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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오해, 엇갈림으로 가득한 이틀간의 낮과 밤 '독립시대'
대만 뉴웨이브 거장 故 에드워드 양 감독의 30년만에 국내 첫 리마스터링 개봉
 
임순혜   기사입력  2024/09/20 [17:12]

대만 뉴웨이브 거장 故 에드워드 양 감독의 야심작 '독립시대'는 1990년대 타이페이를 배경으로 모든 조건을 갖춘 재벌집 딸 몰리(예숙군)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절친인 치치(첸샹치)를 중심으로, 이들의 사랑과 오해, 엇갈림으로 가득한 이틀간의 낮과 밤을 그린 작품으로, 제작 30년 만에 국내 첫 리마스터링으로 개봉된다.

 

▲ 영화 '독립시대'의 한 장면     © ㈜디스테이션, ㈜에이썸 픽쳐스


일과 사랑, 모든 게 완벽한 문화 사업가 몰리는 어느 날 별난 예술가 친구 버디(왕야민)가 맡은 연극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돈 많은 약혼자 아킴(진이문)은 그녀의 사생활을 의심한다.

 

몰리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전담 비서인 치치는 갑자기 터진 표절 사건을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하다가 믿음직하지만, 때론 답답한 오랜 연인 샤오밍(왕유명)과 크게 다투게 된다.

 

한편, 몰리는 사소한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일로 인해, 그녀의 사업과 결혼, 끈끈했던 치치와의 관계에도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게 되며, 그들은 예기치 않았던 뜻밖의 선택을 하게 된다.

 

▲ 영화 '독립시대'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에이썸 픽쳐스

 

'독립시대'를 연출한 에드워드 양 감독은 1982년 단편영화 '광음적고사로 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진 후, 첫 장편 연출작 '해탄적일천'에 이어, 대만 사회를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타이페이 3부작 '타이페이 스토리', '공포분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전 세계 씨네필의 사랑을 받으며 대만 뉴웨이브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3시간 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작품성과 영상미로 극찬을 받으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에 선정되었다.

 

▲ 영화 '독립시대'의 한 장면  © ㈜디스테이션, ㈜에이썸 픽쳐스

 

'독립시대'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마작', '하나 그리고 둘'과 함께 ‘신 타이페이 3부작’으로 분류되는 감독의 후기 영화 세계를 대표하는 웰메이드 클래식 영화다.

 

'독립시대'는 1994년 당시 제4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제31회 금마장 영화제 12개 부문 노미네이트 및 각본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까지 총 3관왕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고, 2022년에는 제79회 베니스 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초청되어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최초로 공개되었다.

 

▲ 영화 '독립시대'의 한 장면  © ㈜디스테이션, ㈜에이썸 픽쳐스


'독립시대'는 1994년 당시 제47회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대만 사회에 대한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시선과 탁월한 연출 감각을 드러낸 에드워드 양 감독에 대해, 해외 유수의 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렬하고 도발적이다.”(Time Out), “에드워드 양의 야심차고 풍자적인 영화”(Chicago Reader), “이 세상의 약육강식 방식에 대한 우화”(Films Fatale)다.

 

“욕망과 기대 사이의 섬세한 경계”(The Film Stage), “이 훌륭한 영화는 직접 봐야 한다.”(IMDb)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일본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에드워드 양 영화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독립시대'에 담긴 통찰은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고 필요한 것이 되고 있다"라는 헌사를 남겼다.

 

▲ 영화 '독립시대'의 한 장면  © ㈜디스테이션, ㈜에이썸 픽쳐스

 

'독립시대'는 90년대 타이페이를 배경으로 격변하는 도시와 충돌하는 가치, 얽히고설킨 감정과 관계의 민낯을 감독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세련된 오픈카를 타고 타이페이 도심을 누비는 장면부터 새벽의 어슴푸레한 빛이 스며드는 통창을 등진 채 기대어 앉아 있는 두 주인공의 실루엣,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공중전화 박스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남자의 모습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여러 인물들을 비추고 있어, 에드워드 양 감독만의 독특한 영화적 시선을 느낄 수 있다.

 

▲ 영화 '독립시대'의 한 장면  © ㈜디스테이션, ㈜에이썸 픽쳐스

 

특히, 몰리와 치치의 얼굴에 내려앉은 푸르스름한 빛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송이들이 독특한 색채감을 더하고 있어, 에드워드 양 감독의 감성적인 미장센은 90년대 타이페이의 낭만과 감성을 배가시키며, 사랑과 희망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던 감독의 작품 세계를 암시한다.

 

또한, 몰리가 사소한 이유로 직원을 해고 해, 전담 비서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치치와의 관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파동을 불러일으키게 되는데, 몰리의 일상에 닥칠 위기를 예고하듯 고조되는 음악과 함께 주변 인물과의 장면들이 몽타주로 이어지며 치치와 대면한 장면에서의 음악과 “너의 그 친절한 미소가 좋지만 그 속에 감춰진 속을 모르겠어”라는 묘한 대사는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결말에 다다를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 영화 '독립시대' 포스터  © ㈜디스테이션, ㈜에이썸 픽쳐스

 

너무나 다른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1990년대 대만 사회의 모습과 그 속에서 얽히고 설킨 여러 인물들을 비추며 탁월한 색채감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독립시대'는 9월25일(수) 30년만에 한국 최초로 리마스터링으로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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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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