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도호국단 세대를 아십니까?
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386세대’, 1970년대 전반기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민청학련 세대’라고 부른다. 1972년에 박정희 정권은 영구집권을 꿈꾸며 유신헌법을 만들었다. 지식인과 대학생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이어지던 유신반대운동이 급기야 1974년 봄에 대학생들의 거국적 시위로 폭발했다.
독재정권은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을 주목했다. 시위의 중심에 있었던 이 조직을 민주화투쟁이 아닌 국가전복세력으로 몰았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주모자로 몰린 8명에게 사형이 집행되었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내려진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1970년대 전반기에 대학을 다니던 사람들을 민청학련 세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학도호국단 세대’라는 말도 있다. 1970년대 후반기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박정희정권이 말기로 들어선 1976년에 각 대학의 학생회가 폐지되고 정부가 만들어준 학도호국단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한 그 해에 문무대라는 군사훈련소에 입소해 열흘간의 병영훈련을 받아야했다. 하지만 극단의 통제와 억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79년 10월, 독재자는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명을 달리했다.
그때는 부도덕한 정권에 의해 부동산 투기의 광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독재정권은 서울 인근의 낙후된 땅을 개발해 엄청난 개발이익을 차지했다. 사전에 정보를 낚아챈 정권의 하수인들도 떡고물을 단단히 챙긴 건 물론이다. 거의 논밭이었던 지금의 서울 강남지역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후반의 그 시절, 대학가의 풍경은 어땠을까? 언로가 꽉 막히고 곳곳에 깔린 사복경찰들이 감시의 눈을 번뜩이는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은 잔디밭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포커게임을 즐겼다. 시위가 사라지고 겉으로는 평온한 듯 보였던 그때 그 시절, 독재정권이 짜놓은 투기판은 강남을 흔들어댔고, 보이지 않는 삭풍이 몰아치는 캠퍼스에서는 포커라는 투기성 놀이가 대학생들의 의식을 갉아먹고 있었다.
2. 포커와 고스톱도 건전한 놀이가 될 수 있다
76학번으로 그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나 역시 한때 포커의 재미에 빠져든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때 배웠던 놀이를 여태껏 끊지 못하고 4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즐기고 있다. 대학 동기인 친구 녀석과 부부 동반으로 만나면 하루 종일 포커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돈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는다. 포커의 투기적 성격을 제거하고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내가 개발한 ‘건전한 포커놀이’를 독자들에게도 좀 소개하고 싶다. 포커나 고스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기왕이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이런 종류의 놀이가 갖는 성격과 부동산이 갖는 성격 사이에 공통점이 있어 그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게임 방법은 다르지 않다. 다만 돈이 직접 오가는 대신 색깔 별로 40~50개 정도 되는 칩을 이용하여 게임을 한다. 칩에 적혀있는 금액은 무시하고 각자 색깔별로 동일한 개수의 칩을 갖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칩은 인터넷에서 1~2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칩을 다 잃으면 각자 남은 칩의 개수를 세워 등수를 정한다. 다 잃은 사람은 꼴등, 가장 많이 남은 사람이 1등이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1등 천원, 2등 2천원, 3등 3천원, 4등 4천원, 이런 식으로 돈을 낸다. 2~3시간 정도 게임을 하면 3~4만원 정도 돈이 모아진다. 그 돈으로 식담(음식을 나누며 대화)을 즐긴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이렇게 하면 포커의 투기적 요소는 사라진다. 게임으로 돈을 따는 사람은 없다. 적게 내느냐 많이 내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일등을 한 사람도 돈을 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놀이방법으로 지금까지도 가족이나 친지들과 가끔씩 포커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 놀이방법은 고스톱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게임에서 진 사람은 돈을 내지만 이긴 사람은 딴 돈을 갖는 대신 공동의 함에 넣기로 하면 된다. 모아진 돈으로 구성원들이 함께 음식을 나누면 놀음의 요소는 사라지고 재미있는 놀이가 될 것이다. 모아진 돈이 너무 많으면 절반만 사용하고 잃은 액수에 비례해 되돌려주어도 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금으로 모아두던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증하는 방법도 있다.
전문투기꾼이 이 글을 보면 코웃음을 칠 것 같다. 하지만 놀이는 놀이로 그치는 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돈을 따는 대신 누군가는 그만큼 잃어야 하는 노름은 개인에게도 사회에도 좋지 않다. 돈은 반드시 노력의 대가로 벌어야 하며,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벌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의 공감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3.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정신없이 치솟던 서울의 집값이 드디어 잡히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른 것 같다. 집값이 잡혀 거품이 빠지더라도 문제는 있다. 초조감에 쫓겨 상투에서 집을 산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유선방송 채널 중에는 투기를 조장하는 부동산전문방송도 있다. 유투브에도 부동산강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부동산투기방법에 대해 강의한다. 물론 투기라는 말 대신 투자라는 말을 쓰지만 둘의 개념은 확연히 다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경우에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 것은 투기라고 해야 한다.
누구나 자기가 소유한 집값이 오르면 기분이 좋을 게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으로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것은 노름을 통해 돈을 따거나 잃는 것과 이치가 같다. 노름으로 돈을 따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돈을 잃는 사람이 생긴다. 부동산도 꼭 그렇다.
2억에서 3억으로 집값이 오르면, 집이 없는 사람이 20년 동안 아끼고 절약하면 살 수 있었던 집을 30년 동안 일해야 겨우 살 수 있게 된다. 앉아서 돈을 번 사람이 이웃의 돈을 직접 강탈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다. 누군가 그만큼 더 피와 땀을 흘려야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기는 반드시 막아야 하는 사회악이다.
오래 전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선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땀 흘려 돈을 버는 것은 평생 가난뱅이가 되는 길이며, 투기를 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조장하는 책이었다. 소수가 그 방법을 따르고 다수는 외면한다면, 소수만 부자가 되고 다수는 살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겠지만 사회가 붕괴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책이 제시하는 방법대로 살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 사회는 망할 수밖에 없다.
정의사회 구현을 목표로 세운 문재인 정부는 궁극적으로 토지공개념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토지공개념은 과거 노태우 정부가 먼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길이다.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서둘지 말고 착실히 실현해가길 바란다. 공평한 세상을 원하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함께할 것이다.
땅은 공동체의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여 개인이 소유할 수도 없고 투기로 이득을 취해서도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위험한 투기성 놀이인 포커나 고스톱도 생각을 달리 하여 방법을 만들어내면 건전한 놀이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공의 안식처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