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모아놓았던 지난 문서들을 정리하다 괜찮은 자료 하나를 발견했다. 1997년 12월 어느 날, 당시 내가 교목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대광고등학교 종교과 수업시간에 가졌던 조별 토의 내용을 정리한 자료다. 토의 제목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우리들의 희망사항’이었던 것으로 보아 제 15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12월 18일이 지난 직후였던 것 같다.
이 자료를 20년이 지난 지금 공개하는 이유는, 당시 학생들의 생각에 지금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게 들어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당시 2학년 학생 중 한 개 학급 44명이 9개 조로 나뉘어서 한 시간 동안 이 주제로 토론하였고 수집된 의견 중 상위 5개의 희망사항을 추려 조별로 발표하였다. 그러니까 이 의견들은 몇 몇 학생들의 즉흥적인 생각이 아니라, 정규 수업 시간에, 진지한 토론을 거쳐 엄선된 희망사항들이다. 학생들의 정서와 표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가감 없이 옮겨 보겠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고교생 44명의 희망사항
[1조]
1위. 우리의 소원은 남북 통일
2위. 국민을 대표하는 자부심 and 책임감을 가지고 공약을 잘 이행해 주세요.
3위. 핵 미사일을 만들어 국방력을 향상시킵시다.
4위. 임기 5년 동안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5위. 교육 개편을 해 주세요. (미국처럼)
[2조]
1위. 통일로 세계로
2위. 시험 폐지하자
3위. 대학교의 평준화
4위. 경제난의 극복
5위. 핵 설치 (몰래 몰래)
[3조]
1위.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2위. 청소년 건전놀이 문화 확대
3위. 학교 수업 과목 축소
4위. 물가 안정
5위. 살아있는 정치
[4조]
1위. 청소년들의 휴식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2위. 군대 기간을 줄여주세요.
3위.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4위. 통일을 빨리 이루어 주세요.
5위. 국민복지 향상에 힘써 주세요.
[5조]
1위. 지역 감정 와해
2위. 청소년 문화 시설 확대
3위. 도시의 자연환경 조성 (자연 속의 도시)
4위. 대학의 의무 교육
5위. 대통령이 한 회사 사장처럼 우리나라 상품을 선전(?)해 주시고 이미지를 높여 주세요.
[6조]
1위. 부정부패 척결하여 썩은 정치인, 썩은 공무원을 몰아내어 깨끗한 사회 풍토 조성하자.
2위. 식량 자급율을 높여서 수입을 최대한으로 줄이자.
3위. 지역 감정 해소
4위. 최대한 빨리 민족 화합을 하여 통일 이룩하자.
5위. 문화 시민 공간 적극 마련.
[7조]
1위. IMF 기금 문제 해결
2위. 남북 통일
3위. 정경 유착 뿌리 뽑기
4위. 실업 문제 해결
5위. 물가 안정
[8조]
1위. 통일
2위. 외화 아끼기 (저축)
3위. 양심적인 정신 기르기
4위. IMF를 물리치자
5위. 교육제도 개편
[9조]
1위. 실력(인격)없는 교사 직위 박탈
2위. 9시 등교 시간 설정
3위. 각 학교 냉난방 시설 완비
4위. 음악, 미술, 체육, 기술, 윤리, 상업 시험 폐지
5위.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개인의 인성을 고려한 특정 과목의 교육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