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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대, 경제사회적 현실의 재인식
[식자우환의 경제학1] 이명박의 5대 경제정책 비판 및 함께 대안 찾기
 
오용석   기사입력  2008/04/10 [19:42]
▲ 목  차
 
 I. 들어가며 : 인민경제학 서설
   1. 관점이 가장 중요
   2. 경제학은 사회과학, 곧 ‘인민의 과학’의 한 분과
   3. 격물치지와 인과관계의 ‘이론적’ 이해 (이상, 상)

 
 II. 한국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현 상황 인식
   1. 이명박의 공약과 삼성경제연 거시경제 보고서들
   2. 거시경제 연습 : 물가란? 거시경제학이란?   
   3. 한국경제학, 21세기 점성술인가?
   4. 한국경제의 대내외적 여건
   5. 한국경제의 현 상황 인식 (이상, 중)

 
 III. 이명박의 5대 경제정책 비판 및 함께 대안 찾기
   (사전준비 : 인과관계의 ‘실증적’ 이해)
   1. 경부대운하 사업으로 경제 살리자 (X)
   2. 법인세 인하로 투자 활성화시키자 (X)
   3. 규제 폐지 및 완화로 투자 확대하자 (△)
   4. 의료,연금등 사회보험축소로 소비 확대하자(△)
   5.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소비 확대하자 (△)

 
 IV. 나오면서 : 시사점 및 결론 (이상, 하)
 
18대 총선의 투표율은 지난 총선의 60.6%보다 무려 14.6%포인트 낮은 46.0%로 대한민국 선거사상 최저 기록이다. 정동영과 정몽준이 맞대결한 동작을 지역구에 살면서 투표에 의지적으로 기권한 것도 비록 ‘구우일모’이겠지만 이에 보탬이 되었으리라.
 
금번 선거결과를 두고, 통합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일성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에 오랫동안 적을 두었던 손학규 자신이 이른바 ‘세계화’니 ‘선진화’니 떠들어댔던 사람으로, 사실 노무현을 능가하고 이명박에 진배없는 진성 뉴라이트 부류로서,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임을 자신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가장 한심한 것은, 그런 사람을 대표랍시고 내세우며 추종했던 통합민주당이다.

손학규의 민주당 등장 배경이라 할까. 지난 대선을 어차피 51 대 49의 게임으로 안이하게 판단하면서, 서민경제 피폐 주범 노무현의 ‘잃어버린 5년’을 끝내 아니라고 우겨대고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알더니….

고작 ‘대통합’ 운운하며 뉴라이트 손학규 정도에 자리를 깔아줬던 김대중 등 구시대적 정치인들과 한겨레신문 등 일부 진보논객들의 우둔함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방송 각사 출구조사로는 거뜬히 170석대 압승이 예상되던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의 박근혜나 자유선진당의 이회창이 크게 선전한 덕택으로, 간신히 과반수를 넘긴 점이다.

5년 전 노무현 일파의 ‘민주당 분당’ 게임에 성격상 유사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그간 크게 팽창 진화했던 보수 세력 내부에서 벌써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과 창조한국당의 문국현이, ‘이명박 당 만들기’의 공천 원흉들인 이방호와 이재오를 속 시원하게 솎아낸 민심이, 참으로 송곳처럼 예리하다.
 
이제 총선은 막을 내렸고, 이명박식 경제사회정책이 드디어 전개될 판이다.
오늘의 논제를 ‘식자우환의 경제학’으로, 그리고 부제를 ‘이명박의 5대 경제정책 비판 및 함께 대안 찾기’로 잡아 이를 적극 논박하고자 한다.
 
I. 들어가며 : 인민경제학 서설
 
지금부터 17년 전인 1991년의 한국. 이른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둘러싸고 한국에 ‘에밀 졸라’는 없었고, 국사범 강기훈만 있었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조작’ 사건이었음을 밝히면서, 강기훈은 뒤늦게야 누명을 벗는다.

향후 재심 과정에서 당시 동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등 검찰관을 ‘反인권’ 사범으로 엄중 처단하는 사법부의 용단까지 감히 기대해 본다.
 
1800여 년 전, 중국에선 조조의 대군을 신야성에서 대파한 서서(유비의 군사참모)에게 모친의 편지가 전해진다.

“아들아! 허도의 조조가 나를 잡아다 옥에 가두어 생사가 위태롭구나. … 어서 허도로 돌아오도록 하거라!”
 
서서는 주군인 유비에게 “제갈공명이 자신보다 10배는 낫다”며 적극 천거한 후, 눈물로 작별하고 막상 허도로 가보니, 어머니는 조조의 ‘위조’ 서한을 개탄한 끝에 “여자 식자우환”(女子 識字憂患)이란 유언을 남기고 이미 자결한 뒤다.
 
이보다 900년이 지난 후, 소동파는 이른바 필화 사건에 휘말려 귀양을 떠나기 전 “인생식자 우환시”(人生識字 憂患始), 곧 세상 이치를 알면서 우환이 시작된다는 명문구를 남긴다.
 
이에 덧붙여본다. “인생식자 우환종”(人生識字 憂患終)!

경제를, 그리고 경제학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마음 속 우환은 더 커져간다. 한 가지 위안은, 고금동서 선현들의 가르침 속에 우환이나 근심이라는 건 기실 제대로 배움을 더하는 자들의 ‘통찰력‘, 곧 ’선견지명‘의 다른 이름이라는 가르침이다.
 
1. ‘관점’이 가장 중요
 
흔히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 치고 ‘큰 ’경제학자 없고, 세속 경험 없이 ‘큰’ 신부는 안 나온다고 한다. 세 가지 정도로 그 까닭을 정리해본다.
 
첫째, ‘부분’과 ‘전체’를 함께 통찰하는 어려움이다. 나무와 숲, 곧 미시와 거시 관계다.
 
둘째, ‘사실’(what it is) 과 ‘당위’(what it should be)를 아울러 헤아려야 하는 또 다른 어려움이다.

이론과 실무와 정책 간 상호 관계를 포괄적으로 섭렵하고 이해하는 문제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점’의 문제다.

똑 같은 사물을 두고서도 전혀 달리 볼 수 있다는 거다. 유럽의 알프스 산은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오스트리아 등 4개국에 접해 있으며 각각 그 모습을 천양지차로 달리 한다.
 
구체적으로, 인체의 감각기관을 통한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수용능력 범위와, 이를 신경계를 통하여 전달받아 각종 감각의 성질과 강도를 판단해주는 뇌 중추의 ‘인지’ 능력에, 생래적으로 부여된 인간 한계 문제다.
 
허다한 그리고 대부분 무의미한 ‘사실’(facts)들과 이들 중에서 고작 몇 개 정도의 시간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의미 있는 ‘진실’(truth)을 판별하는 문제다.
 
학자로서의 총체적 직감이라고 할까, 끊임없이 ‘육감’을 개발하고 또한 작동시켜야 하는 까닭이다.
  
▲ '네커의 정육면체'     © 대자보

위 그림은 유명한 ‘네커의 정육면체’이다.

먼저 꼭짓점 B를 손가락 하나로 가리고 정육면체를 들여다보라. 어떻게 보이는가. 당연히 꼭짓점 A가 맨 앞으로 튀어나온 정육면체 모습이다.
 
이번에는 꼭짓점 A를 손가락으로 가리고 다시 들여다보라. 어떤 모습인가. 이전과는 달리 꼭짓점 B가 맨 앞에 자리한, 전혀 다른 위상을 갖는 정육면체 모습이다.
 
2. 경제학은 사회과학, 곧 ‘인민의 과학’의 한 분과
 
우선 경제학이 무엇인가를 정의해보자. 경제학이란,
 
1) 사실적으로 ‘인민’의 경제행위와, 그런 현실적 경제행위를 통해 드러나는 인민들 간  ‘상호관계’를 관찰 파악하여,
2) 이론적으로 그 ‘이치’를 규명함과 아울러 실증적으로 이를 검증함으로써,
3) 당위적으로 ‘경세제민’, 곧 인민의 삶을 윤택케 하려는 사회과학의 한 분과 학문이다.

 
사회과학 자체가 기초구성 단위로서의 인(人)과 전체로서의 민(民) 간의 관계를 궁구하는, 말하자면 ‘인민의 과학’을 일컫고, 이는 모든 사회과학에 공통된다.

다만, 규명코자 하는 인민 상호 간의 관계 및 이치가 정치적인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이거나 또는 사회적인지, 법률적인지 등에 따라 각각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법률학 등으로 나뉘는 것일 뿐이다.
 
인민의 일상적 삶을 각각의 세부영역 별로 인위 분리시킨, 일종의 ‘횡단면’ 분석(cross-section analysis)이다.

결국 사회과학의 각 분야라는 건 일개 부품에 불과한 것으로 설혹 개별 분야에 정통하더라도, 인민의 현실적 삶을 이해함에는 전혀 자기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말하자면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식이라고 할까?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연과학의 각 영역은 한정된 영역에서나마 자기완결성을 갖는다.

양자물리학은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최소 구성단위인 ‘퀀텀’으로부터 전체라고 할 원자까지를 분석연구하고, 화학은 이를 받아 기초단위인 원자로부터 그것들 간의 상호 관계라 할 화합물(무기물 및 유기물)을 전체로 하여 관련 법칙을 규명한다.
 
나아가 생물학은 유기화합물의 일종, 곧 DNA를 기초단위로 해서 세포통합체로서의 생물개체까지를 대상으로 분석하며, 연이어 생태학은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개체 단위로부터 생태계 전체까지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천체물리학은 각 행성의 유무기 생태계로부터 우주 전체로까지 이어진다. 자연과학은 말하자면, 연속적인 ‘계층’ 분석이다.
 
3. 격물치지와 인과관계의 ‘이론적’ 이해
 
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깨달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과학용어로는 법칙성, 곧 인과관계를 규명코자 하는 철학적 접근태도를 말한다. 한 분야의 법칙성이 발견되고 검증될 때마다 학문은 새끼를 쳐가게 된다.
 
철학을 모든 과학의 아버지라고 한다. 그러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철학의 두 자식이고, 사회과학의 한 분과인 경제학은 철학의 손자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세분하여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 국제경제학, 통화금융론, 계량경제학 등은 철학의 증손자인 셈이다.
 
이치로 불리건, 아니면 법칙이나 인과관계로 불리건 그 ‘이론적’ 의미를 새겨보기로 하자.

사자성어인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기 + 배 떨어지기)을 갖고 3가지 뜻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첫째,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까마귀 나는 게 원인이고 그 결과로 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예를 들면, 플라톤, 중세신학으로 이어져 온 헤겔은 소위 ‘절대정신’이 삼라만상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이다. 소위 변증법이라는 것은 절대정신의 운동법칙에 불과하며, 결국 균형상태(합)에서 현실적인 것 또한 이성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흔히들 이를 두고 ‘관념 환원주의’라고 한다. 과연 맞는 인과관계, 타당한 법칙일까?
 
둘째, <까마귀 난다. 왜? 배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서.> 이번엔 배 떨어진 게 원인이며, 똑같은 현상을 놓고 첫 번째 경우와는 원인과 결과가 역전된다.

칼 마르크스가 헤겔의 관념론을 완전히 물구나무 세운 게 좋은 예이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사회경제 현실이 하부구조로 실체이며, 온갖 정치, 문화, 철학, 종교 등은 이를 반영하는 관념적 허상, 곧 거짓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를 놓고는 흔히들 ‘사회경제 환원주의’라고 한다. 과연 맞는 인과관계, 타당한 법칙일까?
 
마지막, 세 번째로, <까마귀도 날고 아울러 배도 떨어진다.> 왜? 뭔가 제3요인 때문에 그러하다.

말하자면, 강풍이 몰려오니 이에 놀라 까마귀가 날고, 이를 못 이겨 배 또한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경제사회적 현실을 직시해보자.

지난 시절의 ‘반공자유주의’ 광풍이 점차 가라앉은 대신, 90년대 이후로 소위 ‘신자유주의’(신제국주의) 사조를 민선, 민주정부라는 게 자진하여 수용하더니만. 이제 국민소득 성장은 반 토막 나고 성장과실 분배도 끔찍하게 악화된 상태다.
 
이를 두고, 기업의 사회책임투자니 또는 사회적 신의나 법제도 등 ‘사회자본’ 결여가 마치 오늘의 양극화 원인인양 잘못 이야기하는 논자들이 적지 않다.

오늘의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 골수 신자유주의자(요즘 선진화론자)인 박세일 등은 작금의 경제사회현실에 대한 원인 처방은 애써 외면한 채 자신들이 자초했던 비참한 결과를 두고 단지 대증(對症) 처방. 곧 ‘따뜻한 공동체론’ 정도를 제기함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과관계의 혼동 내지 착오, 곧 몰(沒)과학적 태도는 이들 사회과학 분야에만 그치지도 않는다.

다수의 인문학자들은, 일국의 문화가 기본적으로 원인이라기보다 주로 당대의 정치경제사회 현실의 누적적 결과물임에도, 문화적 제반 요인이 마치 정치경제 현실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원인인 양 ‘문화결정론’적 태도를 적지 않게 견지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인과관계의 분명한 착오에 해당한다.
 
* 이상, 식자우환의 경제학 (상) 끝. 곧 이어 (중) 및 (하) 이어집니다.
* '개방과 통합' 연구소장인 저자는 경제학자로서 양극화 해소에 관심이 많으며, 평생 화두로 삼고 있는 주제는 ‘사람과 경제 그리고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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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4/10 [19: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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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8/04/12 [18:49] 수정 | 삭제
  • 진보신당은 위 필자의 시각을 새겨듣고
    대중적인 소재로 쉽게 각색하여 정치이슈화하면 앞으로 가망있다.
    쉽게 더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절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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