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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의 ‘빅딜제안’은 재벌에 책임지우기
[홍정표의 사람사는 세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강조, 구체적 제안은 미흡
 
홍정표   기사입력  2006/07/31 [08:32]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은 30일 "사면요건을 갖춘 경제인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하고 재계가 요구하는 출자총액제를 폐지를 비롯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대신 "경제계는 국내 투자를 확대하여 신규채용을 늘리고, 하청관행을 개선하고, 취약계층 노동자를 배려하는 가시적 조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의 이 발언, 특히 촐총제를 페지시키겠다는 발언은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말마따나 아직 재벌들의 순환출자 폐해가 상존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리라 전망된다.

더욱이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는 출총제폐지나 경제인 사면 등의 조처가 구체적인 데 비해, 투자확대나 비정규직처우개선 문제 등을 김 의장이 가시적인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였지만 그 조처의 실행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맹점이 있기 때문에 김 의장의 빅딜론이 자칫 줄 것만 주고, 얻을 것은 얻지 못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장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대권행보를 위한 전시용이다. 우경화로 변절했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왜 이런 빅딜을 제안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대기업들은 자본파업이라 불릴 만큼 일체의 국내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 물론 돈이 되지 않으니  투자를 머뭇거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혹은 정국이 미덥지 못하니 기회를 엿보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외국 투기 자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항하여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 자사주식을 매집하여 소각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로 기업 소득을 탕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번 국제투기지본 소버린의 그런 기도에 SK그룹이 혼쭐이 났다. 그 때 대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계열기업들에게 순자산액의 25%이상을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촐총제를 원망했다.

다행히 소버린이 M&A를 포기함으로써 사태는 유야무야 처리됐지만 이런 위험은 늘 잠복해 있는 것이다. 혹자는 "재벌이나 국제 투기자본이나 그 놈이 그놈인데 무슨 상관이냐" 하지만 사정이 또 그렇지 않다. 국민기업 어쩌고하는 알량한 민족주의를 내세우고자 함이 아니다.
 
외국투기자본의 오로지한 목표는 단기수익이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그렇게해서 단물을 다 빨어 버린 뒤, 빠른 시일 내에 기업을 다시 매각하는 것을 최고의 경영기법으로 삼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FTA협정에 매진하면서 '외국 선진경영기법 도입' 운운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던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선진기법이란 멀쩡한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예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은행공간을 등받이도 없애버린 의자를 비치하면서, 돛데기 시장으로 만들어 버린 그런 악덕 상혼들이다. 그런 것이 무슨 선진경영기법인가. 그런 것은 누구에게 배우고 말 것도 없는 양아치식 경영기법이다. 그런 꼴을 빤히 보고도 그런 말을 하다니

노대통령은 정말 무식한 사람이다. 그래서 재벌들의 행태가 아무리 미워도 그래도 외국투기자본 보다는 낫다는 말이다. 김 의장은 "국민연기금을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가용할 수도 있다"고도 말하였다. 이렇게 정치권에서 성의를 보인다면 재벌들은 마땅히 이에 화답해야 한다. 거창하게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무슨 장학금을 출연하고 불우이웃돕기를 하고 하는 그런 눈가림 생색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자본파업을 하지말고, 투자를 해서 고용을 촉진하고 기술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악덕 하청관행을 개선하고, 적어도 자기 공장에서 자사제품을 만들고, 용역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혹사하지말고 정식 자기 식구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파견근무조항을 악용하여 비정규직을 혹사하는 그런 행태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김 의장의 오랜 소신은 사회적대타협이다. 대타협의 기본 전제는 노사정의 상호 양보이다. 그런데 김 의장은 노사정 중에서 사용자 즉 기업의 양보에 가장 큰 방점을 찍고 있다. 국민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오늘의 재벌들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그 재벌들은 응당 그에 티끌만한 보답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대단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그 기본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생명을 항구적으로 연장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됨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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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31 [08: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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