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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되살리기’, ‘되죽이기’
[김영호 칼럼] 오세훈 시장은 시민세금으로 남산 되죽이는 일 말아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0/04/08 [14:19]

1994년 11월 30일 오후 3시. 서울 남산 주공외인아파트 2개동이 발파철거공법에 따라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때 보광동, 한남동 일대에는 그 모습을 구경나온 수많은 시민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경제개발시대 서울에는 외국인 바이어들이 머물 속박시설조차 변변치 않아 주택공사가 1972년 이 아파트를 지었다. 그런데 한 때 서울의 관문이었던 한남대교에서 바라보면 우람한 아파트가 거대한 병풍처럼 남산을 가렸다. 그래서 남산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주려고 이 아파트를 헐었다. 남산 제 모습 가꾸기의 일환이었다.

남산의 본래 이름은 인경산(引慶山)이었으나 조선 태조가 한양을 도읍지로 삼은 뒤 도성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남산이라고 불렀다. 애국가 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구절처럼 나무가 많다고 해서 목밀산(木密山)이란 이름도 가졌다. 그 남산이 서울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난을 겪기 시작했다. 일제가 신사를 세웠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산자락을 월남 피난민들이 지은 판잣집으로 뒤덮였다. 산중턱까지 학교, 호텔, 군부대, 공공시설, 체육시설 등이 파고들어 자연환경-경관을 마구 파괴했다. 

서울시는 1994년 정도(定都) 600년을 맞아 남산 제 모습 가꾸기에 나섰다. 1991∼1998년 8년간에 걸쳐 흉물처럼 남산을 파먹고 있던 정부기관 21개 건물, 외국인 주택 52개동, 개인주택 16채를 헐어냈다. 그 자리에 흙과 돌을 쌓고 나무를 심어 인위적인 파괴에 의해 훼손된 자연경관을 복원했다. 외인아파트 자리에는 야외식물원을 만들고 필동 옛 수도방위사령부 터에는 남산골 한옥마을을 조성했다. 그 때 남산 이 곳 저 곳에 버티고 서있는 4개 호텔들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았다. 한때 검토했지만 엄청난 비용 때문인지 흐지부지됐다. 

서울시의 남산 제 모습 가꾸기는 남산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바뀌어 이어지고 있다. ‘남산’이란 악명을 날렸던 옛 중앙정보부 건물을 헐어내고 그곳에 녹지를 만든다. 서울시는 올해 균형발전본부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서울시 남산별관, 소방재난본부, 교통방송을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또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남산시립도서관, 남산공원관리사무소, 외국인종교휴양지, 남산맨션, 국립중앙극장 등도 철거대상이다. 서울시는 장충단공원에 널려있는 각종 체육시설과 함께 24개 동상, 기념비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남산의 상징적 유적인 성곽과 봉수대도 복원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거꾸로 가려고 한다. 내일신문(3월 25일자)에 따르면 서울시가 남산, 북한산, 북악산 일대에 관광호텔 신축 또는 증축을 허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 일대는 자연경관지구로서 건축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럼 무엇 때문에 그 많은 돈을 퍼부어 시설물을 헐어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이 반발하고 있어 선거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남산, 북한산, 북악산 일대 1,256ha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이 지구내에서는 숙박시설의 신축, 증축을 불허하며 기존 숙박시설도 수리만 가능하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도시계획의 조례를 고쳐 호텔 건축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산에 자리 잡고 있는 하얏트, 신라, 힐톤, 타워호텔은 증축이나 신축이 가능하다. 또 다른 사업자가 새 호텔도 지을 수 있다. 기존의 시설물을 철거하려면 엄청난 시민세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관광객 유치를 핑계로 특정업자에게 특혜를 주면서 산림파괴와 경관훼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호텔을 보려고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말이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서울시 일부 의원들이 규제해제를 추진했다가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가 반대하고 비판여론에 밀려 포기한 전례가 있는 것이다. 그 때는 서울시가 남산 제 모습 찾기 기본계획을 내세워 반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앞장서고 여기에 일부 시의원들이 가세해 규제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의 서울시는 지난해 남산을 잠식한 건축물을 단계적으로 철거하여 공원으로 복원하겠다는 남산 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시민세금으로 남산을 되살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산을 되죽이겠다는 짓이다. 임기말에 무엇을 노리는지 궁금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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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08 [14: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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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사랑 2010/04/09 [19:51] 수정 | 삭제
  • 옳고 바른 말씀입니다. 이 나라에 이렇게 인물이 없는가 한탄스럽습니다. 도대체 세금으로 나라를 망치는 자들이 지도자 행세를 하니까요. 시장이나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들은 사람부터 제대로 된 뒤 나서길 ....
  • 우러정사 2010/04/09 [14:01] 수정 | 삭제
  • 착한사람들을 피눈물흘리게하는 악질사기꾼 원문호 주민 등록번호4912101058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