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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의 비애와 아프간의 한국인 인질들
[새사연의 눈] 제국주의 침략 악순환에 언제까지 발을 담글 것인가
 
새사연   기사입력  2007/07/30 [02:56]
이슈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열흘을 넘겨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27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정부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여 협상에 나섰으나 결과는 예측불허다. 인질 석방의 열쇠를 쥔 탈레반과의 접촉 여부도 불확실하며 그들의 요구 조건인 한국군 철수와 탈레반 포로 석방에 대해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하는 미국의 입장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질 사태의 교훈은 무엇인가?
 
내용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중동 패권 장악을 위한 전쟁 탓이며 길게는 2세기에 걸친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란과 파키스탄의 사이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은 유럽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통로이자 중동 유전 지대에 대한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로 인해 아프간인들은 19세기와 20세기에 제국주의 영국의 침략에 맞서 세 차례나 독립전쟁을 벌여야 했고 1979년부터는 사회주의 이념은 간데없이 패권국가로 변한 소련군과 10년 전쟁을 치르며 무려 100만 명의 희생을 치러야했다.
 
당시 미국은 35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제공하며 소련과의 전쟁을 지원했다. 오늘날 미국이 대테러전쟁의 목표로 지목한 무자헤딘, 알카에다, 탈레반 등은 이 과정에서 결성되거나 규모를 키운 조직들이다. 소련군 철수 후 탈레반이 집권하자 이번에는 미국이 9.11테러의 배후로 알카에다와 탈레반 정권을 거론하며 테러 발발 한 달이 채 안 된 2001년 10월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현지 정권을 무력으로 붕괴시키고 일방적 침공을 위장하는 다국적군을 주둔시킨 가운데 친미 정부를 세우는 기도는 이라크에서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아프간인의 눈에 한국이 제국주의 연합의 일원으로 비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도 한국은 아프간, 이라크, 레바논 등 대테러를 명분으로 중동 지역 패권을 위한 미국의 3대 침략 전선에 모두 파병한 나라다. 이미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 씨가 살해되고 올해 2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윤장호 병장이 폭탄테러로 사망한 사건은 현 사태를 충분히 예고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미국 추종 정책과 파병에 대해 전혀 재고하지 않는 가운데 결국 이번 사태가 발발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전쟁에 동조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분쟁지역 그것도 이백년 가까이 제국주의적 침략에 고통 받고 있는 무슬림 민중에게 전혀 이질적인 특정 종교를 전파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종교계 일부의 일그러진 모습 또한 자성할 부분이다. 2006년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는 세계 176개국에 1만6,616명의 선교 인력을 파견했는데 이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규모다. 뿐만 아니라 회교권이 포함된 동서남 아시아와 법적으로 선교가 금지된 중국에도 수천 명의 선교사가 비공식 활동 중이다.
 
제국주의 침탈의 3대 트리오가 총칼과 자본 그리고 선교사였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세계화 추세의 가장 큰 폐단으로 개별 국민국가의 자율독립성 약화 및 금융의 세계적 지배 현상과 함께 특정 종교와 정치경제 제도를 생활양식과 역사문화 조건이 전혀 다른 저발전 국가, 민족에 강요하는 현상이 늘 지적된다.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로서 먼저 억압받는 분쟁지역 민중의 고통과 독립자주 지향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선행되었다면 이런 비극적 사태의 한 배경으로 종교 활동이 지목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핵심
 
영화 ‘넘버3’는 보스의 눈에 들기 위해 쓸개도 빼줄 듯 충성과 온갖 폭력을 일삼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조직에서 밀려난 조직폭력배를 그린다. 영국에 이어 이라크 파병 규모 3위, 중동 3대 전선에 모두 무장한 군대를 내보내고 세계화 흐름 속에 전 세계 기독교 선교 활동 2위를 자랑하는 적극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인질 구출을 위한 포로 석방에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고 있다.
 
넘버3의 충성 대가로 어떤 이득과 영향력을 기대한다는 것은 아류 제국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생명의 소중함은 지켜져야 하며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패권 전쟁의 악순환에서 우리 정부와 종교계가 발을 빼지 않는 한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음 또한 명심해야 한다.
 
* 본문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연>(http://eplatform.or.kr/)이 발행하는 'R통신' 44호 이슈해설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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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30 [02: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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