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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비세 신설은 소외지역 '왕따전략'
[홍헌호의 진단] 지방소비세는 재정격차 심화, 지역균형발전 생각해야
 
홍헌호   기사입력  2009/05/08 [14:06]
지방의 모방송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최근 나온 기사들을 검색하다 보니 <한겨레>가 ‘한겨레스럽지 않은 기사’를 내보내고 있어 이에 대하여 몇 자 적고자 한다.

한겨레스럽지 않은 기사 유감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10%를 지방세인 지방소비세로 전환하면 지방정부의 재정이 최대 20%대까지 늘어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 교수는 “지방소비세가 도입되면 지방 세수가 6조4743억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지방소비세 신설로 늘어나는 지방세는 이보다 많은 8조2326억원이지만, 부가가치세가 10% 줄어들면서 지방교부세가 1조7583억원이 감소해 이런 규모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방소비세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새 정부가 각종 감세 정책을 펴 지방정부의 재정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지방소비세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겨레> 3월 26일)
 
▲ (출처) : 유태현, 지방소비세의 합리적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2007)   

이런 경우가 상당히 난감한 경우이다. 유태현 교수는 2007년의 상황에서 2007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한 것 같은데, 상황이 많이 바뀐 지금 엉뚱하게 최모 교수가 그것을 2009년의 상황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겨레> 또한 최모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유태현 교수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의 도표를 집어 넣어 혼선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지방교부세 대신 지방소비세 신설 요구? 어리석은 짓

그럼 2007년의 상황은 어떠한 것이고 2009년의 상황은 어떠한 것인가. 2007년은  정부가 이렇게 대규모로 감세를 감행하여 지방재정 불균형해소에 크게 기여하는 지방교부세를 대폭 줄여 놓을지 아무도 모르던 때였다. 따라서 당시에 유교수가 지방교부세와 별도로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떼어 내서 그것을 지방소비세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그렇게 무리한 주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2009년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2009년은 MB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지방교부세가 엄청나게 줄어 들어 지방재정 불균형이 극도로 심화될 위기가 도래한 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정부들, 특히 비수도권 지방정부들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8조 2326억원의 지방교부세를 보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8조 2326억원의 지방소비세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8조 2326억원을 지방교부금 배분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경우와 지방소비세로 배분하는 경우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 차이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 (주) 지방교부세 배분비율은 2009년 행정안전부의 배분배율에 의함. (주) 지방소비세 배분비율은 2007년 유태현 교수의 보고서에 의함.    

위 표를 보면 비수도권 지방정부들이 지방교부세를 보충해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지방소비세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표를 보면 지방정부들이 전자 대신 후자를 요구할 경우 경북과 전남의 지자체 재정에 각각 8,652억원, 7,407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강원·전북·경남의 재정에도 연간 4,000억원대의 재정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위 표를 가구당 배분액으로 환산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 결과를 도표화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주) 지방소비세 신설의 효과는 유태현 교수의 보고서를 그대로 따름    

위 표를 보면 지방정부들이 지방교부세를 보충해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지방소비세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전남의 재정에는 가구당 112만원, 경북의 재정에는 가구당 90만원 손실이 발생하고, 강원도와 전북의 재정에도 각각 가구당 83만원, 74만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혹여 이 글을 본 대도시의 지방정부 관계자들 중 일부는 필자에 대해 지나치게 좌파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일 뿐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바는 2007년 수준의 지방재정 균형상태로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방식의 지방교부세 보충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필자가 2007년 수준 이상의 지방재정 균형상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지방분권을 외치는 학자들을 경계하는 이유

최근 MB정부는 지방교부세를 보충해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지방소비세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부 지방정부와 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도시 지방정부들은 자신들이 중앙정부의 식민지라고 떠들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방정부들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필자가 지방균형발전을 외면하고 과도하게 지방분권을 외치는 학자들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분권을 과도하게 추진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욱더 크게 벌어진다. 그 역기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지역간 세수격차가 큰 세원은 국세로 징수한다. 그리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한다. 그런데 지방분권을 과도하게 추진하여 이런 세목들을 대부분 다 지방세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농어촌 지자체 간의 재정 격차는 더욱더 크게 벌어진다.      

진정으로 양심을 가진 학자들이라면 ‘지방분권’이라는 그럴듯한 구호만 반복하여 외치기보다는 어떤 것이 진정으로 소외된 지역주민들을 위한 길인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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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08 [14: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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