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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가족은 낯선 세상에서 고립돼 살았다"
워싱턴포스트 "부모 생활상과 조승희의 미국 사회 부적응" 자세히 보도
 
김진오   기사입력  2007/04/25 [01:58]
워싱턴포스트지가 21일(현지시각)자 1면 머리기사에서 '조승희는 낯선 세상의 고립된 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밖에 모르는 그 부모의 생활상과 조승희의 미국 사회 부적응을 자세히 보도했다.
 
조승희는 어릴 때부터 말이 없고 어떤 인사에도 반응을 하지 않는 등 철저한 외톨이로 자랐다.
 
조승희는 초. 중.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절친한 친구 한 명이 없을 정도로 학교와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채 생활하면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조승희의 중학교 동창들은 승희가 워낙 말을 안 해 말을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는데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또 조와 함께 스톤 중학교 체육실을 같이 사용했던 샘 린튼(21세)은 "선생님들이 그를 불러도 그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린튼은 "그는 부모가 골라줬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 이상한 옷만 입고 다녔다"고 말해다.
 
조승희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학교에 사진이 남아 있으나 3학년, 4학년 때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다.
 
조승희와 중학교를 같이 다녔던 데이비드 게하트(21세)는 "승희가 너무 말이 없어 그를 놀리려고 심하게 놀려도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면서 "그는 놀림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고립적 성향의 조승희를 더욱 격분시킨 것은 한국 이민자로서의 미국 생활의 어려움이었을 것이라고 사회학자들은 분석했다.
 
조승희의 부모도 너무 바빠 그와 이야기를 할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인 조모씨와 어머니는 미국에서 먹고살려고 일밖에 모른 사람들이다.
 
조승희 아버지 조모씨는 일주일에 하루 이상 쉬지 않으며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일하는 일벌레로 알려졌다.
 
조모씨는 너무 일을 열심히 하는 바람에 아들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조승희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으로부터도 폐쇄적인 고립을 탈피하고 스트레스를 풀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조승희의 부모 또한 아들 못지않게 고립된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 D.C 근교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들은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조직해 서로 교류를 하고 친목 모임을 많이 하고 있지만 조승희씨 부모는 동포사회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살았다.
 
조승희 부모가 교회에 다녔으나 교회에서조차 그 가족을 아는 사람이 없다.

이 지역의 한.미 세탁업협회의 론 김씨는 "조씨 가족들을 유령 같았다"면서 "그의 가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부근에서 세탁업을 하고 있는 조승희의 삼촌도 승희 아버지와 몇 년 동안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촌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승희 부모의 유일한 위안은 미국의 명문대학인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미 국무부와의 거래 회사에 취직한 조선경씨였다.
 
아버지 조모씨와 어머니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다가도 주변인들이 물어보면 딸 자랑을 하며 흐뭇해 했다는 것이다.
 
조승희의 부모는 자식 자랑을 인생의 유일한 낙으로 삼는 전형적인 한국인 부모의 모습 그대로다.
 
AP 통신에 조승희의 범행에 대해 정말로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보낸 누나 조선경씨도 자신의 가족에 대해 말하지 않기는 부모나 조승희와 마찬가지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조선경씨와 음식클럽을 같이 한 친구들은 매일 밤 만나 수 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선경씨는 가족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선경씨의 친구들은 "선경씨가 성공에 대한 집념과 집중력이 매우 강했으며 매우, 매우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선경씨가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 이후 일부 친구들에게 "언론이 자신에 대해 물어보더라도 절대 얘기를 하지 말라"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친구들은 선경씨를 비롯한 조승희의 가족들이 언론의 취재 광기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CBS 김진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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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25 [01: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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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도 2021/03/06 [17:53] 수정 | 삭제
  • 인종차별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와 그로인해 사살과 자살을 초래한 정신병 수준이면 진심으로 고통스러웠겠네요. 자살을 한정도면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을까요? 복수심을 억누루고 자살만 했더라면 어떠한 반응이었을지 궁금한 건 ...
  • 안타까움 2007/04/27 [01:54] 수정 | 삭제
  • 조승희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집니다. 우선 희생된 학생들의 이야기는 접어두고... 조승희의 15년 이민생활이 어떠했을지 느껴지더군요.. 원래 말이 없는 학생.. 말이 없다고 생각까지 없지는 않죠.. 성격상 겉으로 표현하는 연습이 잘 안된 학생입니다. 부모의 가정환경이 영향이 컸을겁니다.. 부모들도 말이 없는 사람들이죠.. 소통이란걸 배우지 못한 조승희.. 개방적이고 개인적인 미국사회에서 엄청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누구에게도 고민한번 제대로 못하고 .. 친구들이나 주위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한 날들.. 그리고는 자기내면속으로 다른 세상을 만들어 고립되고 외로운 영혼으로 살았을거예요.. 그가 애써 마주치치 않으려고 했던 세상의 눈들.. 그러나 그는 옆눈으로 모든걸 알고 있었을거예요.. 얼마나 엄청난 외로움인지 ..
    한 사람이 그 긴 시간동안 단 1명의 친구도 없이 그렇다고 바쁜 부모가 친구의 역할을 할수가 있었을까요.. 조승희는 점점 한국말을 잊어버리고 부모들은 한국말로 아들에게 이야기하면 서로 대화가 될수가 없죠.. 결국 조승희는 가족이 있지만 철저히 혼자로 그 긴 시간을 살았을 겁니다... 조승희가 아니라도 우리주변은 외톨이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세상에 끼지못해 .. 용기가 없어서 .. 낙오된 사람들이 많죠.. 조승희는 비록 엄청난 살인으로 분노를 폭발시켜버렸지만 우린 조승희를 통해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봐야할것입니다..
    우린 참 어리석다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죠..
    조승희도 생각했을거예요.. 어제도 오늘도 미래도 없는 조승희의 일상이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나 혼자인 세상..
    차라리 혼자인거보다 죽는게났다고 생각했을거예요.. 그러나 조승희는 어떤형태로든 자신의 마음을 세상에 풀어놓고 싶어을거예요.. 그가 만약 정말 큰맘먹고 절실하게 누군가에게 자신이 외롭다고 말했다면.. 그럼 누군가가 그를 도왔을까요. 아닐거예요.. 우린 우리의 편안한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조승희의 내민손을 아주 쉽게 아님 다음에 도울께 라고 하면서 거절했을거예요.. 조승희 는 아주 비극적인 방법으로 우리에게 알린거죠..
    우린 뒤늦게야 조승희라는 외톨이의 삶과 우리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죠..
    그래서 마음이 미어집니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모든것에 대하여.. 조승희와 32명의 희생자들.. 모두 명복을 빕니다.
  • 슬픔 2007/04/25 [06:28] 수정 | 삭제
  • 친구 하나 없이 살다가 간 사람 조승희가 나는 너무나 불쌍하다.

    편안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