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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 위대한 태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프랑스 영화운동 누벨바그 운동의 탄생 다룬 ‘누벨바그
 
임순혜   기사입력  2025/12/31 [11:48]

영화 ‘누벨바그’(Nouvelle Vague, 2025)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À bout de souffle, 1960) 제작기를 다룬 영화로,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 자체 뿐 아니라 그 탄생의 순간을 링클레이터 스타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 영화 '누벨 바그'의 한 장면


누벨바그는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까지 프랑스에서 시작된 영화 운동으로, 전통적 상업영화의 문법을 깨고 형식과 표현의 자유, 감성적 진정성, 실험적 스타일을 강조한 것이 특징으로, 주요 감독으로는 프랑수아 트뤼포, 장-뤽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 에릭 로메르, 자크 리베트, 끌로드 샤브롤 등이 있다.

 

누벨바그 운동의 주요 특징은 롱테이크, 점프 컷, 비동기적 사운드 사용으로, 전통적 내러티브보다 감정·운동감·리듬을 중시하고, 카메라를 인물처럼 움직이는 주관적 시점으로 영화를 제작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장-뤽 고다르의 ‘멋진 안녕(À bout de souffle)의 점프 컷과 거리 촬영 등이다.

 

▲ 영화 '누벨 바그'의 한 장면     ©오드

 

또한, 스튜디오 대신 파리, 거리, 도심 공간을 촬영하고, 실제 공간에서의 우연성, 비계획적 사건을 포착하며, 비연극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 대사 대신 즉흥성, 배우와 비배우의 혼합 등 연기 기법의 변화를 꾀한다. 뿐만 아니라 비동기적 사운드를 사용하고, 화면과 떨어진 음악과 대사, 사운드를 의식의 흐름처럼 구성하는 등 사운드를 재해석 한다.

 

누벨바그는 영화 언어를 확장해 형식의 혁신을 이루어, 이후 전 세계 영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고, 영화가 서사에만 매이지 않고 감정·운동·침묵·시간의 질감을 탐구하게 해 감각적 자유를 누리게 하였으며, 저예산으로 제작하고, 개인적 시선과 사회적 현실 의식을 강조하고 독립정신을 추구해, 독립 영화의 원형이자 모던 시네마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누벨바그의 영화사적 의의는 고전적 할리우드·프랑스 전통 영화를 개인적 시선과 실험적 언어로 전환한 결정적 분기점을 이룬 운동이란 점이다.

 

▲ 영화 '누벨 바그'의 한 장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누벨바그’는 1959년 파리를 배경으로 장 뤽 고다르가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영화 제작기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주목받았으며, 타임지 선정 올해의 최고 영화 1위로 선정된, 영화사 전체에서 중요한 순간을 깊이 있고 통찰력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영화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장뤽 고다르의 혁명적 방식인 즉흥, 저예산, 파리 거리 촬영 등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감독은 본래 누벨바그가 추구한 질서를 부순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전통적 이야기 구조를 유지한다.

 

▲ 영화 '누벨 바그'의 한 장면


영화는 ‘고다르’(기욤 마르벡)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고, 그가 동료들과 씨름하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형식·사운드·대사까지 세심하게 설계된 드라마로 펼쳐진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시각적으로도 누벨바그 시대를 의식적으로 소환하는데, 4:3 비율, 흑백 필름 느낌, 필름 자국 같은 요소 등 빈티지 스타일을 재현하나, 단순 복고가 아니라 시대와 방식의 감각적 매개로 작동하게 한다.

 

▲ 영화 '누벨 바그'의 한 장면


‘누벨바그’는 링클레이터 특유의 자유로운 연출 감각과 누벨바그의 정신이 맞닿아, 관객에게 "왜 영화가 생명 있는가?"라는 질문을 즐겁게 던지게 하며, 고다르, 세버그(조이 도이치), 장 폴 벨몽도(오브리 뒬랭) 등의 캐릭터는 단순 모사에 그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인물처럼 느껴지게 하며, 고다르 주변의 동료들까지 등장시켜, 누벨바그 전반의 역사적 풍경을 보여주는 등 영화사적 맥락을 직관적으로 제공해 비평가 및 영화 팬에게 호평을 준다.

 

그러나, 기술적·미적 요소를 빌려오지만, 고다르 원작의 현실적 즉흥성과 무질서함은 다소 정돈된 드라마로 재구성되어 원작의 급진성을 온전히 재현하진 않기 때문에 "원작 정신이 ‘부드럽게’ 처리되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 영화 '누벨 바그'의 한 장면


‘누벨바그’는 영화사적 애정을 담은 ‘영화 향수’이면서도, 단순 복고를 넘는 하나의 감각적 드라마로, 링클레이터 식의 휴머니즘과 누벨바그의 반항적 에너지가 충돌과 화해를 동시에 이루며 관객에게 다가온다.

 

링클레이터의 ‘누벨바그’에서 장-뤽 고다르는 천재의 초상이 아니라, 태도를 발명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영화의 핵심은 "위대한 작품"이 아니라 "위대한 태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있다.

 

▲ 영화 '누벨 바그'의 한 장면     ©오드

 

링클레이터는 영화는 먼저 생각하는 예술이 아니라 몸으로 반응하는 예술이라는, 누벨바그의 핵심 명제를 시각화하며, 고다르를 개념을 가진 철학자로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고다르를 신화에서 끌어내려, 현장 속 인간으로 복원한다.

 

링클레이터는 영화 속 고다르는 끊임없이 말을 가져오고, 잘라 붙이는 것을 통해, 누벨바그의 혁신은 ‘무에서의 창조’가 아니라 기존 이미지와 언어를 재배치하는 행위였다는 것, 고다르를 천재적 작가가 아니라 편집자적 사유를 가진 인물로 제시한다.

 

▲ 영화 '누벨 바그' 포스터

 

‘누벨바그’에서 영화 제작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 돈은 부족하고, 계획은 바뀌고, 현장은 혼란스럽다. 이 반복되는 불안정성은 누벨바그의 혁명은 완성도 높은 결과가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로 수렴된다.

 

링클레이터는 고다르를 "정답을 알고 있는 감독"으로 그리지 않는다. ‘누벨바그’는 단순한 영화사 재현이 아니라, 고다르를 통해 "영화의 시간이 새로 시작되는 순간은 언제인가?"를 묻고, 그 답을 제작 현장의 사소한 순간들에서 찾는다.

 

‘누벨바그’는 누벨바그를 재현하는 영화가 아니라, ‘누벨바그적 태도’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설명하는 영화다. 누벨바그의 기원을 다룬 영화이자, 링클레이터가 영화에 바치는 가장 개인적인 헌사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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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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