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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의 사다리가 되어준 이들은 누구인가
[컬처뉴스의 눈]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구체적 자정 노력 보여라
 
태윤미   기사입력  2007/07/18 [19:31]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내 미술계를 보고 하는 말이다. 대필 의혹, 전시 서문 표절, 심사 비리 등 여전히 심증이 혹은 검찰 수사가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또 다시 ‘신정아 파문’이 터졌다. 
 
‘가짜 신데렐라’부터 ‘여자 황우석’, ‘화려한 포장술’, ‘드라마같은 사기극’ 등 온갖 수식어를 끌어낸 ‘신정아 파문’은 그야말로 연예인 스캔들에 버금갈만큼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미술계 뿐 아니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정아 파문이 연일 뉴스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포털사이트 게시판 그림
 
아닌게 아니라 현재 프랑스에서 비밀리에 입국했다 뉴욕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신정아 씨의 최근 모습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유치장 신세를 지다가 오전에야 급히 경찰서를 빠져 나가는 연예인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게 찍혀 온라인 상에 돌고 있다.
 
처음 ‘신정아 파문’이 터졌을 때는 모두들 그의 거짓 학력에 주목했다. 신 씨의 출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예일대 박사학위는커녕 캔자스 주립대의 졸업장도 없이, ‘고졸’의 학력으로 국내 대형화랑의 수석 큐레이터와 사립대 교수,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될 수 있었다는 것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던 것이다.
 
하지만 신 씨의 출세가 그의 거짓 학력으로만 가능했던 것일까. 한 미술관계자는 “허영과 출세욕으로 거짓 학력을 고수해온 신 씨는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현재 언론이든 미술계든 단지 ‘고졸’이라는 것만 꼬투리 삼아 자질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낳은 어쩔 수 없는 비극”이라고 말한다.
 
또 13일자 한 칼럼에서는 “학위 자체가 연구활동이나 업적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문화예술계는 더욱 강”한데 “이번 사태로 인해 제도적 시스템이 오히려 엄격해 질 것”을 우려하면서 실력보다는 학벌을 우선시하는 국내 대학과 학술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은 ‘가짜 박사’보다 한국의 ‘학력 지상주의’가, ‘개인’보다는 허영과 출세욕을 부추긴 ‘사회’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05년 동국대에 특채로 임용된 것부터 선정위에서 고작 1표만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에 선임된 것까지 신 씨를 의도적으로 ‘밀어주는’ 비호세력의 긴 꼬리가 자꾸만 밟히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동국대 측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긴급 소집 오는 20일 학교법인임시이사회에서 1차조사결과를 보고하고 오는 27일 징계위원회를 통해 신 씨에 대한 인사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비엔날레 측은 오늘(18일) 오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신 씨를 광주지검에 고소한 상태며, 오후 긴급이사회를 열어 한갑수 이사장을 비롯 이사 27명 등 이사진 전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술관계자들이 여러 지면을 통해 지적했듯 동국대측이나 비엔날레측이나 단지 ‘한고비 넘어가기’ 위해 눈 앞의 사태만 쉬쉬하며 수습하려한다는 혐의는 지울 수 없다. 특히나 동국대가 소집한 진상조사위원회에는 신 씨를 교수를 임용할 당시 요직에 있었던 인물들이 투입되어 그 결과가 얼마나 정확하게 드러날 지 의문이다.
 
‘신정아 파문’을 두고 미술계 내에서는 또 다시 자성의 목소리 만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성적이고 습관적인 자성의 목소리는 제대로 효력 한번 발휘하지 못하고 사그라지지 않았나. 중요한 것은 자정 노력의 구체적 한 걸음을 떼는 것이다.
 
광주전남문화연대, 광주 민예총 등 18개 단체가 참여한 '광주비엔날레 개혁을 위한 문화예술인 연대'는 성명을 통해 비엔날레 감독 추천인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신 씨가 가짜 학위로 승승장구할 때 기꺼이 그녀의 사다리가 되어 준 이들이 먼저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민예총 컬처뉴스 (www.culturenews.net) 에서 제공했으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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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18 [19: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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