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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운동학생동문회에서 ‘국어운동동지회’로 변신
[한글 살리고 빛내기37] 학생 국어운동을 넘어서 우리말 사랑 시민운동으로
 
리대로   기사입력  2021/08/25 [20:33]

민주화바람이 불고 국어운동학생회가 다시 일어나 힘차게 활동을 하면서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는 후배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을 넘어서 시민운동으로 변신하려고 ‘1988년 한글날에 국어운동동지회로 창립식을 했다. 1972년 김종필 총리와 이희승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장, 일부 국어학자들과 언론이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을 시행하려는 것을 가로막고 있어 후배 국어운동학생회와 한글학회를 돕고 함께 한글운동을 했었지 동문회 이름으로 홀로 국어운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전두환 독재시절 한동안 학생들 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다가 다시 30여 개 대학으로 모임이 늘어나 힘차게 활동을 하게 되면서 동문회는 시민운동 모임으로 변신해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홀로 활동하기로 한 것이다.    

  

▲ 당시 모임 사진들     © 리대로


지난 21년 동안 나는 국어운동대학생회 후배들과 함께 한글날마다 덕수궁 세종대왕동상에 꽃 바치기 행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어떻게 후배들을 이끌고 한글학회를 도울까 고민도 많이 하고 한글을 지키고 살리는 일꾼으로서 한 몫을 했었다. 우리 동문들은 후배들과 꽃 바치기 행사를 한 뒤에 덕수궁 나무 그늘아래와 이곳저곳 조용한 곳에 모여 지난 일들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도 했었다. 그때 우리는 순수했으며 한글사랑 마음이 그 누구들보다 뜨거웠다. 그동안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이 많았고 그래서 우리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우리 나름대로 목소리도 내고 우리 뜻대로 한글운동을 해야 한글을 지키고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글학회가 일제 때부터 한글을 지키고 있지만 학회라는 이름으로 외세를 등에 업은 막강한 반자주 세력과 싸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 보았다. 또한 우리말과 한글을 살리고 빛내야 우리 나라와 겨레가 살고 그러려면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동문회라는 이름으로 앞에 나선다는 것이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한글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을 모아 한자파와 싸우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고민도 많이 했고, 우리 스스로와 상대편에 대해서도 알만큼 알았으며 나름대로 경험도 있었기에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략도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도 청년을 넘어 중년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간 일본식 한자혼용 세력에 짓밟혀 100년이 넘어도 한글은 빛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글날 덕수궁에서 한글운동을 논의(오른쪽)하는 모습. 한글회관에서 이봉원 뜻벗(앉아있는 이)이 진행을 하고 국어운동동지회 창립총회(왼쪽)를 했는데 내가 회장이 되어 인사말을 하다.     © 리대로

 

그래서 1988542돌 한글날에 덕수궁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꽃 바치기 행사를 마치고 한글회관으로 옮겨 창립총회를 했다. 후배 김불꾼 군이 사회를 보고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 초대회장 이봉원 뜻벗이 진행을 했는데 내(리대로)가 회장을 맡았다. 그런데 그 뒤 한글학회 어른들과 일부 동문회원들이 국어운동학생동문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이 더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고, 그때 미국에서 10여 년 망명생활을 하던 공병우박사가 돌아와 한글문화원을 꾸리고 한글기계화운동을 시작하면서 그곳에 우리 젊은이들이 함께 쓸 방을 주셨기에 시민운동 차원으로 활동을 하더라도 이름은 그대로 동문회 이름으로 활동을 하게 되어 동지회라는 이름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 참립 선언문을 소개한다.

국어운동동지회 창립 선언문

우리나라는 4321년이란 긴 역사와 교유한 문화를 지닌 한 핏줄 한 겨레나라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 겨레는 서로 갈리고 나뉘어 싸웠고, 많은 외침에 시달렸으며 외세에 머리 숙이고 살아온 부끄러운 민족사였다. 더구나 우리 할아버지들은 일제에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우리 아버지들에게 일본말을 국어로, 일본역사를 국사로 교육받게 한 뼈아픈 경험을 맛보게 했다. 다행히 지금 우리들은 일제에서 해방된 뒤에 태어나 우리말글을 국어로 배우고 우리 조상들의 가슴 아픈 발자취를 돌아보며, 자주 통일된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이러한 소망으로 지난 학생시절 우리는 현실의 많은 모순을 보며 나라와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특히 제 글을 버리고 남의 글만 훌륭하다한 조상을 원망하며, 우리 말글이 제자리를 찾고 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국어사랑 길이 우리겨레를 자주문화겨레로 만들고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데 그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임을 깊이 깨닫고, 해방 20여 년이 지난 4300대학국어운동학생회를 만들어 국어독립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제 때 교육받은 많은 어른들과 당장 편하게 살려는 이들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과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여 외면하고 방해하여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보다 먼저 눈을 뜨신 선배들이 우리를 격려하여 주셨고, 한글의 훌륭함을 깨달은 후배들이 적극 호응하여 한글살이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즐거운 일이다.

  

우리는 저 혼자만을 생각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반만년 역사를 이어오게 한 애국선열들을 우러러 받들고 싶다. 우리는 이두문자를 만들고 훈민정음을 만드신 훌륭한 조상들을 우리러 받들고, 그분들의 높은 뜻과 귀한 자주정신을 이어받아 우리세대에 우리 말글로 말글살이를 하는 나라를 만들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남의 뒤만 따르고 남의 것만 본 따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들을 앞서고 싶으며 스스로 약소민족, 뒤진 민족이라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글살이가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고쳐 쓰고 애써 드높임으로써 세계인이 즐겨 쓰는 좋은 말글이 되기를 바라며, 한글살이가 쉬워져서 우리 후손은 남의 글자와 말을 배우는데 일생을 보내지 말고 그 시간을 과학과 기술을 배우고 새 문화를 창조하는 데 바쳐서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그래서 우리겨레가 세계 으뜸겨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해방된 지 40여 년이 지난 이제 한글교육의 위대함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정치, 경제, 문화 들 모든 면이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 스스로 가뿐히 서서 걸으려 하고 있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이러한 때 국어운동이 시작된 지 21년이 지난 오늘 그 때 국어운동 동지들이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더 알차고 힘찬 국어운동을 하려고 다시 모여 국어운동동지회를 만들어 시민운동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바라건대 동지들은 더욱 용기를 가지고 힘을 모아주고, 애국동포들에게는 우리가 하는 이 역사에 남을 시대사명을 이해하고 우리주장을 따라주며 도와주실 것을 호소한다.

 

우리는 542돌 한글날을 맞이해 우리가 해마다 모이던 조상의 얼이 깃든 덕수궁 세종큰임금 동상 앞에서 온 겨레붙이가 한글살이를 바탕으로 모든 쪽에서 자주문화를 애짖고 완전히 자주독립 겨레, 통일된 세계 으뜸겨레를 빨리 만들어 애국선열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손에 면목이 서는 존경받는 조상이 되자고 온 누리에 소리 높여 외친다. 

 

4321(1988)109 

국어운동동지회 창립 준비모임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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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8/25 [20: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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