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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조선족' 보다 못한 정부관료들의 '한글사랑'
우리말겨레모임, 우리말 지킴이-훼방꾼에 '연변 조선족'-'공무원' 선정
 
취재부   기사입력  2008/10/06 [12:37]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이대로 등)이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2008 우리말 지킴이'를 선정한 결과, 중국 현지에서 '우리말 사랑'을 강조하며 한글 사용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동포들이 으뜸 지킴이로 선정됐다.
 
이에 반해 국어기본법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외래어 사용을 남발한 '우리말 헤살꾼(훼방꾼)'에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기관 공무원들과 영어 수업시간의 확대를 추진 중인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불명예를 안았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한글문화연대 등 선정 "우리말 살리는 일은 시대사명"
 
시민단체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8년 우리말을 지키는데 힘쓴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각각 10곳씩 선정해 발표했다.
 
으뜸 지킴이로 선정된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동포들'의 경우, 거리의 간판 및 공문서 등에 '한글의 우선 사용'을 몸소 실천했으며, 현지의 중국인들에게 우리말 가르치기를 실천한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 연길 시내 간판들, 한글은 위에 쓰고 중국글은 아래 쓴다는 규칙을 잘 지키고 있다.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겨레모임은 선정 이유와 관련, "연길시는 중국이지만 간판에 중국 글씨가 아닌 한글을 먼저 쓰고, 공문서와 교과서에도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고 살리려는 동포들의 굳은 뜻과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에서 우리 겨레의 삶과 문화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인사전통문화보존회'와 지난 1958년 갈물 이철경 씨가 만든 한글 붓글씨 모임인 '갈물한글서도회'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경북동남부 방언사전'을 펴낸 정석호 씨 ▲우리말 지키기에 앞장서온 한글문화연대 ▲미국 뉴욕에서 한글을 알리며 활동 중인 강익중 설치미술가 ▲온라인 한글박물관을 연 윤디자인연구소 ▲정운찬 서울대 교수 등이 우리말 지킴이로 선정됐다.
 
이대로 공동대표는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고, 우리 말글로 좋은 글을 많이 쓸 때 우리말도 살고 겨레도 빛난다"며 "우리말을 살리는 일은 시대사명"이라고 강조했다.
 
한승수 총리-교과부-정부 공무원 등 '우리말 훼방꾼' 불명예 
 
반면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국어기본법을 무시한 채 한자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공무원들과 영어조기교육을 확대 실시하려는 교육과학기술부, 영어몰입교육을 추진중인 정부기관 공무원들을 '우리말 사용을 방해한 으뜸 훼방꾼'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지난8월 현역 총리로선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의 경우, 당시 '東海의 우리땅 獨島, 國務總理 韓昇洙'라고 적힌 빗돌을 세웠지만, 지나친 한자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지난8월 독도 방문 당시의 한승수 국무총리     ©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겨레모임은 "국무총리가 앞장서 이렇게 법을 어기는데 어느 공무원이 법을 지키려 애쓰겠는가"라며 "서울시 공무원들이 공문서 표지나 제목의 글자를 한글로 쓰지 않고 한문으로만 쓰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공무원의 실태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는 '광고물 문자는 한글맞춤법,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들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어쩔 수 없이 외국문자를 쓸 때는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는 옥외광고물설치법 제13조를 거론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대해서도 겨레모임은 "교육부는 마땅히 영어교육을 강화하기에 앞서 국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영어조기교육을 확대하기에 앞서 마땅히 모국어조기교육의 정책을 개발하지 않으면 겨레의 뿌리가 빠지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하이 서울' 등 영어구호를 광고하는 지방자치단체들과 ▲회사명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회사들 ▲아파트 이름을 외래어로 표기하는 회사들 ▲한자 혼용을 고집하는 일간 신문들 ▲점점 늘어만 가는 영어 간판들 ▲영어 마을을 만든 지방자치단체장들 ▲식품 표시 기준을 바꾸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각각 우리말 훼방꾼으로 선정됐다.
 
올해로 9번째 맞는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선정
 
한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우리 얼의 그릇인 우리말을 지키고 살려서 나라와 겨레를 지키고 빛내자'는 뜻으로 태어나 현재 1000여명의 시민이 모인 우리말 살리기 시민운동모임으로, 아동 문학가 이오덕 선생의 제의로 10년 전 부터 활동을 해오고 있다.
 
겨레모임은 매달 '우리말 우리얼'이란 모임의 회보를 만들어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매년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올해로 아홉 번 째를 맞고 있다.

 
다음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의 보도자료 원문
 
<2008년 우리말 지킴이 10>
 
1.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동포들

  중국 동북 삼성에는 200여만의 우리 동포가 살고 있다. 거기서도 연길시 동포들은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빛내는 일을 줄기차게 힘쓰고 있다. 연길시는 중국이지만 간판에 한글을 위에 쓰고 중국 글자는 아래에 쓰며, 공문서와 교과서도 한글로 쓰고 있다. 이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지키고 살리려는 동포들의 굳은 뜻과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한자를 섞어 쓸 것이냐 한글만 쓸 것이냐 논란이 많았으나 한글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고 있다. 연변자치주정부가 한글을 쓰는 규정을 만들고, 중국조선어학회와 중국조선어사정위원회가 우리말을 살려 쓰고 지키는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열고 통상을 펼치면서 한국말을 배우는 중국인들이 늘어나자 중국 곳곳으로 나가서 우리말 가르치기에도 힘쓴다. 
 
2. 서울 종로구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서울 종로 인사동 골목은 우리 겨레의 삶과 문화가 살아 있는 문화박물관이다. 갖가지 골동품과 미술, 공예를 비롯한 온갖 전통 문화 상점이 들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거리다. 이 골목은 정겨운 우리 토박이말 간판으로 더욱 돋보인다. ‘모깃불에 달 끄실릴라’, ‘갯마을 밀밭 집’, ‘두레’, ‘북 치고 장구 치고’, ‘흐르는 물처럼’, ‘아리 아리랑’, ‘오! 자네 왔는가’ 같은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 간판이 많다.

  이처럼 정겨운 거리는 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인사전통문화보존회’의 남다른 뜻이 이루어낸 것이다. 일테면 미국 커피회사 스타박스가 이곳에 영문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려 했을 때에 모임에서 나가라고 했더니 간판을 한글로 바꾸어 달고 버티고 있다. 세계에서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글자로 쓴 하나뿐인 ‘스타벅스’ 간판이다. 인사동에는 ‘래드망고’ 라는 요쿠르트 집도 한글 간판을 걸었고, ‘크라운 베이커리’도 한글 간판을 달았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모임이다. 
 
▲ 미국 회사에서 영어 아닌 외국 글자로 쓴 오직 하나뿐인 간판     © 우리글살리는겨레모임
      
3. 갈물한글서도회

  갈물한글서도회는 1958년에 갈물 이철경님이 만든 한글 붓글씨 모임으로서 지난 50년 동안 아름다운 한글붓글씨로 한글을 빛냈다. 한문 서예 풍토에서 한글 궁체를 대중화하여 서울시 정도 6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였던 타임캡슐에 갈물한글서회 도록을 남겼는가 하면 1995년에 141점, 1996년에 60점의 작품을 대한민국 재외공관에 기증하여 우리문화의 깊이와 예술정신을 널리 알렸다. 올해로 제45회 전시회를 열었으며 현재 600여명의 회원들이 한글서예보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한자 서예가들이 한자혼용에 앞장서는 것과 달리 우리말과 글을 살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답다.

  모둠을 만든 갈물 이철경님은 1935년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1952년까지 배화여고·이화여고·춘천여고·충남여고·수원여고에서 음악과 서예를 가르쳤으며 광복 뒤 맨 처음으로 글씨본인 《초·중등 글씨본》 6권을 펴냈다. 이분은 일찍이 1930년대 한글맞춤법 통일안의 제정위원이셨고, 1932년 조선어학회 기관지 한글이 속간될 때 김윤경, 이극로, 최현배 같은 분들과 함께 활동한 한글 운동가 이만규 선생의 따님이시다.
 
4. 《경북동남부 방언사전》을 펴낸 정석호님

  정석호(72·부산 북구)님은 국립체신고등학교를 마치고 통신 분야에서 평생을 바치고 퇴임한 다음 고향인 경북 영천을 중심으로 경주와 포항 등 경북 동남부 사투리 6,700여 낱말을 쓰임새와 함께 풀이하여 815쪽 분량의 <경북동남부 방언사전>을 2007년 12월에 펴냈다. 이 책을 들고 고향인 영천 시청을 찾은 정씨는 “언어는 선조들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도록 어감까지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 시절을 보낸 영천 등 경북 동남부지역의 방언을 연구해 펴낸 책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어 고향을 찾았다”고 말했다.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발품을 팔면서 마을을 두루 찾아다니며 사라져가는 진짜 우리말을 샅샅이 찾아 뜻과 쓰임새를 풀이하고 그런 말을 쓰며 살던 선조들의 삶을 정성스레 갈무리해 책으로 펴내는 모습이 거룩하고 아름답다.
 
5.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연대는 외국 말글의 흙탕물에 쓸려 가는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가꾸며 우리 문화와 학문을 일으키려고 여러 가지 일의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다. 학술, 방송, 언론, 출판 이런 여러 일에서 아름다운 우리 말글을 가꾸어,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본모습을 찾고, 나아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한글문화를 일으키려고 2000년 2월에 창립하고, 2001년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한글문화연대는 영어 남용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퍼진 우리말 침해를 막는 일에 앞장서면서, 초등 교사들을 대상으로 직무연수인 '한글 맞춤법과 우리말글 바르게 쓰기' 강좌를 열고,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우리말 책 잔치’ 같은 우리말과 한글을 빛낼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사랑하는 단체가 많지만 최근에 매우 부지런히 활동해서 여러 단체의 모범이 되므로 많은 분들이 고마워하고 칭찬해서 올해 우리말 지킴이로 뽑았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운동이 재미있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을 해서 우리말과 한글을 더욱 빛내주길 바란다.
 
6. 세계에 한글 알리는 강익중 씨와 서경덕 씨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48)과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34)은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경기도 이천에 있는 유네스코 평화센터에 강씨의 한글 작품 '우리, 꿈, 평화'를 기증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초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 건물에 한글 작품 '청춘(Youth)'을 기증했던 강씨가 이번에 기증하는 작품은 유네스코 헌장의 정신과 평화염원을 한글로 표현하고 중간에 달 항아리를 넣어서 가로 약 4미터, 세로 2.5미터의 커다란 설치작품이다.

  작품을 제작한 강씨는 "한글은 남북을 잇는 연결 끈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 될 것"이라면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듯이 분열된 세계가 한글의 원리로 평화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한글작품 '나의 소원'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던 이들은 앞으로 '한글 아트 북'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문화원과 문화 기구,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에 널리 보내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홍보하는 작업도 함께 준비하고 있으며, "겨울에는 하버드대에 또 다른 한글작품을 기증 할 예정이고 유엔본부 및 세계적인 기관에 계속해서 한글작품을 기증해 세계인들에게 한글을 지속적으로 홍보 할 예정"이라고 한다.
 
7.  윤디자인연구소의 온라인한글박물관 '온한글'

  글꼴 개발에 앞장서는 윤디자인연구소가 한글사랑운동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561돌 한글날을 맞아 윤디자인연구소는 온라인한글박물관 '온한글(www.onhangeul.com)'을 열었다. 한글의 창제정신과 가치를 담은 정보와 소식을 알리면서 한글 디자인을 개발해, 한글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한글의 어제를 돌아보는 ‘역사 속 한글’과 한글의 운용과 학습 정보를 알리는 ‘한글 길라잡이’를 다달이 특집기사로 올리고 ‘한글을 외치다’ 같은 잡지를 만들고 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회사 이름까지 영어로 바꾸면서 돈을 많이 벌은 대기업들도 그 사이 알게 모르게 짓밟은 우리말을 살리는 데도 힘을 써야 마땅하다. 에스케이니 케이티니 엘지니 하는 영문 이름을 가진 회사도 스스로 지난날을 뉘우치고, 윤디자인연구소가 하는 일을 본보기로 삼아서 우리말을 살리고 한글을 빛내는 일에 다투어 나섰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지킴이로 뽑았다.
 
8. 경북 구미시 김석태(49), 엄계숙(44)씨 부부

  지난해 12월에 열셋째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면서 아기의 이름을 우리말로 짓겠다는 부부의 이야기가 신문으로 알려졌다. 경북 구미시 고아읍 황산리에 사는 이들 김 목사님 부부는 1986년에 결혼하고 그 이듬해 첫딸 빛나(21)를 비롯해 두세 살 터울로 지난해까지 다섯 아들 일곱 딸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둘째는 다솜(19, 사랑이라는 뜻), 일곱째는 이든(9, 착하다는 뜻), 아홉째는 뜨레(7, 서로라는 뜻), 열두째는 가온(2, 가운데라는 뜻), 이처럼 모두 우리 토박말과 사투리, 또는 옛말로 이름을 지었다.

  요즘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고 하나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집도 많은데 아들  딸을 가리지 않고 열셋이나 낳아서 잘 기른다니 그것만 해도 참으로 장한 분들이다. 게다가 요즘 온통 영어 가르치기에 정신이 팔리고 서울 강남에선 아이들 이름까지 영어로 지어준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처럼 여러 아이들에게 우리 토박이말로 이름을 짓는다니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우리말 이름을 받은 자녀들이 잘 자라고 가족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이 분들을 올해 우리말 지킴이로 뽑았다.
 
9.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오늘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대학 교수나 기업인,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영어 조기교육과 영어 공용어를 주장하며 우리말을 죽이고 있다. 이들은 영어를 조금 한다고 제 조상이 물려준 우리말은 헌신짝 버리듯 하는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미국 유학을 한 유명한 교육자요 학자이면서도 “선진국이 되려면 영어보다 국어를 잘 가르쳐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여 그런 생각을 바로잡으려 애쓰고 있어서 고맙고 존경스럽다.

  이분은 최근에도 청주 지역 법조인 15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영어보다 우리말을 잘 읽고 쓸 줄 아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청주지검에서 '지속적 경제 성장과 교육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가진 특별 강연에서 "말이 사고의 도구이며 사고가 모여 문화를 이루는데 문화가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힘들다. 여러 대학에서 앞으로 철학과 제2외국어를 포함해 강의의 50%를 영어로 진행한다는데, 이는 난센스"라며 최근 불고 있는 지나친 영어 열병을 비판했다고 한다. 정운찬 교수 같은 참된 지식인이 있어서 우리는 더욱 힘을 얻는다.
 
10. 서울시 행정용어개선위원회

  2008년 2월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서울시 행정용어 개선위원회 1차 회의 열고 어려운 행정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기고 했다.” 하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제국 식민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세운 지도 6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일본제국 시대 행정용어를 쓰고 있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일찍 했어야 할 일이지만 이제라도 하나씩 바꾸기로 했다니 고맙고 다행스런 일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행정 일선에서 함부로 쓰던 일본식, 한자식, 영어식 표기 따위 시민들이 알기 어렵던 행정용어를 시민과 직원의 의견을 듣고 시 공무원 동아리 연구 활동들과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를 공문서, 간행물, 보도자료, 행정표지판, 법령에 적용하기로 했다니 반갑다. 김원석 개선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던 행정용어에 대한 개선은 시민중심 행정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불편을 느끼는 분야를 집중 선정하여 행정용어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는데 부디 가난하고 덜 배운 시민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토박이말을 살려 쓰도록 힘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일에 서둘러 나서주기를 바란다.
 
<2008 우리말 헤살꾼 10>
 
1. 국어기본법 짓밟는 공무원들

  국어기본법 제14조에는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시행령 제11조에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와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가르친다. 옥외광고물설치법 제13조에도 “광고물 문자는 한글맞춤법,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들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어쩔 수 없이 외국문자를 쓸 때는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법을 국가 공무원들이 앞장서 보란 듯이 짓밟고 있다. 최근에는 첫 자리 공무원인 국무총리가 독도에 가서 “東海의 우리땅 獨島” “國務總理 韓昇洙”라 새긴 빗돌을 세웠다. 보다시피 열다섯 자를 새겼는데 우리 한글은 겨우 석 자뿐이다.
 
  국무총리가 앞장서 이렇게 법을 짓밟으며 어기는데 어느 공무원이 법을 지키려 애쓰겠는가! 서울시 공무원들이 공문서 표지나 제목의 글자를 한글로 쓰지 않고 한문으로만 쓰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공무원의 실태를 보여주는 증거다. 
 

  한글과 국어기본법을 무시하는 공무원들은 세종임금이 백성의 답답함을 안타깝게 여겨 한글을 만드신 뜻과 일제침략시대 한글을 지키고 가꾸려다가 목숨까지 빼앗긴 조선어학회 어른들의 정신을 되새기며 앞장서 법을 지키는 본보기를 보이라는 뜻으로 올해 우리말 으뜸 헤살꾼으로 뽑는다.
 
2. 영어조기교육 늘리는 교육과학기술부

  지난 7월 한글문화연대,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을 비롯한 한글단체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교조를 비롯한 40여 시민단체가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교육부가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를 항의 방문하였다. 교육부는 “2010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의 영어 수업 시간을 지금의 주당 한 시간에서 주당 세 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지금의 주당 두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늘려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는 연구 프로젝트 수행(4월~7월), 공청회 개최(7월 말~8월 초), 교육과정심의회 심의(8월)를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교육부는 마땅히 영어교육을 강화하기에 앞서 국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젖먹이 아이들까지 영어조기교육 바람에 휩쓸려 자라나는 다음 세대 국민은 지금 국어 능력에 심각한 치명상을 입고 있다. 젖먹이에서 초등학교 입학 이전 영유아의 모국어교육에 교육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영어조기교육을 확대하기에 앞서 마땅히 모국어조기교육의 정책을 개발하지 않으면 겨레의 뿌리가 빠지고 만다. 영어조기교육을 확대하는 정책은 국가 교육환경을 두루 망치는 일일뿐만 아니라 우리말과 우리 삶을 망가뜨리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다. 우리말을 팽개치고 남의 말에 매달려 망국적인 언어정책을 추진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스스로의 잘못을 깨우치기 바라며 올해 우리말 헤살꾼으로 다시 뽑았다.
 
 3. 영어몰입교육 추진하는 정부기관의 공무원들

  전국 여러 대학이 우리말 아닌 영어로 수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김진춘 경기도 교육감도 중․고교에서 영어 몰입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고, 서울시교육청도 수학과 과학을 영어로 수업하는 특별반을 만들겠다는 보도가 있다. 그리고 정부 산하 출연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도에 영어몰입교육 시범학교를 만들고 차츰 전국으로 확대할 방안을 세웠다는 보도도 있다.

  무분별한 영어몰입교육 열품을 지켜보면서 전문 학자들은 “영어를 잘하는 나라들은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이다. 그런 상황을 살피지 않고 그들을 따라가려는 자세는 한심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영어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7년 반을 미국에 살며 영어 공부를 한 나 같은 전문가도 영어는 정말 어려운데 온 국민을 영어전문가로 만들려는 것인가?”(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 “그동안의 영어 교육이 실패라고 하면서도 그 실패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 규명도 않고 책임을 묻지도 않은 채로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하고 몰입교육을 하겠다는 건 잘못이다.”(경희대 영어학부 한학성 교수) 이렇게 충고한다.

  검증도 없고 준비도 없이 튀어나온 영어몰입교육은 우리말을 죽이는 돌림병일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를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얼빠진 떠돌이로 만들어 나라와 겨레를 망가뜨리는 대재앙이 될 수 있음을 누구보다도 정부기관의 공무원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4. 영어 구호 광고하는 지방자치단체들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이 수많은 서울시민 앞에서 “하이 서울~ 위, 아, 서울라이트” 하며 외쳤다. “Hi Seoul”과 함께 “We are Seoulite”를 서울시의 구호와 부제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알리려고 외쳤던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특별시가 ‘Hi Seoul’이란 영문 구호를 만들어 퍼뜨리자 지방자치단체의 영문 구호 만들기가 돌림병처럼 퍼져서 이제는 치료할 수도 없는 불치병이 되어버린 듯하다. 부산광역시는 “Dynamic Busan”, 대구광역시는 “Colorful Daegu”, 광주광역시는 “Tour Partner Gwangju”, 대전광역시는 “It's Daejeon”, 인천광역시는 “Clean Inchon”, 울산광역시는 “Ulsan for You”, 이렇게 여섯 광역시들이 빠짐없이 다투어 영문 구호를 내걸어 놓았다. 특별시가 앞장서고 광역시들이 앞을 다투며 내거니까 전국의 기초지자체들까지 행여나 뒤질세라 웃지 못 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도시들이 영문 구호를 만들어 내걸어서 얻은 게 무엇인가? 서양 사람들은 어린애 장난 같은 영문 구호를 보고 속으로 코웃음치고 비웃었을 뿐이고, 죄 없는 시민들은 쓸 데 없는 광고비에 낭비하는 세금이 아까울 뿐이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한글을 자랑하는 수많은 국민들은 우리말을 더럽히고 한글을 짓밟은 공무원들의 죄를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라서 가슴이 답답하다. 이처럼 쓸모없는 짓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세금으로 월급을 주고, 퇴직하면 연금까지 줄 것을 생각하며 주먹을 쥐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5. 이름을 로마자로 적는 회사들

  아래 적힌 것들은 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회사 가운데 백 개를 뽑아본 것이다. 이들 회사 말고도 로마자로 이름은 적는 회사는 수없이 많다.
 
K-water, aT, SH공사, KORAIL, KRA, KRX, GS, KCC, KT, KT&G, KTF, LG, LS, NHN, POSCO, S-Oil, SK, 3H, DVR, 3S, AJS, BHK, BT&I, BYC, C&S마이크로, C&우방랜드, GST, GasScrubber, GT&T, GⅡR, H&H, H1바이오, HRS, HS바이오팜, HS홀딩스, S&T중공업, SBSi, SG&G, SIMPAC, SJM, SKC, M&M, MH에탄올, NTRON, NCB, TFT-LCD, NI스틸, PW제네틱스, S&K폴리텍, S&TC, KEC홀딩스, KG케미칼, KH바텍, HIELD, KL-Net, EC/EDI, KNS홀딩스, VGACard, KPX그린케미칼, PPG, PURESIN, KPX홀딩스, KTB, KTF, KTF뮤직, KTH, KTIC글로벌, IB스포츠, ICM, SI, PACS, IC코퍼레이션, IH, SLITTER, ISC, ISPLUS, JCE, JH코오스, JS, KCC건설, KCI, KCW, KC코트렐, KEC, CJ, CORE, CL, CMS, CNH캐피탈, CTC, DMS, DM테크놀로지, DVD, E1, EG, EMLSI, SRAM, 슈도SRAM, F&F, GBS
 
  영어 좋아하는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공무원들은 이런 회사의 이름을 보고 거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얼마나 알까? 똑똑하다는 대학총장과 영어조기교육학회장은 얼마나 알까? 저렇게 회사이름을 바꾸고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씩 광고비를 들여 알렸다고 하는데 뜻이나 이름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참으로 한심한 나라요 정부요 회사들이다. 이처럼 얼을 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라 살림을 쥐락펴락 하니까 외환 위기가 언제 다시 달려들지 몰라서 수많은 국민들이 마음을 놓지 못한다.
 
6. 아파트 이름을 서양말로 짓는 재벌 회사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의 이름은 거의 서양말로 짓고 로마자로 쓴다. 우리나라 사람이 사는 집인데 누구 보라고 그러는가?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가장 크게 지었던 잠실 주공 아파트와 시영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지으면서 이름을 모두 서양말로 짓고 로마자로 써놓았다. 자그마치 칠천 세대가 모여 사는 대단지 아파트의 이름이 “PARKRIO jamsil”이다. 심지어 공중전화 거는 곳도 영어로만 “Telephone”이라고만 써놓았다. 한글로 써놓은 우리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짓을 어떤 건축회사가 하는지 알아보았더니 하나같이 이름난 재벌 회사들이다. 현대, 삼성, 쌍룡, 코오롱, 두산 이들 다섯 회사가 나누어 맡아서 지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외국으로 나가서도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서양말을 자주 쓸 수밖에 없을 줄 알지만, 외국에서는 저들의 말을 쓰고 나라 안에서는 우리말을 쓰는 분별력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서양말을 자주 쓴다고 나라 안에서 우리말을 하찮게 여긴다면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돈을 벌었다고 얼을 빼버리면 무엇이 남겠는가?
 
7. 한자 혼용 고집하는 일간 신문들

  동아일보 조선일보 같은 일부 일간 신문은 아직도 한자를 버리지 못한다. 지난  9월 11일  동아일보는 “日 북동부 태평양서 강진”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日” 자는 “해, 날”이란 뜻을 가진 한자지만 여기서는 ‘日本’이란 뜻으로 썼다. 신문 편집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누구나 ‘일본’으로 알아볼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우리 국민 가운데 열에 예닐곱은 그걸 읽어보지도 못한다. 같은 날 한겨레신문은 “일 북동부 태평양서 강진”이라고 한글로만 썼는데, 이러면 적어도 초등학교 일학년을 넘긴 국민은 누구나 읽어볼 수는 있을 터이다. 그러나 제대로 쓰려면 두 글자를 보태서 “일본 동북부 태평양에 큰 지진”이라고 해야 비로소 국민에게 사실을 알리는 신문의 몫을 다하는 것이다.

  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누리집에 가면 한글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란 이름은 없고 아래와 같은 로마자 이름뿐이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은 아래와 같이 한글로 ‘한겨레’라고 쓰고 있어서 서로 견주어볼 만하다. 신문이 소식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한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읽을 수가 없는 한자나 로마자를 써야 하는지 깊이 헤아려 보아야 할 것이다. 신문 펴내는 사람들이 헛된 선민의식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지났다는 말이다.
 
8. 점점 늘어나는 영어 간판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도시까지도 거리에 로마자 간판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온통 로마자 간판으로 뒤덮일까 두렵다. 간판은 한글로 써야 한다는 옥외광고물법도 있지만, 그걸 가르치고 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오히려 영어마을이니 영어몰입교육이니 하면서 불법행위에 앞장을 서고 있으니 누가 이걸 바로잡겠는가?

  E.G.O, Pro000, O'sulloc, Hito Bito, Bar Tok, Il-MARE, En Beoblige, Ravioil, Urban Holic, Lovice 이런 간판을 보고 거기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는 사람이 우리 국민 가운데 얼마나 될까? 더러는 점포 주인에게 간판의 뜻을 물어도 모른다는 사람조차 있다. 그러니 어린이를 비롯한 서양말을 배우지 못한 수많은 국민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이런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서양말을 몰라서 답답한 국민들을 괴롭히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깊이 헤아려야 한다.

 우리말은 겨레의 얼이고, 거리 간판은 나라의 얼굴이다. 서울 거리의 간판은 대한민국 수도의 얼굴이므로 한글로 되어 있어야 외국인이 한국의 얼굴을 똑 바로 볼 수 있다. 거리 간판을 서양 글자로 만들어 내거는 것은 우리 얼굴에 서양 탈을 쓰고 손님을 맞이하는 꼴이다. 뜻있는 국민이 일어나 한글 간판 걸기 운동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9. 영어 마을 만든 지방자치단체장들

  2008년 9월 5일치 연합뉴스 보도에는 “전국 영어마을 지난해 212억 적자”라는 기사가 있었다. 국무총리실은 ‘지방자치단체 영어마을 조성 및 운영실태’를 평가하고 “영어마을은 초기 조성비용이 많이 들고 인건비 등 교육 원가에 비해 수강료는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의 재정 구조 하에서 대규모 영어마을이 계속 건설될 경우 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하면서 영어마을 재정 자립도는 평균 3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들은 2011년까지 2천 80억 원의 비용을 들어 영어마을 23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어서 적자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도 얼빠진 이 짓을 말리지는 않으니 한 해에 수백억씩 내버리는 영어마을을 누가 그만 두게 할 것인가?

  물론 돈만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한자와 한문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일본 침략의 압박과 수탈을 뿌리친 다음, 온 나라 땅이 불바다에 빠진 전쟁을 겪고서도 겨우 육십여 년 만에 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를 일구었고, 산업과 기술과 경제와 예술과 체육과 문화에서 세계 십위 권의 선진 대열에 들어섰다. 우리의 이처럼 눈부신 탈바꿈은 오직 우리말과 한글의 우수성에 말미암은 국민 공동체 사이의 빼어난 의사소통 덕분이었음을 모르는가? 여기에다 영어를 끌어들여 상용화하려는 짓은 우리말과 한글의 빼어난 의사소통 통로에 모래를 뿌리는 짓이다. 우리말과 한글이 우리에게 삼손의 머리칼인 줄을 모르고 그것을 베어버리고 영어와 로마자의 가발을 쓰고 죽음의 낭떠러지로 걸어가는 노릇이다.
 
10. 식품 표시 기준을 바꾸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지난 8월 17일 문화일보는 “7월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식품 등의 표시 기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식품 업계에 통보했다. 그 개정안은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하거나 병기할 때 외국어의 활자 크기를 한글과 같거나 작은 크기로 표시하도록 하는 기존 규정(제5조 제2호)을 삭제했다. 대신 최소한의 활자크기를 충족할 경우 업계가 자율적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지금까지는 식품표기를 할 때 한글이 가장 커야했지만 앞으로 한글을 읽을 수만 있으면 영어 등 외국어 표기를 크게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하고 글자 크기에 대한 규정을 삭제해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하는 소식을 내보냈다.

  이에 한글학회는 7월 18일 “지금까지는 식품 표기를 할 때 한글이 가장 커야 했지만 앞으로 한글을 읽을 수만 있으면 영어 등 외국어 표기를 크게 해도 문제가 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회는 식약청의 이와 같은 처사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하고 민족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내팽개치는 무지몽매한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 권리마저 침해하고 있음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하는 의견서를 보냈다. 회사 이름과 간판을 영어로 바꾸더니 이제 모든 상품 이름과 포장의 글씨까지 영어로 쓰게 만들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식약청인지 물으면서 올해 우리말 헤살꾼으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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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0/06 [12: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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