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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무엇인가?' 근본 성찰한 사진집 눈길
김동욱의 <사진에 관하여> 수전 손택의 물음 사진으로 화답
 
김철관   기사입력  2010/10/30 [15:29]
▲ 김동욱 작가의 < 사진에 관하여 >     © 눈빛
흐릿한 미니어처와 영화세트장 사진을 통해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현실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사진집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출판한 김동욱 사진작가의 사진집 <사진에 관하여>(눈빛출판사, 2010년 10월 22일)는 세상의 모든 진짜가 아닌 진짜와 동시에 가짜 아닌 가짜를 비유적으로 암시한 사진집이다.

실제 미니어처와 영화 세트장은 원본을 모방한 복사본으로 특히 영화 촬영을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은 모형이다. 일단 미니어처가 사진 이미지로 재현될 경우 미니어처 세상과 현실의 차이는 사실상 사라진다.

작가는 이런 두 현실의 경계를 전복시키려는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가장 전형적인 카메라로서 그리고 현실의 진실을 가장 확실히 담보하는 대형 카메라로 한국의 부천과 합천, 중국의 심천과 상하이, 일본의 시요와와 도쿄 등에 있는 미니어처 테마파크와 드라마․영화 세트장을 촬영해 작품집을 낸 것이다.

이 작품집은 개인전 <그림엽서>(서울, 갤러리 쌈지, 2006년), <오랜된 사진첩>(부산, 갤러리 소울 아트스페이스), <오래된 사진첩2>(서울, 갤러리 담, 2010년) 등에서 발표한 작품들을 엮었다.

사진집 제목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는 미국의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수전 손택(1933~2004)의 책 제목을 빌렸다. 그 책의 첫 장 『플라톤의 동굴에서』을 보고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톤의 동굴』의 글 중 “사진은 이 세상 크기를 마음대로 갖고 논다. 사진은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도 있고, 수정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 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개작하거나 조작할 수 도 있다”라는 내용에서 영감을 얻었다.

수전 손택이 보여준 사진의 일관된 상호모순적인 속성에 대해 통찰력 있는 예리함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수전 손택이 책을 썼다면 작가는 책의 내용을 사진으로 담았다고나 할까.

특히 이 사진첩에 실린 모든 작품(사진)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모든 작품이 아웃포커스로 촬영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포커스를 흐릿하게 해 언뜻 낯설게 보이게 한 것은 작가가 자신에게 사진을 서술해 나가야만 하는 과정상에서 필시 거칠 수밖에 없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사진의 정체성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를 지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김동욱 작가는 “아시아 3국에 있는 미니어처를 촬영하면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문화의 편재성, 콤플렉스 등에 심미적 경험을 했다”면서 “근대 도시를 재현한 세트장을 보면서 아시아의 근대성을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고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과연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김동욱 작가는 1962년 서울에서 출생해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산미대학원에서「農民 다큐멘터리 寫眞에 관한 硏究」로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1997년까지 <중앙일보> 사진부 근무했고, 홍익대, 성균관대 등 대학에서 사진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 수전 손택의 < 사진에 관하여 >     ©이후
지난 1995년 ‘農民-또 다른 백년을 기다리며’(웅전갤러리, 서울)라는 주제 첫 개인전을 연후, 2006년 ‘그림엽서 - Picture Postcard’(갤러리 쌈지, 서울), 2008년 ‘오래된 사진첩-Old Photo Album’(갤러리 담, 서울), 2009년 ‘강산무진’(노암 갤러리, 서울) 등에 이어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릴  '오래된 사진첩2'(갤러리 담, 서울)는 11번째 개인전이다. 사진집으로 1995년 첫 출판한<농민-또다른 백년을 기다리며>(눈빛출판사)가 있다. <사진에 관하여>는 개인 통상 두 번째 사진집이다.

한편, 수전 손택(1933~2004)의 <사진에 관하여>(2005년, 이후 출판, 이재원 옮김)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허상을 비판한 책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세기 주요 기록매체인 사진의 본성에 대한 논쟁적인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던지고 있다.

손택은 오늘날의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 존재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또 사진의 본성, 더 나아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현실을 구매하거나 구경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찰하고 있다. 책은 사진에 관한 비평집으로서 뿐만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 허구의 세계에 대한 문명론적 인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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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0/30 [15: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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