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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시민들은 왜 이숙정 난동사건에 분노하나
젊은 여성 민노당원 이라 다를 줄 알았는데…배신감에 여론 뭇매
 
권영철   기사입력  2011/02/07 [12:13]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설날 연휴 '성남시 의회 이숙정 의원 난동사건'이 가장 뜨거웠던 뉴스 가운데 하나이다. 민주노동당 소속의 이숙정 시의원이 동사무소에서 공공근로를 하는 여직원이 자기 이름을 알아듣지 못했다고 주민센터를 찾아가 소동을 일으켰다. 시의원들의 비리나 관광성 외유 등등 나쁜 소식이 종종 들려왔던 터라 새삼스러울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숙정 사건'은 설날연휴 트위터나 인터넷에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ㄱ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시민들은 왜 이숙정 난동사건에 분노하나?'라는 주제로 다루고자 한다.

▶이숙정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되는 건가

= 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달 27일이다. 민주노동당 소속인 성남시의회 이숙정 의원이 지난달 27일 오후 3시55분쯤 성남시 판교동 주민센터(구 동사무소)에 들어서자마자 구두를 벗어 바닥에 집어던지고 서류뭉치와 가방을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 모 씨를 향해 던지고 이 씨의 머리채를 잡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숙정 시의원의 소란 장면은 CCTV에 잡혔고 이 장면이 공중파에 보도 되면서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이숙정 시의원은 자신이 판교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민원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 모 씨가 자신의 이름을 두어 차례나 알아듣지 못한 데 대해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이 전화통화 때문인 건가

= 이숙정 시의원의 해명을 듣자면 직접 통화를 해야 하는데 전화 연결이 잘 안된다. 전화를 받아도 대화를 기피하고 있어서 직접 해명을 듣지는 못했다. 다만 시민기자 한 분이 인터뷰를 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있는데잠시 인용을 하자면 이렇다.

"저는 시의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시의원으로서 권위를 내세우거나 이점을 활용하려한 적이 없다. 시민의 입장으로만 서려했고, 그러다보니 주변에서는 나를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 지역정가에서도 따돌림 당하는 분위기다. 그날도 설이 가까워오면서 주민센터에서 뭘 자꾸 갖다 주기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요원들이 또 집 문을 열고 들어와 뭘 가져오기에 그러지 말라고 전화를 한 것이다.(뭘 갖다 주려 했다는 물건은 동사무소에서 멸치세트(2~3만 원대)라고 밝힘) 그런데, 자꾸만 이름이 뭐냔 식으로 되물으며 직원이 불친절하게 받던데, 동사무소 직원들까지 나를 가볍게 보고 놀리는 것 같더라. 시의원이 아닌 일반 주민의 입장에서 전화를 했을 때 동사무소 직원이 민원인들을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서 따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전화통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설날 선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민센터에서 선물을 자꾸 보내니까 그러지 말라고 전화를 한 것이 이른바'이숙정 난동사건'으로 커진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곧바로 사죄를 했지 않느냐?

= 그렇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곧바로 사죄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 1일 트위터에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성남 시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치밀하게 조사하고 엄격하게 책임져 저희 스스로를 냉철하게 평가하겠다. 크게 꾸짖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정희 대표는 방송인터뷰에서도 “철저하게 경위를 조사하고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문제는 당 전체가 함께 책임지고 풀어가야 될 문제이고 먼저 저부터 사죄하고 스스로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져서 진심으로 죄송하다. 당기위원회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노당 경기도당은 8일 당기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진상을 파악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강력하고도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숙정 사건에 대한 시민들이나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센 것 같은데?

= 이번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달 27일이지만 공식적으로 문제가 된 건 지난 1일이다. 1일 이 모양의 아버지 이 모 씨가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에 '세상에 이런 일이…. 시의원이' 라는 글을 올렸고 MBC에서 관련 동영상 내용을 보도하면서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성남시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이 의원의 사건으로 뜨겁다. 지난 1일 이후 일주일 사이에 2천여 건에 가까운 댓글이 올라올 정도로 이른바 난리가 났다.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은 대부분 이숙정 시의원을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자질이 부족하니 자진사퇴"해야 한다거나 "무릎은 당신이 꿇어야 한다"거나"벼슬이라고…."라거나 "이제 갓 정치를 시작한 인간이 국민을 섬길 줄은 모르고 국민에게 군림하려는 자세 어디서 배운 행태인지…." 등등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트위터에도 지난 1일 이후 트윗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대체로 이숙정 시의원의 잘못된 행동을 질책하는 내용들이 많다. 다만 민주노동당원이라고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는 지적도 드물지만 여러 건이 올라와 있다.

▶사실 기초의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유독 '이숙정 사건'이 그렇게 높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

= 무엇보다도 이숙정 시의원이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민주노동당 소속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숙정 시의원의 난동의 대상이 동장이었거나 공무원이었다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취업준비를 하는 공공근로, 다시 말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폭언과 거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전혀 민노당원 답지 않은 행동을 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보신당 노회한 전 대표도 트위터에 “참으로 놀랍고 부끄럽습니다. 아픔이 뼛속 깊이 밀려오는군요. 비록 십만 명 중 한명의 행위일지라도 진보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 모습의 한 조각임을 부인할 수 없네요. 죄송한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실 기초나 광역 지방의원들의 일탈행동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각종 인허가에 개입해 돈을 받아 챙기거나 이권사업에만 몰두하거나 공무원들을 폭행하거나 폭언을 일삼은 모습은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8월 19일, 용산구의회 의장인 한나라당 박길준 구의원은 구의회 회기 중이 아님에도 구청 직원을 불러내어 폭언을 하고, 서류철을 집어 던져 직원의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나게 하는 상해를 입힌 적이 있지만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되지는 않았다. 이숙정 시의원 사건이 확대된 이유는 민주노동당원이기 때문에, 젊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그리고 진보를 내세우는 여권 단일후보로 당선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일로 진보정당이 쌓아왔던 인간에 대한 예의, 노동자에 대한 존경, 타인에 대한 배려, 보수정당 공직자와는 다른 겸손과 도덕성, 이 모든 것들이 일거에 무너졌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완장'이라는 소설 기억나지 않느냐? 이숙정 시의원도 사회 활동가로 활동하던 모습과 시의원이라는 감투를 쓴 다음의 행동,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려 하지 않고 혹시나 군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이숙정 시의원에 소동에 대해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논란이 가중되는 것 같은데?

= 이숙정 시의원의 소동을 두고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가 지난 3일 트위터에 "이숙정 시의원의 일을 조금도옹호할 생각이 없다"고 전제하면서 "시의원의 일로 보면 하찮은 난동일 뿐이다"라는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위터 전문

<일본의 유명한학자이며 평론가였던 분은 퇴임기자회견에서 당신은 좌파입니까? 라는 질문에 아니다. 저는 좌충우돌파입니다 했다. 나 또한 이 말을 잘 쓰는데 그것은 너무 어려운 일 매순간 이념의 중립지대(혹은 그렇게 짐작되는)곳에서 판단해야 하는 피투성이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숙정 시의원의 일을 나는 조금도 옹호할 생각이 없다. 한때 조국 교수의 말대로 팩트는 팩트, 개인적 입장에서는 대양만큼 복잡한 일이겠으나 시의원의 일로 보면 하찮은 난동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보논객 진중권씨는 공지영 작가와는 달리 의원직 사퇴와 같은 강경한 주장을 했다.

진 씨는 지난 2일 트위터에 "이숙정 의원에게 정의를 행사하는 방법 : 우선 종이에 국회의원 299명의 이름을 적어내라고 한다"고 한 뒤 "그 뒤 채점을 해서 이름을 못 적어 내거나 잘못 적어낸 국회의원의 수만큼 머리를 잡아당기면 된다. 그녀의 철학을 배려한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요?"라는 글을 올린 뒤 이어서 "말이 필요 없다. 당에서는 제명, 의원직 사퇴, 대국민 사과. 사과는 이럴 때 요구하는 겁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공공근로자 이 모 씨 아버지의 글을 리트윗 했다. 공지영 작가나 진중권 평론가의 글은 트위터나 인터넷에 퍼지면서 이숙정 사건이 확산되는데 일조를 했다.

진보신당도 가세를 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어 "민주노동당 이숙정 성남시의원이 주민센터 공공근로 노동자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라며 "이숙정씨는 당장 시의원직에서 사퇴하고 민주노동당 당원증도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진보신당은 이어 "지금 당장 침묵을 중단하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나와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피해자가 제기한 고소건에 성실히 임하고 제대로 형사처벌 받는 것 또한 기본"이라고 압박했다. 강 대변인은 "이번 일로 진보정당이 쌓아왔던 인간에 대한 예의, 노동자에 대한 존경, 타인에 대한 배려, 보수정당 공직자와는 다른 겸손과 도덕성, 이 모든 것들이 일거에 무너졌다"고 개탄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동안 정치권에서 보여준 폭력 난동사건들과 비교하면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 사실 이숙정 시의원의 행동을 두둔하거나 옹호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잘못된 행동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숙정 시의원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정도가 다른 사안들에 비하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즉각 공개사죄의 입장을 밝혔고 민노당 경기도당 당기위원회가 8일 징계절차에 착수할 정도로 신속하게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비난 여론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숙정 시의원이 잘못이 정말 엄청나게 크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혹시 이숙정 의원동영상 보셨나?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심각한 폭력사태라기 보다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는 사안일 수도 있는데 '기초의원' 개인에 관한 사건이 이렇게 전국적으로 부풀려진 것은 전례가 매우 드문 일이다. 민노당 소속이 아니라 여당이거나 제1야당 소속이었더라도 이렇게 난도질당했을까 하는 그런 의문도 인터넷상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숙정 시의원이 '젊어서' '여자라서' '진보라서' 다를 줄 알았는데 시의원이 되더니 다른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사실 18대 국회에서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된 건수는 모두 49건에 이른다. '자연산' 발언을 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날치기 폭력의 김성회 의원, 여대생 성희롱 발언의 강용석 의원을 포함해 국회의원 수만 35명이다. 전체 의원 299명의 12%, 의원 열 명 중 한 명은 윤리위 리스트에 올라있다.

문제는 성남 분당을 지역이 다가올 4월 재보선이 실시될 예정이고, 이숙정 시의원이 야권단일 후보로 시의원에 당선됐다는 점도 간과해서는안 될 사안 중 하나인 것 같다. 이숙정 시의원 사건은 개인의 일탈행동임이 분명하지만 선거에서는 야권 연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상대 당으로서는 호재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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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2/07 [12: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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