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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야설공작소 개설하다
[미디어비평] 대안없고 선정성만 난무한 조선일보의 일진회 관련보도
 
이기현   기사입력  2005/03/14 [15:29]
야설이라는 것이 있다. 야설이란 야한 이야기라는 뜻으로 비슷한 야사(야한 사진), 야동(야한 동영상) 등이 있다. 이 야설이라는 것은 글로 관음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소재보다는 얼마나 적나라하고 얼마나 자극적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매번 일간지를 확인할 때마다 궁금해지는 것이 어쩌면 조선일보는 저렇게 제목만 가지고도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마이너 신문들은 대안을 찾아보려는 일정부분 시도를 하면서 일진회의 “일탈”부분을 묘사하는 것에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였다. 상대적으로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사에 비해 일탈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자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있으나마나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기사 꼭지 수에 비해 별로 심도 있는 접근 역시 하지 않았다. 또한 동아일보는 다른 언론이 이슈화하자 이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 조선일보에 내내 걸려있는 기절한 여학생에게 찬 물 끼얹고 또 성폭행, 도대체 음란사이트에나 있을법한 선정적 문구로 알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조선닷컴 홈페이지


그러나 조선일보는 다른 어떠한 일간신문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인 기사만을 만들어 내었으며 이렇게 자극적인 기사에 비해 대안이라고 내세운 것 역시 그렇게 심도 있지도 않다. 한 마디로 말해 야설 수준의 기사로 상업성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였지만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언론 본연의 의무는 직무유기 수준이었다.
 
먼저 조선일보 안에 야설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로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를 확인해 보겠다. 3월10일 이후 조선일보가 게재한 자극적인 기사들의 제목들을 아래에 열거하였다.
 
3월10일자
무서운 아이들 '일진회'<上>;현직 교사가 밝힌 실태;1200명 연합모임... 락카페서 섹스파티
무서운 아이들 '일진회' <上>;실태 발표 정세영교사 "학교간 공조 나서야"
무서운 아이들 '일진회' <上>;'일진회'란
[팔면봉]현직 교사, 직접 성행위 '섹스머신' '노예팅' '기절놀이' 등 一進會 비행 폭로. 이를 우얄꼬!

 
3월11일자
무서울 아이들 '일진회';<中> 몸도 마음도 멍드는 피해자들
무서울 아이들 '일진회';<中>몸도 마음도 멍드는 피해자들;일진회에 짓밟힌 K양

 
3월12일자
소년원 가려고 일부러 물건 훔치기도
학생신분 고려 '조폭'으로 처벌은 자제 14세 미만 보호처분... 12세 미만 처벌못해
中.高 폭력서클 지난해 16개 적발
학교 폭력서클, 어떻게 처벌하나
전학만이 유일한 탈출구... 옮긴 학교도 일진회 있을땐 악순환

 
3월14일자
“다시 태어나면 꽃이 되고싶다.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는...”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고 어수룩하게 보이지도 말라”
일진회 본격 수사 사이트 접속 차단
어느 '일진짱'의 눈물어린 반성 일기

 
‘일진회’ 대책에 경찰이 나서겠다는 기사나 지역기사에 어느 지역에 일진회(폭력서클) 조직이 있다는 기사와 같은 것은 비교적 단순 사실을 말한 기사에 가까운, 그렇게 자극적이지는 않은 기사이기에 위 통계에서는 뺐다.
 
제목만으로는 ‘일진회’와 관련한 기사의 선정성이 그렇게까지는 두드러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가관이다.
 
모 포털사이트의 일진회 사이트는 만화의 윤간(輪姦) 장면을 올려놓았다. 경찰청 이금형 여성청소년과장은 "일진회는 서로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이 같은 윤간행위 등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은 11일 학교폭력근절대책 결의대회에서 발표될 K양의 경험담.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볼펜으로 허벅지와 팔뚝을 찍는 것은 예사였습니다...심지어 저에게 '원조교제까지 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던 중학교 선배 7명은 찾아온 A양을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A양이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이후 학교에서였다. 윤간을 자행한 선배들은 버젓이 '누구를 ㅇㅇ했다'는 소문을 퍼뜨렸고, 이 소문은 학교 내에서 일파만파로 번졌다. A양은 끝내 가출했다.
 
제목, 부제, 내용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여준 기사는 지난 3월10일자 “무서운 아이들 '일진회'<上>;현직 교사가 밝힌 실태;1200명 연합모임... 락카페서 섹스파티”라는 기사이다. 이미 지난 기사에서 기사 내용의 일부를 소개했으므로 내용은 더 소개하지 않겠다. 다만 부제 역시 “문란한 性행위 방학때 학교 숙직실서 춤추고 술마시고 키스”, “조직 광역화 왕따 학생 전학가도 그쪽 조직서 괴롭혀”와 같이 자극적이었다는 것과 그림을 통해 자극적인 내용을 시각적인 이미지로까지 보여주었다.
 
또한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 전제하던 기사에서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제목을 바꾸는 기법을 선보였는데 이는 디지털 조선일보에 게재된 "기절한 여학생에게 찬물 끼얹고 또 성폭행"이라는 기사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렇게 선정적인 제목으로 이슈화를 했는데 대안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었다면 언론의 의무와 상업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으로 봐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대안제시에서는 사실상 직무유기 수준이었다. 대책과 관련한 기사는 “[사설];조직폭력배 닮아가는 학교 폭력서클”, “[이규태코너] 일진회”, “[시론] 학교폭력 대책 지금부터다” 정도였다.
 
조선일보는 3월11일 사설에서는 “근원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통합형' 선도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찰과의 협조도 필요하고 시민단체도 나서야 한다.”, “체계적인 조사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등의 선언적인 대책만을 말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체계적인 조사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는 것은 “정부는 또 이를(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정부 유관부처와 시.도 교육청, 지역, 학교를 연결하는 학교폭력 예방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보도한 “정부 '학교 폭력과의 전쟁' 선언”이라는 기사에서 이미 정부에서 내놓고 있는 것들을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규태씨는 3월11일 자신의 기명칼럼 “이규태 코너”에서 “일진회”라는 제목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규태씨는 일진회라는 이름이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문제와 “연소화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전 고려 때 “악소회”라는 명칭을 찾아내어 “아녀자의 행실은 형사책임에 이르기까지 아버지가 도맡았던 조선조에는 악소배가 탄생할 정신적 풍토가 돼 있질 않았다.”면서 최근 “악소 연령의 하강은” “종적인 부모의 힘이 약화되고 횡적인 인터넷의 힘이 대신해온 것” 때문이며 “호주제 폐지로 자신이 호주라는 의식이 만연”하면 “불량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정부 차원의 원시적(遠視的) 처방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특히 원시적 처방을 위해 “그 뿌리부터 알아내”야 하는데 이 뿌리가 이규태 코너에서는 무엇인지 굳이 말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일진회’와 호주제를 연결지을 수 있는 이규태씨의 놀라운 상상력만큼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3월12일 김대유씨는 외부칼럼 “[시론] 학교폭력 대책 지금부터다”를 통해 비교적 근본적인 접근을 하고는 있다. 이 글에서 김대유씨는 “책임을 학교에만 맡기고 수수방관하였”고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공론화되지 못”했으며 “학교폭력 지도를 소홀히 한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대책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단체들이 있고” “학교폭력의 가해.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후 치유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들도 있”는데 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재정지원을 하고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폭력을 공론화하는 작업”과 “교사들이 입시교육보다는 생활지도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칼럼 역시 근본적인 문제까지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를 접근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행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소외 받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이다. 하긴 현행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을 더욱 심화시키는 평준화 폐지를 외치고 있어왔던 조선일보가 내세울 수 있는 대안이 어떠한 수준일 지는 짐작할 수 있겠다.
 
처음 ‘일진회’ 실태를 발표한 교사 정세영씨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이 일진학생들의 긍정적인 면은 생략한 채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켰”고 “폭력행사와 같은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했으며 “언론은 마치 그것을 하기 위해 모인 것처럼 그게 일락의 전부인 것처럼 몰고 갔다.”고 말하면서 “아이들을 암묵적으로 '쓰레기'라고 말함으로써 아이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으로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런 언론에게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중점적으로 보도해야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 충고는 가장 먼저 사내에 야설공작소를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할 정도로 부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하여 선정적인 기사만을 양산했던 조선일보는 반드시 들어야할 것이다.
 
최근 조선일보 인터넷 뉴스부장으로 승진하여 노조를 떠난 진성호 기자는 조선노보 2월17일자에 “진성호 인터넷뉴스부장 노조를 떠나며”라는 글에서 뉴욕타임즈는 “인터넷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것도 불사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논지의 글을 썼다. 진성호 기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상당히 자극적인 표현을 제목으로 뽑아보았다. 진성호 기자는 이 기사의 제목을 보고 몇 점이나 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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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3/14 [15: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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