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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이명박 후보 '병적기록부' 수사해야"
[진단] 병풍공작? 혹은 근거 있는 의혹? 이 후보 사본도 진상 규명해야
 
이준희   기사입력  2007/12/16 [02:15]
'혹시나' 였는데 '역시나' 였다. 필자가 경고한대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병역' 면제 의혹이 터졌다. 공식적으로는 병역비리척결 관련단체에서 제기했지만, 사실은 이미 수일 전부터 언론계에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표가 떠돌고 있었다.
 
필자가 이 문제를 거론한 지 채 하루가 되지 않은 15일부터 주요 언론들이 이 후보의 병적기록부 문제를 보도했다. 통합신당 측이 15일 포문을 열었고, 이날 오후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촉발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다시 방문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입을 통해 거론되었으니, 언론이 이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의 문제점은 이미 병역비리 관련단체와 통합신당 측 등에 의해서 제기되었고, 주요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있기에 필자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자 한다.
 
그러나 병역비리 관련단체도, 통합신당 측도 밝히지 않는 사실이 있다. 이명박 병적기록부 사본의 조작가능성이다. 의혹을 제기한 병역비리 관련단체와 통합신당 측은 이명박 후보 측이 병적기록부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들이 거론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의 조작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대선 막판의 대역전극을 노리고 누군가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을 시중에 퍼트리고, 이명박 후보 측이 병적기록부를 조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병역비리척결국민행동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병적기록표(최초 신검당시 작성하는 문서) 사본의 앞면.     © 이준희

 
조작된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을 제시해 판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면 이는 범죄행위에 다름 없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거 결과를 뒤바꾸려는 이러한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필자가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의 조작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공개된 문서는 원본이 아니라 사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러 차례 복사에 복사를 거친 사본이 떠돌고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병적기록부 진본은 병무청에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오직 이명박 후보 자신만이 자신의 병적기록부 진본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로이든지간에 이 후보의 병적기록부가 복사되었고, 사본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병적기록부가 진본의 복사본일 수도 있지만, 인위적인 조작을 가한 조작된 사본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필자가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의 조작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이 후보는 고대 경영학과 61학번이다. 그는 대학 2학년 1학기 때 자진입대했다고 말해 왔다. 이명박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학 3학년 1학기를 마친 63년도 8월 15일에 논산훈련소에 자진입대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1년의 시차 차이다.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표 사본에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또한 직업란에는 회사원으로 2년 동안 근무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 이준희

 
대체로 지금까지 알려진 이명박 후보의 병역 문제는 이렇다. 61년 신검, 63년 논산자진 입소 뒤 질병으로 인한 퇴소, 64년 신검 회피, 65년 3월 30일 귀향 신검에서 병역면제 처분.
 
그런데 문제는 최근 공개된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에는 고대 4년 졸, 회사원 2년이란 기록이 있다. 이 후보가 최종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때는 1965년 3월 30일이다. 이 해에 이 후보가 고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대 4년 졸'이란 표기는 맞다. 문제는 '회사원 2년'이란 표기이다. 이 후보는 65년 6월 대구의 한 섬유회사에 입사했다가 퇴사해 현대건설에 지원해 7월부터 출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65년 3월 30일 시점의 병적기록표에 '회사원 2년'이란 표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은 병적기록부 상의 오기이든지, 누군가 조작을 했든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숨어있든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이 대목을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공개된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과 더불어 이 문서에 대한 해설 문건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병역비리 관련단체도, 통합신당 측도 이 문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해설문건은 최소 3쪽에서 최대 12쪽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중 3쪽의 내용을 확인했다. 한마디로 'MB의 병적증명서 및 병적기록표는 **작성 및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후보의 병적기록부에 관한 15일 통합신당 측의 공세 내용은 대체로 이 해설 문건의 주장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공개된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과 관련, 관계당국이 즉각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 사본이 조작된 것이라면 선거 막판의 결과를 흔들기 위한 의도된 '병풍 공작'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공개된 이 후보의 병적기록부 사본이 병무청에 보관된 진본과 동일한 복사본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 복사본과 이명박 후보 측이 선관위에 제출한 병적확인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 현재 이명박 후보의 병적기록부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제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논란과 의혹이 확산되고, 정치공방으로 선거 막판의 대미를 장식하기 전에 관계당국이 수사에 나서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또다시 '병풍 공작'을 벌이고 있다면, 이러한 공작에 시민단체와 대선후보 진영, 언론이 농락을 당해서는 안 된다.
 
반면 근거 있는 의혹 제기라면 필자가 병적기록부에 관한 첫 글에서 밝혔듯이 대선 투표일 전까지는 대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국민이 투표해 당선된 대통령이 나중에라도 문제가 있는 대통령으로 밝혀져서는 곤란하다.
 
끝으로 필자의 개인 경험담을 하나 얘기하고자 한다. 필자도 중-고등학생 시절(85~86년)에 기관지 확장증을 앓은 적이 있다. 지금은 완치되었는지 정밀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 알 수 없지만, 이 병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병이다.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해서 구토를 하고, 숨이 멎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견딜만 하지만 밤이 되면 기침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병원에 갔더니 기관지 확장증이라고 했다. 필자 역시 강력처방한 항생제를 수개월간 먹은 적이 있다. 그때가 중3-고1 시절이었다. 필자의 집안 역시 가난했다.
 
그런데 필자는 군대를 잘(?) 다녀왔다. 솔직히 기관지 확장증으로 신검에서 면제를 기대한 점도 사실이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군대에 가서는 군 생활 초기에 꽤 고생을 했다. 93년 11월 3일에 입대를 했는데, 신병소 내내, 그해 겨울 내내 기침 때문에 힘들었다. 담요를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입을 막고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아내느라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기침 소리가 너무 커서 옆 자리의 동료 훈련병, 병사들이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군 제대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끔 심하게 기침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기관지 확장증은 쉽게 낫는 병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는 60년대 중반, 현대건설에 다니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잘 먹었더니 병이 나았다고 한다. 곧이그대로 믿는다면 정말 천운이거나 특수체질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의료 수준이 지금보다 나았을 리는 없지만, 필자는 이 후보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고싶다. / 기획위원
인터넷기자협회(www.kija.org) 전 회장
대선미디어연대 대외협력단장
6.15남측언론본부 공동대표
전 <시민의신문> 정치팀장.노동조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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