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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교육'에 일침 가한 경기교육감의 '반란'
[홍헌호의 진단] '학원심야교습연장정책', 국가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
 
홍헌호   기사입력  2009/05/20 [10:09]
서해안 일부 지역 잠수부들의 지혜

얼마 전 모방송사에서 잠수부들의 잠수병에 대한 방송을 내 보낸 적이 있었다. 잠수병은 장시간 심해에서 작업을 할 경우 질소가 혈액에 녹아 들어가 있다가 나중에 기포로 변해서 체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병으로,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될 경우 영구적으로 사지를 마비시키는 무서운 병이다.

이 병을 예방하려면 심해에 장시간 머무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잠수부들은 의사들이 말해주는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바다오염과 남획이 가져온 해산물 고갈로 갈수록 소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서해안 일부 지역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 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시작했다. 주민들 스스로 내부규정을 만들어 작업시간을 규율한 것이다.

자체 규율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첫째, 장시간의 잠수가 유발하는 잠수병이 사라졌다. 둘째, 남획이 줄어들어 오히려 과거보다 소득이 더 많아졌다. 셋째, 소득은 많아지고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줄어 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
 
▲ 당정은 지난 18일 학원 심야교습 금지 추진 문제를 전면 백지화했다.     ©청와대

인간이 짐승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이 적절한 절제와 내부 규율을 통해 공공선을 실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자유와 규제가 균형을 이룬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

19일 한나라당과 경기교육청은 학원 심야교습 규제와 관련하여 서로 상반되는 결론을 내놓았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18일 당정회의를 통해 "획일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심야 학원교습 금지 추진 문제를 백지화했다. 반면 김상곤 교육감이 이끄는 경기도교육청은 오는 2학기부터 심야 학원교습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 날 “(MB정부와 한나라당의 정책기조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 정책기조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태희 의원은 자유가 무한대로 보장되면 정상이요 약간의 규제라도 있으면 비정상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의 노예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유와 규제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이지, 자유만 무한대로 보장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 것은 아니다. 약육강식의 자유가 무한대로 보장된 짐승들의 세계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사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 반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오는 2학기부터 심야 학원교습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 CBS노컷뉴스

교육과정도 인간다운 것이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이 인간답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따라서 그 과정도 인간다운 것이어야 한다.

전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핀란드의 교육과 우리나라의 교육을 비교해 보자.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의 초중고 학생들은 학원 사교육이나 개인 과외교습을 받지 않고도 조사대상 44개국 중에서 1~2위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준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밤낮으로 기계처럼 공부해도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미치지 못한다.

과연 어느 나라 교육이 정상적인 교육인가. 핀란드 교육과는 180도 거꾸로 가는 교육, 그런 교육이 과연 정상적인 교육인가.

대학개혁 외면하고 초중고생 닥달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

어떤 이들은 초중고교육을 이대로 두면 국가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조사대상 44개국 중에서 3~5위 수준이다. 더 이상 사교육을 통해 초중고생들을 혹사시킬 이유도 명분도 없다.

또 대학개혁을 외면하고 초중고생들을 닥달해서 국가경쟁력 올리겠다는 발상 자체도 매우 수치스러운 것이다. IM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기여도는 조사대상 60개국 중에서 52~58위 수준이다. 대학으로서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경쟁력 3~5위 수준의 초중고가 아니라 52~58위 수준의 대학부터 개혁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기존의 4년제 대학들이 자신들의 상대적인 지위가 내려갈까 두려워 북유럽식의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을 거부하거나 방해해서는 곤란하다.

학원심야교습연장·특목고확대정책, 국가경쟁력 강화에 역행
 
물론 학원심야교습을 금지하면 불법과외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보진영의 일부 사람들도 그런 주장을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모든 정책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진다. 전자가 크다면 그것은 실행되어야 하며 후자가 크다면 실행되어서는 안된다. 수많은 학부모들은 직관적으로 ‘학원심야교습금지정책’과 ‘특목고확대금지정책’의 순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과 자녀들에게 무엇이 이익이고 무엇이 손해인지 관념적인 지식인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     © CBS노컷뉴스

MB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학원심야교습연장정책’과 ‘특목고확대정책’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몇 푼이나 이익이 될까. 필자는 오히려 이 두 정책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보고서들은 사교육의 효과에 대하여 매우 회의적인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부모의 소득 등 교육환경이 학생들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만 사교육 여부가 학생들 성적을 높인다는 실증적인 근거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두 정책은 사교육비를 폭증시키고 아이들이 인간답게 대우받고 인간답게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정책, 다시 말해 야만적이고 반교육적이며 비인간적인 정책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MB정부와 한나라당 정책입안자들이 손톱만큼이라도 합리적인 교육정책을 내놓고자 한다면 학원 사교육이나 개인 과외교습을 받지 않고도 전세계에서 1~2위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주는 핀란드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생들을 충분히 놀게 하면서도 가장 높은 교육성과를 가져오는 교육,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세상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MB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런 선진국형 교육시스템과 180도 거꾸로 가려고만 애를 쓴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면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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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5/20 [10: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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