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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잉크도 마르기전에 신경전… 6자회담 난항
美 "핵 폐기 구체적 증거 요구할 것' vs 北 "금융제재 해결이 전제"
 
김진오   기사입력  2006/11/02 [06:43]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을 재개한다고 발표하자마자 신경전을 벌이는 등 회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앙숙관계'임을 반영하 듯 6자회담 재개를 합의해 놓고서도 회담을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가의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보다는 상대방의 양보만을 전제로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 미국 "핵 페기 용의 구체적 증거 내놔라"

포문은 먼저 미국이 열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회담 재개를 발표한 31일(현지시간) "회담 재개를 일단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효율적인 회담을 위해 대북제재를 계속한다거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의 이행을 논의하기위해 특별팀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의 핵폐기 용의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은 어디까지나 북한 핵 폐기를 위한 회담인 만큼 그 증거로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나 영변의 플로토늄 재처리 시설 해체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의 핵폐기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내 활동을 재개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을 볼때 미국 등은 북핵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 조치와 IAEA 사찰단의 북한내 활동 재개를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회담에서 가장 원하고 있는 금융제재 문제는 실무그룹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북핵 6자회담과 분리해 다룬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 북한 "금융제재 해결이 전제"

북한도 미국과 다를 바가 별로 없어 보인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결정 하루 뒤인 1일(현지시간) 외무성 성명을 통해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 해결한다는 전제아래 6자회담에 복귀키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을 핵 군축 회담으로 끌고 갈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은 빠르면 이달 말쯤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 이행에 촛점을 맞출려고 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대북금융제재 해제와 핵 보유국 지위 인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서로가 상대방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이른바, 잿밥에만 관심이 많다.

지난해 9.19베이징 공동성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과 미국은 경수로 제공 문제로 실랑이를 벌임으로써 미국이 대북금융제재를 취했던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북한과 미국이 이쯤에서 자제하지 않고 자기들의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며 언론을 동원한 '공중전'을 펼 경우 가까스로 재개된 6자회담이 열리지도 못하고 좌초될 수도 있으며, 설령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상호 불신과 적대적 언행으로 인해 결실을 맺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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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1/02 [06:4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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