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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과연 웹 2.0시대를 긍정하는가?
[기획취재]UCC와 인터넷선거3.개방과 참여, 공유의 시대 UCC와 닫힌 삼성의 웹2.0
 
황진태   기사입력  2007/06/04 [18:01]
‘롱테일(Longtail)’이라는 정보통신 열쇠단어와 함께 웹 2.0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삼성경제연구소(이하 SERI)에서도 발 빠르게 <웹2.0이 주도하는 사회와 기업의 변화>(CEO Information 제588호)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본 보고서를 읽으면서 의구심이 든 것은 과연 삼성은 보고서에서 논하듯이 웹2.0의 도래를 긍정하고 있는 가다. SERI 보고서에 따르면 웹2.0의 핵심은 ‘열린공간’과 ‘이용자 참여’라고 밝히고 있다. 일견 웹2.0이 갖고 있는 쌍방향소통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는듯하다. 더 나아가 “정치․사회 분야에서 다양한 소수의견이 교환되고 문화의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몇 가지 반증을 통해서 삼성은 웹2.0의 도래를 원치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 게시판 글조차도 고소를 하는 삼성
 
삼성에 노조는 있을 수 없다는 고(故)이병철 회장이 남긴 고언은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작동되어서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씨는 삼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현재 감옥에 갇혀 있다. 김 위원장이 갇히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삼성의 노조결성 탄압 사례를 모아서 발간한 <벼랑 끝에서 희망을 움켜쥐고>의 일부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벼랑 끝에서 희망을 움켜쥐고>에서 논했던 부분은 이미 언론에 나왔던 기사들을 바탕으로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트집 잡아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정도라면 일반 노동자가 정제되지 않은 말로서 기업의 노조탄압에 대한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더라면 김 위원장에 비해서 더욱 큰 죄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건국대 법대 한상희 교수는 대법원의 한 판결에서는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과장”이나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이 혼재된 표현에 대해서도 의연히 면책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왔다”면서 김성환 위원장의 고소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판단은 전혀 없이 단순히 “과장”에 의한 표현이기 때문에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하며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中에서)
 
삼성 X-파일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의 각계의 전방위적인 포섭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포섭력은 직접적인 포섭을 받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삼성 영향력에 구속되게 된다. 어쨌든 이렇게 일개 노동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조차도 공권력으로 억압하는 상황에서 삼성이 진정 웹2.0의 쌍방향 의사소통, 참여민주주의 실현의 맹아를 긍정한다고 볼 수 있을까.     
 
<웹2.0경제학>을 저술한 IT전문가 김국현씨는 기업의 혁신에 있어서 자칫 기업의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는 사외 블로그를 기업이 자신만 있다면 시도 해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던 로버트 스코블은 자신의 사외 블로그를 통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서 비판을 했는데 이 점이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를 개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과연 삼성에게 있는가.
 
김성환 위원장이 입수한 ‘절대 복사 유출 금지’라고 명시된 삼성의 인력구조조정T/F에서 작성한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시나리오 및 대응 방안>(1998)이라는 문서에서 삼성노조결성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PC통신 수시점검(사전예방), 관련자 PC통신 사용중지 및 PC통신 노동 관련 기사 수집 & 분석을 맡고 있는 팀이 운용되고 있음을 볼 때 웹2.0의 일부인 사외블로그는 커녕 인터넷 게시판에 의견 개진조차도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노조억압이 삼성이 생각하는 사회적 용인의 기준?
 
SERI가 내놓은 또 다른 보고서인 <국가경쟁력의 원천: 건강한 정책지식 생태계>(CEO Information 제576호)에서는 건강한 정책지식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용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볼드체 필자주)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말이 필요 없는 상식적인 노조 형성조차도 납치, 감금, 해외발령, 협박, 매수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억압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사회적 용인의 수준을 높이라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다가올 뿐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정책지식 선별의 유형을 구분하는데 있어서 한국의 경우 ‘87년’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과연 삼성에게 87년 민주화 항쟁이 의미 있는 역사적 시기인가. 87년 노동자 투쟁에서도 끝내 삼성은 민주화 이행의 경로에서 당연히 구성되어야 할 노조설립을 저지했는데도 말이다.
 
또한 보고서에는 기업지배구조를 언급하면서 객관성을 띠려고 한다. 좀 더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지배구조의 경우 문제해결에 적극적이어야 할 정치권이 논의구조에 전혀 참여를 하지 않고 있음”이라고 주장하는 데 과연 이러한 정치권의 비참여성의 원인에 대해서 국정감사기간만 되면 이건희 회장의 청문회 소환을 기피하는 국회의원의 행태나 삼성X파일 사건을 생각한다면 왜 그러한 현상이 발생했는지의 원인을 짚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참여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게 더 적확한 상황설명이 아닐까.
 
한 가지만 더 지적하자면 보고서에는 87년 이전의 정책지식 유형은 ‘맞춤별 선별’이라고 하여 그 특징이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방침에 정책지식 생산을 접근시킨다고 밝혔다. 삼성에게서 87년은 아무런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87년 이전과 이후에 상관없이 문장의 주어에 정부대신 삼성으로 대체한다면 SERI는 삼성의 가이드라인과 방침에 정책지식 생산을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즉, 삼성노조결성을 억압하고 이러한 억압행태를 위장하기 위한 압도적인 광고물량과 연구문건, 긍정하지도 않는 웹2.0을 선전하는 등의 맞춤별 선별 말이다. 특히 본 보고서에서 “독립적인 싱크탱크에 대한 기부 등 민간 지원을 활성화”한다는 주장은 실제로 최근에 진보적 싱크탱크에 대한 삼성의 지원 계획이 알려지자 결국 철회되었는데 삼성의 전방위적인 매서운 포섭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웹 2.0 철학의 기업이미지 개조를 위한 도용
 
정리를 하면 <웹2.0이 주도하는 사회와 기업의 변화>의 마무리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인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노조억압을 생각한다면 SERI가 말하는 사회적인 메커니즘은 그간 삼성이 애용했었던 노동자에 대한 협박, 명예훼손 고발, 첨단장비를 이용한 감시 등을 일컫는 듯하다. 이러한 메커니즘의 성과로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한 위치추적은 2005년 빅브라더상 ‘가장 탐욕스런 기업상’ 부문에 ‘삼성 SDI를 배회하는 유령’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덧붙여 “非전문가가 생산한 잘못된 정보가 여과 없이 파급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도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강조하는 웹2.0철학에 비춰보면 비전문가/전문가의 구분자체가 웹2.0에 역행하는 주장이다.
 
요컨대 SERI의 웹2.0에 대한 긍정은 자신의 입맛에 맞춘 편파적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삼성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한 쌍방향 의사소통, 참여 민주주의의 맹아라는 웹2.0 철학을 근본적으로 부정할 뿐이며 현재의 웹2.0에 대한 삼성의 긍정은 삼성이 IT부문에 쌓아온 세련된 이미지를 위한 개조(Imageneering)에 불과하다. 진보진영은 이러한 웹2.0의 시장성 찬미에서 쌍방향 소통, 참여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진보2.0활로를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 <대자보>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UCC와 인터넷선거'를 1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보도는 UCC의 근간을 이루는 웹2.0의 정신과 기업의 인터넷 통제에 관한 것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기획취재]에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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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04 [18: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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