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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신사임당 말도 안 된다, 시대착오적 발상
[하재근 칼럼] '현모양처' 상징은 부적절, 기술경쟁력 강화 부각시켜야
 
하재근   기사입력  2009/02/27 [09:48]
결국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 지폐가 곧 발행된다. 이건 어느 모로 보나 말이 안 된다. 신사임당은 한국에서 ‘현모양처’의 상징이다. 한국 최고액권의 주인공으로 현모양처가 등장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 당치도 않은 일이다.  

1. 장영실이 있다  

한국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현모양처가 아니라 기술경쟁력이다. 우리나라가 ‘샌드위치’ 신세라는 경고가 유행이다. 한국사회 주류의 샌드위치 타령은 과한 감이 있다. 이 세상에 1등과 꼴찌 빼놓고는 샌드위치 신세가 아닌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샌드위치라는 말로 국민을 위협하면서 경제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고, 교육을 그들 입맛대로 재편하려 한다.  

그렇게 악용되는 샌드위치 담론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위기인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한국은 지금 ‘추격의 위기’에 처해있다. 맹렬히 선진국을 추격하던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주저앉았다. 1970년대에 발진시킨 중화학공업 이후에 태동한 산업은 IT산업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 부문은 우리의 기술경쟁력이 취약해 제품 생산의 태반을 일본부품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5만원 권 지폐 도안.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부터 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은행

그 부품들을 가져다 완제품을 조립하는 것은 중국이 맹렬히 우리를 따라잡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봉착한 경쟁력 위기의 핵심이다. 우리가 우리 손으로 부품과 기계 등 정밀제품들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금융버블과 양극화가 폭주하면서 금융서비스업과 ‘사’자 돌림 전문직 종사자들의 나라가 되어간다. 이들은 기술경쟁력과 상관이 없다. 반대로 이공계와 ‘공돌이’들은 점점 한국에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몇 년 전엔 우리나라의 두뇌유출 정도가 OECD 2위라는 발표도 있었다. 이공계 유학자들의 귀국율도 날로 떨어진다. ‘공돌이’가 되려는 한국인은 이제 없다시피 하다. 한국의 ‘현모양처‘들은 제 자식을 영어귀족을 만들려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 이건 정말 위기다.  

한국 최고액권이라면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야 한다. 문과가 지배했던 조선, 육사와 법대가 지배했던 한국, 그리고 금융서비스와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현재에 필요한 것은 기술력을 가진 ‘우리의 손’이다. 동시에 사회적으론 양극화 해소, 차별 철폐가 당면 과제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이 ‘노비 기술자 장영실‘이다. 그는 노비이면서 당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만들어내 차별의 벽을 뚫은 인물이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를 통해 국민에게 귀감이 될 인물은 ’현모양처‘가 아니라 ’노비 기술자‘여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과제에 부합한다.  

2. 유관순도 있다  

꼭 여성이어야 한다면 그 취지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면 유관순이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식민통치의 잔재를 해소하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금융개방과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한국의 자산을 접수하면서 신식민구조로 진입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의 산업자본을 일궜던 사람들의 2세, 3세들은 지금 외국자본의 대리인 역할을 하거나 외국유학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국가의 건전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형편이다. 요즘엔 영어가 국어 위에 서고 있다. 중국문자가 한글을 압도했던 조선시대로 퇴행한다.  

지금 필요한 건 국가적 주체성이다. 유관순은 여성이면서 동시에 결연한 주체적 의지를 상징한다. 꼭 여성이어야 한다면 유관순이 더 적절하다.  

4. 허난설헌도 있다  

신사임당을 단지 현모양처가 아닌 여성 예술가로 보자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현모양처 예술가‘인 신사임당보다 시대와 불화했던 천재 예술가 허난설헌이 있다.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은 한국에 본격적으로 여성억압이 시작되던 시기에 살았던 인물이다. 특히 허난설헌은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시집살이의 고통을 당했던 여성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집은 중국과 일본에서 간행될 정도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으나, 한국의 성리학 가부장사회는 그녀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집에서 ‘며느리’로 살 것을 강요받은 그녀는 일찍 죽고 말았다.  

민주노총의 성폭력, 한나라당에서 강연한 대학총장의 성희롱 발언 등 한국사회는 아직까지 가부장적 악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노동유연화, 입시경쟁, 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도 여성이다. 여성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며 자식 교육비를 벌어댄다.  

수백 년 간 고통 받은 여성의 처지를 이제 바꾸면서 동시에 예술성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현모양처 예술가보다 유교 가부장사회에서 고통 받은 여성을 상징하는 허난설헌이 적절하다.  

4. 여성 노동력의 관점에서 봐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이제 곧 노동력 부족 위기에 빠진다. 인구를 지금 당장 늘릴 수 없다면, 가장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여성 노동력이다.  

한국사회에 지금 필요한 여성상은 현모양처가 아니라 당당히 사회활동하는 이미지라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봐도 현모양처의 대표주자 신사임당이 최고액권 모델로 등극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까지 검토한 것처럼 어느 모로 보나 말이 안 된다. 5만원권 모델을 교체해야 한다. 과거엔 이미 발행한 지폐도 곧 사용중지한 적이 있었다. 1962년에 아이와 엄마를 모델로 발행됐던 100환권이 일년도 안 돼 사라진 것이다. 5만원권은 아직 발행도 안 됐다. 그러므로 모델 교체할 시간은 충분하다. 신사임당은 바꿔야 한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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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2/27 [09: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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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9/03/01 [00:57] 수정 | 삭제
  • 말된다/비록 하재근이 좌파 진보가 아니고 철학과 사상에서 덜 여물어 논리에 일관성이 결여된, 매명욕을 채우기 위해 노빠 개혁수준의 어설픈 진보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긴 해도, 뜬금없이 이화여대를 끌어오면서 '주댕이만 산 진보마초'라 악평하면 이 글의 논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오이다. 하재근이 평소 이화여대를 지지하거나 기득 여성계를 옹호한 사람이었던 가요? 난 잘 모르는데 궁금하오.

    오히려 이 글의 수준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수준미달이오. 예컨데, 도대체 한국인 중 각종 지폐에 등장한 주인공 인물이 누군인지 당장 이를을 대보라 하면 정확히 알아 맞추는 사람이 얼마나 될런지. 어차피 그러 그러한 후보들 중 한사람일 거라면 그것이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에게 어떤 의미를 준다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는 거지요. 진보가(진보경제학이) 지폐에 실린 인물을 누구로 삼아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 건지.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는 대한민국 경제는 왜 액면 50,000원짜리 화폐, 즉 0 이 5개나 붙는 고액 화폐가 필요해야 하는 건지, 5만원이라 해 봐야 미달러로 35불 중국 인민폐로 250위엔인데...이러한 화폐 도안 주인공 논쟁 수준은 바로 5만원 화폐에 담길 경제적 핵심을 무감각 하게 만들고 액면 경제학의 경제적 손익을 감추게 만든다는 거지요.
  • 말 된다 2009/02/28 [16:36] 수정 | 삭제
  • 이화여대에서 명바기 마누라 불러다 '자랑스런 이화인상' 수상하는거 보고, 아! 신사임당이 우리나라 여성계의 수준이구나.....
    저렇게 되는게 순리구나...하고 느꼈다.
    영삼이, 대중이 이 뒤로 딸자식 하나씩 숨겨두고 호박씨까던 오입쟁이들을 '자랑스런 이화의 사위'랍시고 불러다 잔치 벌이고 지럴허던 것들,
    갸네들이 도대체 누구냐?
    이 나라 여성계의 산실, 배꽃여대 아해들 아니더냐.
    이 나라의 여성들이란 주댕이로는 평등을 외쳐도, 결국 잘난 남편, 잘난 사위 얻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존재란다.
    그러니 하재근, 너 주댕이만 산 진보마초여, 그 입 다물라.
    여성 스스로가 원하나니 그 길을 가게 내버려 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