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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민주당 플랜' 논란, "박근혜가 작성했냐"
'성장' 중심 3대 가치 확정…당 안팎 '혼란', 비판급증 "10% 아래로 추락"
 
이석주   기사입력  2009/05/18 [11:37]
민주당 지도부가 '탈이념'과 현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며 당 쇄신 방환의 일환으로 마련한 '뉴 민주당 플랜'이 17일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제1야당' 민주당의 정체성 등을 둘러싼 당 안팎의 논란이 급속도로 가열되고 있다.

당 내부에서 조차 '선명한 이념적 가치가 배제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판과 함께, 우경화 논란과 '대여 투쟁의 포기'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 당내 갈등이 본격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 민주당 플랜의 키워드는 '성장'…"재벌에 알레르기 반응 보여선 안돼"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사는 공동체'

민주당 정세균 체제는 '뉴 민주당 플랜'을 공개하며 이와 같은 문구를 3대 가치로 확정 발표했다. 창조적 발전모델을 통해 당 현대화를 최대 목표로 삼겠다는 것이다. 
 
▲ 민주당 정세균 지도부는 17일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사는 공동체'를 3대 기치로 내걸고 이른바 '뉴 민주당 플랜'을 발표했다.     ©CBS노컷뉴스

이날 발표된 '플랜'은 초안에 불과하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 이밖에도 당 지도부는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2대 발전 전략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 초안에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새로운 발전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동시, 정부의 역활과 관련해선 시장을 신뢰하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강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당의 위기상황를 진단한 대목에선 "참여정부와 민주화 세력이 표방한 기본가치와 정책방향은 옳았지만 정책수단은 유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으며, 이로 인해 뉴 민주당 플랜은 경제 문제와 관련, 향후 '성장'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은 17일 '뉴 민주당 플랜' 발표 기자회견에서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대립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를 위한 제안"이라며 "성장 방식을 두고 한나라당과 경쟁해야 할 때"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재벌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게 아니라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합리화 한 뒤, "당 내 모 의원은 재벌에 알레르기 반응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문제가 있다"고 밝혀, 자칫 노선 갈등을 부채질 하는 발언도 함께했다.

민주당은 이날 뉴 민주당 플랜에 대해 '초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향후 정세균 체제는 오는 19일과 25일 각각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전체회의와 전국순회 당원토론회를 잇따라 진행한 뒤 이날 제시된 '뉴 민주당 플랜'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당 내 핵심의원들 맹성토…노회찬 대표 "진보에 대한 왜곡된 인식 확산"

하지만 구체적 계획 제시 이전 부터 당 일각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됐던 상황은 급기야 천정배, 추미애 의원 등 당 핵심 의원들의 맹성토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경화' 논란을 넘어 '한나라당 2중대' 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제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현대화의 길'이란 말은 뭔가 어정쩡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서 추미애 의원도 "우리는 강남 부자를 적대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 2중대인지 착각할 정도"라고 평가절하했다.

이같은 비판적 목소리는 민주당을 넘어 진보진영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간 '진보'인 척 했던 민주당이 비로소 '한나라당 2중대'의 본 모습을 보였다는 질책인 셈.
 
▲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CBS노컷뉴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표단회의를 갖고 "다른 당 내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이른바 진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강하게 확산시키고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뉴민주당 플랜은 어불성설"이라고 힐난했다.

또 "한번도 '진보'였던 적이 없었던 민주당이, 그간 진보인척 하면서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경제사회정책을 추구해온 민주당이, 갑자기 '진보'였던 것처럼, 그래서 진보를 넘어서는 것처럼 하는 것은 진보진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10년간 민주당이 어떻게 국민과 멀어졌는지, 어떻게 심판 받았는지에 대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특히 지난 시기의 정책방향이 옳았으나 정책수단이 유효하지 않았다는 부분과 관련해선 국민들이 결코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강남과 부자를 포용하겠다'는 주장과 관련, "강남부자들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지난 5년간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2배나 오르고 백만장자 증가율은 전세계 7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며 "한나라당과 정책적 차별성을 좁혀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표는 "우리는 보수 진보 이념 논쟁에 빠지기를 원치 않는다"며 "일각에서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저는 이게 근거가 있는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민주당 홈페이지도 '후끈'…"이제 당 지지율은 10% 아래로 추락할 것"

한편 민주당 홈페이지에서도 당원 토론방을 중심으로 '뉴민주당 플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는 동시, 이와 관련한 찬반 양론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일부당원은 '탈당'까지 선언하며 지도부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자주(박명수)'는 "물론 새가 한쪽 날개로는 날수 없을 테지만, 뉴민주당플랜은 우측 날개로 가는 플랜임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며 "뉴라이트 2중대인 민주당은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 차라리 재벌살리기에 본격 나서라"고 일침을 가했다.
 
▲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당 지도부를 맹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 민주당 홈페이지

'둥지(강상수)'는 "당원인 내가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이것을 보면 밥먹고 할 일 없는 작자들이 하는 짓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며 "국민들이 민주당에 강력한 대여투쟁을 바라는 상황에서, 지지율 20%는 고사하고 10%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맹성토했다.

'사무엘(민병홍)'은 당 지도부가 이번 플랜을 '초안'이라고 밝힌 것을 강도높게 비판한 뒤, "이념적 정당으로 본다면 지금의 민주당은 정당의 정체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 선언은 한나라당이 더 좋아할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반해 '장원종'은 "이제는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 과거식으로 극소수만을 위한 정당이라면 민노당으로 족하다"며 "그저 한나라당이 외치면 보수, 민주당이 외치면 진보라는 색깔 부터 수정한 다음, 모든 사물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민수' 역시 "정당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려면, 그 정당은 탄력적이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당이어야한다"며 "이념정당에서 탈피하겠다는 결단을 환영한다"고 주장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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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18 [11: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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