날 대표직에서 사퇴했었다.

홍 대표가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한나라당은 더 큰 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것인지, 전당대회를 또 치를 것인지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말 예산국회와 내년 총선을 코 앞에 둔 한나라당으로선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홍 대표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당 장악력은 급속히 와해될 수 밖에 없다. 당초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려던 그의 정치적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의원들, 특히 서울지역 의원들도 총선을 앞두고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25개 구청장 가운데 20곳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고, 시의원 106명중 79명이 민주당 소속인 상황에서 시장까지 야권에 자리를 내줌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의 참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한 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돈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민주당, 승리했지만 미래는 암담

민주당도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선거지원에 올인해 이겼지만 마냥 걱정이 태산같다.

시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안철수 원장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통합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서 시민사회 세력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선대위 구성과정에서도 민주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안철수 원장의 대권주자로서의 부상과 제 3신당 출현 가능성은 민주당을 더욱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은 존립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안철수 신당'은 정치권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선을 겨냥하지 않았다면 이 번에 박원순 후보를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철수 신당'이 출현하고 안 원장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경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럴 경우 "민주당은 야권통합과정에서 신당에 흡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1/10/27 [06:5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