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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도덕성, 핵심은 따로 있다
[정문순 칼럼] 재산형성, 병역, 약자착취, 논문표절, 취업압력 등은 검증해야
 
정문순   기사입력  2018/06/17 [21:26]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진정한 승자는 없을 것이다. 상처뿐인 영광 아니면 거저 얻어먹은 승리. 주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한 정책 경쟁이 아니라 유력 후보에게 불거진 도덕성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되는 선거 같잖은 선거에서 내가 그 지역 유권자라면 진절머리가 났을 것이다. 여기서 자연히 떠오르는 것은 정치인과 도덕성의 상관관계다.

  

정치인과 도덕성은 한국 정치에서 떼어놓을 수 없으며 특히 선거에서 흥행을 보증하는 일등공신이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도덕성이 좌우하는 한국 정치의 압축판을 보여주었다. 도덕이 정치를 압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인물의 도덕적 자질에 대한 평가가 선거를 판가름 짓는 것은 한국 정치를 지체시킨 주범이다. 선거는 유교 도덕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며 공자가 살아온다고 해도 경기나 경남 도민의 바람을 들어줄 수 없다. 그의 가르침은 당대 정치인들에게조차 거부됐으며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이들은 만년의 제자들뿐이었다. 조직폭력배가 자식에게 자신을 닮으라고 가르치지 않듯 도덕적으로 하자가 많은 인물을 뽑은 유권자들이 그를 닮거나 그와 닮은 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도덕적 기준이라는 것도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무엇이 도덕적인지 여부를 따지자면 뱀이 제 꼬리를 물고 돌 듯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재명과 남경필의 도덕적 저울은 도덕성 의혹이 덜 불거진 남경필에게 기울지 않는다. 정책으로 대결할 생각은 않고 상대의 약점을 까발려 이득을 보려는 자의 도덕성은 자신이 폭로한 상대보다 얼마나 더 우월한지 묻고 싶다. 이런 경우에 가장 도덕적인 투표 행위는 태풍에서 비껴나 있는 조용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어야 한다.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공천 과정에서 시끄러운 후보를 거르고, 정치인은 정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정당은 후보의 도덕성은 검증하지 않겠으니 유권자들에게 알아서 판단하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도덕을 아예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공적 역할을 맡은 사람으로서 도무지 용납해서는 안되는 치명적 결함의 경우 다르게 대응해야 된다. 무엇을 용납할 수 있고 없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대상자가 처한 환경도 살펴야 하지만 한 사회의 근간을 허물거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판단하건대, 재산 형성, 자신이나 자식의 병역, 여성 등 약자 착취, 논문표절, 자식 입시나 취업의 영향력 행사 등 5가지만큼은 엄정하게 검증이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용인될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은 예전에 자신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상식 이하의 답변을 한 적이 있다. 이런 태도야말로 심각하며 표절 문제 하나만으로도 다른 모든 것을 덮고도 남지만, 한국 사회는 남의 생각을 훔치는 일에는 관대한 편이다.

 

이재명의 용납할 수 없는 도덕적 결함은 손위 친인척에게 심한 욕설을 한 일이 아니다. 친인척 관계는 사생활 측면이 더 크며, 저작 도용이나 사귀던 여성에 대한 정서적 폭력을 휘두른 의혹이 더 치명적이다. 이런 식의 불공정한 도덕적 감수성 지수는 남성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으며, 지식인 집단에서 표절이 만연하거나 여성에 대한 폭력이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 사회에서나 가능하다. 한국에서 집권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가 되는 데 아무런 제지를 하지 못했던 표절 의혹은 헝가리 같은 나라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다.

  

사실 나 자신도 남의 말을 할 처지가 못된다. 문학활동을 하면서 나는 뭘 믿고 만용을 부렸는지 모르겠다. 나는 예전에 낸 평론집 등에서 작가 이문열과 함성호의 정치적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을 읽지도 않고 비평 글을 썼고, 비평가 김병익의 작품을 거의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남의 평가에 기대어 그와 그의 작품을 엉터리로 해석한 적이 있다. 특히 뒤의 것은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 내 생각인 것처럼 읊었으니 남의 생각을 훔친 것이 된다. 또 해당 시대의 문학적 경향이나 특정한 문학이론을 공부하지도 않았으면서 남의 평가를 내 것처럼 말한 것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참회한다.

 

* 613일 경남도민일보 게재 글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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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7 [21: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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