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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의 Money game, 미국은 추락하는가?
[우리힘의 눈] 영화로 본 ‘월스트리트’, 미국의 금융대란, 어디가 끝일까?
 
김영주   기사입력  2008/10/10 [15:17]
* 미국의 금융대란, 어디가 그 끝일까?

미국에서 ‘금융대란’이 일어났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다고도 하고,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간다고도 한다. 1930년대 대공황은 20세기 5대 사건 중에 하나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파시즘’ 그리고 소련에서 스탈린이 득세하게 된 터전을 마련해 주었고, 마침내 2차대전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이 금융대란의 파장은 어디로 어떻게 퍼져나갈까? 미국은 이대로 추락하는 걸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덜 나쁜 자본주의’ 쪽으로 개선될까? 분명한 것은, 올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오바마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맥케인이 당선되면, 미국은 추락하는 쪽으로 갈 것 같고, 오바마가 당선되면 ‘덜 나쁜 자본주의’로 갈 것 같다.( 오바마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내 개인의 ‘희망사항’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 나머진 잘 모르겠다. 마냥 두렵기만 하다. 그 동안 미국은 해도 너무 했다.

* [월 스트리트], “Greed is Good! Greed  is Justice!”

문득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 스트리트]가 떠올랐다. 1987년 영화이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1985년, 세계 금융의 심장 ‘월 스트리트’.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머니도 애인도 팔아치울 듯한” 마이클 더글러스 그리고 마이클처럼 화려한 돈벌이의 마법사가 되고 싶어하는 챨리 쉰이 서로 밀고 당기며 주식과 M&A로 ‘쩐의 전쟁’을 벌인다. 그들 사이에 신데렐라를 꿈꾸는 화가 애인과 항공회사 노동조합장 아버지가 얽히고설킨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어느 회사를 사들이는 줄다리기를 하면서 주주들에게 열변을 토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와 실업 문제로 2등 국가로 전락하고 있고, 이 회사는 경영진의 농땡이 그리고 소유와 경영의 불일치로 병들어가고 있다. 예전의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카네기 · 멜론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여 회사를 다부지고 활기차게 밀고 갔다. 이 회사의 경영진은 지금 겨우 3%의 지분만으로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부사장만 해도 자그마치 33명이다. 지난 2개월 동안 부사장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자기들끼리 무슨 문서나 주고받으며 도장 찍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연봉은 수억이다. 내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 이 썩어빠진 농땡이를 철저히 없애버리겠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로 이 열변을 마무리한다. “주주 여러분, Greed is Good! Greed is Justice! 탐욕Greed은 지금 병들어 썩어가고 있는 이 회사뿐만 아니라, 미국이라는 이름의 부실회사도 확 뜯어고칠 겁니다.”

‘시장 만능주의’의 화신 그 자체였다. 노골적이고 당당하고 강렬하다. 그 회의장은 찬물을 끼얹듯이 숨죽였고, 마침내 열화와 같은 환호의 박수를 받는다. Harvard Business School의 MBA과정 학생들에게 이 영화가 바이블이란다. 탐욕을 향한 이 선언은 극단적인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할 때마다 같은 언론에 틈틈이 등장하며, 비즈니스스쿨 수업에서도 자주 인용되었다. 하바드에서 America's Riches fictional 15에 선정될 정도로 ‘미국형 자본주의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미국은 이렇게 탐욕스런 아귀다툼을 “경쟁은 아름답다”며 ‘시장’이라는 이름아래 찬양하여 눈멀게 하는 사회이다. 그것은 막스 베버가 말한 ‘청교도 신앙과 자본주의 정신’이 결코 아니며,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예정조화는 더욱 아니다. 지난 200여년 사이에 누가 어떻게 무슨 마법을 걸었기에, “Greed is Good! Greed is Justice!”라는 극렬한 타락이 오히려 이 세상을 떵떵거리며 호령하게 되었을까?

* 미국의 Money game, ‘양의 탈을 쓴 늑대’

지난 20세기의 100년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서로를 악마라며 ‘마녀사냥’하느라 ‘자기 이념의 집착’에 빠져 그 이론의 뿌리를 제대로 다듬어내지 못했다. 악랄한 ‘극단의 시대’였다. 공산주의는 자기 모순의 수렁에 빨려들어 스스로 무너졌다. 그걸로 자본주의는 자기의 우월감을 만끽하며 ‘역사의 종말’이라고 의기양양 거들먹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올바른 승리에 마땅한 긍지’라기보다는 ‘허깨비 승리에 자기 착각’이었다.

미국은 60년대 베트남 전쟁에 끼어들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하였고, 70년대부터 인플레이션으로 실물경제가 꼬여들었고, 80년대엔 실물경제가 눈에 띄게 시들어가면서 일본과 독일에 밀렸다. 그 쇠락하는 실물경제력에 깃든 병색을 감추기 위하여, 80년대부터 G7정상회담이라는 판을 벌려 Money game으로 분위기를 잡아 허세부리며 떵떵거렸다. “자기도 속이고 남들도 속였다.” 미국은 속으로 곪아가는 강대국이었다. 이번 ‘금융대란’은 그 동안 떵떵거리던 허세가 빵구나고 감추었던 병색이 들통난 ‘자업자득’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의 Money game은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 ‘천민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카지노 자본주의’요, 아니 그보다도 ‘사기 자본주의’였다. 미국의 어떤 학자는 “자기 돈으로 마약을 사 먹다가, 돈이 떨어지니까 마약장수에게 돈을 빌려서 다시 마약을 사 먹는 꼴“이라고 하였고, 오래 전부터 미국의 자본주의가 위험하다고 경고한 세계은행총재 조셉 스티글리츠는 ”그동안 미국은 위선적이고 부정직했다“고 내쏘아 붙였다.

* 기지촌 지식인의 추한 자화상

이런 ‘시장 만능주의’의 뿌리에 박힌 ‘위선과 맹신’을, 난 10년 전쯤에 [시장주의, 그 신화와 환상](인물과 사상사, 1999.)이라는 책에서 자세하게 파헤쳤다.( 내 나름으론 쉽게 쓰려고 노력한 책이지만, 이제 다시 돌이켜보니 대중이 보기엔 많이 딱딱하고 어렵다. 이 까다로운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

그 동안 우리는 그런 미국의 경제학과 경영학을 선진학문이라며 무턱대고 베껴댔고, 미국의 투기금융을 선진금융기법이라며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려한다. 그리곤 마침내 그런 미국과 함께 쇠고기협상으로 찐한 키스를 나누었고, 한미FTA라는 침대에서 섹스하려고 곱게 꽃단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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