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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의 분노 “평생 <조선일보> 안보겠다”
관촌중 학생들과 김형근 교사 덮친 보수언론 매카시즘에 저항하는 이유
 
박지훈
"지금 우리는 잘못된 거대언론과 우리를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대항할 힘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저 같은 어린 학생들에게 분노를 주었고, 그 분노는 평생 <조선일보>를 보지 않도록 결심하게 했습니다. 결국 <조선일보>는 손해날 짓만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커 가면서 <조선일보>의 잘못된 일을 똑똑히 눈에 담고 살아가겠습니다"

한국교회인권센터가 23일 향린교회에서 개최한 관촌중 김형근 교사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한 관촌중 졸업생 김민지 양(17·완산여고)의 <조선일보>를 향한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무엇이 이토록 어린 학생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지난해 12월 <조선일보>는 '술렁이는 관촌면'이라는 르포기사와 사설을 통해 관촌중 학생과 김형근 교사를 '빨갱이'로 몰아붙였다. 신문 내용은 2005년 5월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 김 교사가 학생 180여 명과 함께 '빨치산 추모행사'에 참여했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체사상과 반미의식을 주입시켰다는 것. 

이밖에도 이 신문은 추모제에서 나오지도 않았던 구호가 나왔다고 보도했으며 공안당국의 내사가 진행 중이라고 사실 무근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같은 <조선일보> 행보에 보수 신문들도 뛰어들어 어린 학생들과 김 교사를 역시 빨갱이로 몰아갔다. 이에 발맞춰 지난달 15일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대구 당원교육에서 "전교조가 아이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에 참가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을 보호키 위해선 한나라당이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조선일보> 보도로 졸지에 빨갱이가 된 김형근 교사. 그는 이 신문에 맞서 작은성명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에큐메니안 박지훈

졸지에 '빨갱이'가 된 어린 학생들과 김형근 교사는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현재 <조선일보>에 맞서 '작은성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가 빨치산 추모제라 보도한 통일 산악회란

통일 산악회는 2005년 1월 관촌중 학생들이 주축이 돼 학부형과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로 결성됐다. 산악회는 한 달에 한 차례 산행에 나서 조국통일을 기원했다. 김 교사는 "산에 올라가 호연지기도 기르고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한껏 발산하고 돌아왔다"며 "등산과 하산과정에서 '우리민족끼리 통일하자'는 리본을 나무에 걸었다"고 말했다.

중학생들이 평화 통일 운동을 펼친 이유

책방 주인이자 논술학원을 운영하던 김 교사는 1999년 늦깎이로 관촌중에 부임했다. 늦깎이 부임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학생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의 고충을 파악하기 위해 김 교사는 가정방문을 다녔다. 가정방문을 통해 김 교사는 대부분 학생들의 가정 형편이 어려웠으며 낮은 자존감에 휩싸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때문에 김 교사는 학생들의 자기 존엄성을 세우는 일이 시급한 것임을 깨달았다. "아이들의 자발적 의사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였고, 농사일을 통해 배우는 생활상의 진리에 아주 소중한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또, 아름다운 환경과 하나 되도록 아이들의 정서를 다듬는데 노력했어요" 그의 이같은 교육과 열정으로 학생들은 자기표현을 할 줄 알고 자신과 주변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게 됐다.
 
학생들이 이같이 변화될 무렵,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터졌다. 관촌중 학생들은 분노했다. 효순이와 미선이는 남이 아닌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
 
이와 함께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발발했다. 학생들은 미국이 벌인 전쟁의 부당성을 깨닫고 반전 배지를 착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이들이 배지를 만들어왔는데 '전쟁반대', '미국반대'란 문구가 들어있었어요. 그걸 보고 겁이 났습니다. (학교에서) 쫓겨날까 하는 두려움이 들더군요" 김 교사는 지난 시절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의 자발적 반전운동에 학생들을 제한하고 억압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김 교사의 두려움(?)으로 배지에는 '미국 반대'란 문구가 빠지고 '전쟁 반대'만 들어갔다. 아울러 아름답고 평화롭게 살아야 할 이 세상을 건들지 말라는 뜻이 담긴 'NO TOUCH WORLD'란 문구도 집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사의 갈등도 많았다. "우리 사회 많은 규범들이 미국에 대한 저항을 불온시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참과 거짓이 싸울 때 중간을 중용이라 할 수 없듯이 일방적인 전쟁에서 침묵은 동조로 비칠 수밖에 없기에 더 이상 제 자신과 어린 학생들에게 침묵을 강요할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 북녘 친구에게 편지쓰기 운동을 시작해 김 교사를 또다시 당황케 했다. 관촌중 학생들은 북한의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에게 편지를 썼다. 
 
▲ 평생 <조선일보>를 보지 않겠다는 김민지양. 이 신문을 향한 그의 분노는 필설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     © 에큐메니안 박지훈
 
김 교사의 난감함은 북한 학생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어린 학생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이 쓴 편지가 국가보안법 '회합통신죄'에 저촉돼 아이들 편지가 북에 못 갈 것이란 사실을 설명할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비롯됐다. "학생들이 편지를 쓰다 보면 지구반대편 사람과도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시대에 이 편지가 왜 북으로 갈 수 없느냐고 물을 때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어요"
 
결국 이런 답을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주지 못하고 2006년 3월 군산 동고등학교로 전근을 갔다. 김 교사가 전근을 간 후로도 학생들은 꾸준히 편지를 썼고 편지는 9천통을 넘어섰다.김 교사는 "아이들이 편지를 쓰며 글쓰기 실력도 늘고, 공부도 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통일 운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생회를 주축으로 '일일이성운동'이라는 스티커를 만들었다. 이 운동은 아침과 저녁으로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반성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김 교사는 "이밖에도 아이들은 마음속에 통일의 이정표를 굳게 세우자며 6·15 공동선언을 외웠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의 통일 산악회 공격
 
이런 과정을 겪은 학생들이 통일 산악회를 만들어 통일을 염원한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이런 모임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어린 학생들이 만든 산악회를 향해 색깔론을 펼치며 김 교사와 학생들을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2005년 5월 전북사회운동단체 주최로 열린 '통일열사 추모 문화제(전야제)'. 학생들은 전야제 행사에서 무대공연을 선보이고 다음날 새벽 5시경 산에 올라 본래 목적인 산행을 마쳤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지난 12월 지면을 통해 김 교사가 매년 빨치산 추모제에 학생들을 선동해 갔다고 보도했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조선>을 비롯한 수구 언론들의 기사는 어린 관촌중 학생들과 교사의 정당한 항변을 무참히 짓밟았어요" 김 교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분노를 머금었다.
 
▲ 김형근 교사 뒤로 수구언론이여 마녀사냥을 멈춰라는 내용의 글귀가 보인다.     © 에큐메니안 박지훈
이 신문의 기사가 나기 전날 밤인 지난해 12월 5일. <조선일보> 기자가 김 교사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김 교사는 "<조선>기자가 '당신은 매장될 것'이라고 했다"며 "이에 학생들 연합고사가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중요한 시기에 이런 기사가 나오면 아이들 시험이 걱정되니 보도를 미뤄달라고 사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김 교사의 애원(?)을 무시하고 다음날 기사를 내보냈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높은 이상을 하나씩 실현하며 세상에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학생들을 향해 <조선>은 너무도 쉽게 빨간색을 칠해 버렸습니다" 이런 말을 내뱉는 김 교사의 목소리엔 슬픔과 분노가 섞여있었다.

결국 <조선일보> 보도로 관촌중 교육조건은 황폐해졌다. 김 교사가 구속됐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으며 교사들이 아이들의 통일카페를 폐쇄하자고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교사는 많은 고민 끝에 이 신문과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관촌중 학부모가 제안한 '작은 성명서 운동'을 시작하기로 한 것. "우리는 힘도 없고 불리한 조건이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조선> 및 친일분단세력과 싸우기로 했습니다. 우리 뒤에 있는 수많은 양심과 정의를 믿고 시작한 것입니다"
 
김 교사는 "'작은성명서운동'이란 거창한 조직 논리 속에서가 아니라 일터와 가정에서 토론을 통해 언어를 만드는 창의적 방식으로 일반생활 단위에서 대중들이 우리 편에 서서 전선을 형성 해 준 것이기 때문에 대중이 주인이 돼서 벌이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300장에 달하는 성명서가 나왔으며 성명서 하나하나에는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김 교사는 "함께 했던 학부모들도 싸움에 지쳐 등을 보인 분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흐트러진 상황을 재정비해 <조선>과의 싸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다음은 작은성명서운동(http://cafe.daum.net/nowar4)에 올라와있는 성명서 중 일부 글이다.
 
김익현 가족-“<조선일보>는 불량식품, 사지도 먹지도 말자, 배탈 난다”
 
유통회사 ‘좋은아침’ 임직원 일동-“우리 회사 직원 일동은 관촌중 학생과 김형근 교사를 지지한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와 수구꼴통을 반대 한다”
 
아중리 공인중개사모임 일동-“빨치산 추모제 참여라는 황당한 기사를 날조한 <조선일보> 왜곡보도에 반대한다. <조선>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
 
용접봉 소리경 대표 이상용-“관촌중 학생들의 활동을 높이 평가한다. 김형근 교사의 교육자적 열의를 존경한다. 아울러 <조선>의 왜곡보도를 반대 한다”
 

* 본 기사는 개혁적 기독교 인터넷언론인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서 제공했습니다.
 
기사입력: 2007/02/28 [12:5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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