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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언론정치와 지식인
-'지식인'의 2001년 7개 중앙일간지 기고활동에 대한 기초자료-ba.info/css.ht
 
김만흠   기사입력  2002/06/17 [18:46]
1. 전환기의 한국 언론과 지식인

이른바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 과정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정치적 의제설정과 진단에서 신문, 방송 등 언론의 주도적 역할이 커졌다는 점이다. 그 만큼 언론의 문제의식과 방향성은 한국정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인터넷, 대안 저널 등이 확산되면서 전통적 언론정치 구조에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전통 언론이 언론정치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언론이 주도하는 정치적 의제설정이나 진단은 시민사회의 여론, 전문가들의 견해, 언론사 및 언론인의 입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 글은 언론의 의제 설정 및 문제제기에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하는 '지식인'의 위상에 주목하는 연구이다.

2001년 중앙일간지 7개 신문을 대상으로 언론활동 지식인의 구성상 특성과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한국의 여론 정치 과정에서 지식인의 위상을 논의해 보려 한다. 분석 대상과 방법에 대해 상세한 내용은 후술하겠지만, 2001년 1년 동안 중앙 일간지 7개 신문에 실린 한국의 주요 정치사회적 쟁점 관련 칼럼 1661편, 해당 기고자 750명을 추출하여 분석하였다.

정치적 의제설정은 언론을 통해서 구체화되지만, 의제화 과정에서 주도력은 정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알다시피 독재정권 체제에서 정치적 의제 설정과 쟁점화는 대체로 정권에 의해 주도되었다. 언론이 정권에 의해 동원되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언론은 틈새를 노리거나 저항세력의 힘이 커진 경우 정권에 대한 비판적 역할도 수행하였다. 전자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당시의 한국 언론을 독재정권의 홍보 도구로 보고, 간헐적으로 나타난 비판 기능도 언론의 기회주의적 생존전략이었다고 폄하한다. 후자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신문 등의 언론이 어두운 시대에 그나마 비판여론의 매개체였다고 본다. 물론 언론사에 따라, 언론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민주화는 당연히 언론 환경의 변화를 수반했다. 우선 민주화는 독재정권에 의한 일방적인 언론 동원 기제를 해체 또는 약화시키면서 정치적 의제 설정 환경에 변화를 초래했다. 과거에는 정권에 의한 동원이 정치의제화를 주도했다면 이제 언론이 그것을 주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론의 선택이 정치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되었고, 그 만큼 언론권력의 위상은 강화되었다.
또 민주화 이후, 특히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신문의 성향에 차별성이 나타났다. 앞서 지적했듯이 독재정권 아래에서 그 동안 신문의 성향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다만 틈새를 노리거나 권력 관계의 변화 과정에서 얼마나 비판적 성향을 보였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민주화와 함께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한겨레신문이 태동해 기존 신문과 차별성 있는 주요 매체의 하나로 자리하게 되었다. 또 다른 몇 개의 신문들이 기존 신문들과의 차별성을 표방하면서 새로이 탄생되거나 재탄생되기도 하였다. 물론 언론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도 기존의 거대 신문에 비해 미약한 편이다. 반면에 전통적인 주요 거대 신문들의 보수적 성향은 더욱 강화되어 나타났다. 이는 진보적 신문의 등장에 따른 상대적인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권교체를 통한 김대중 정부의 등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김대중 정부의 등장으로 기존의 권력카르텔이 일시적이나마 부분적으로 해체되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주요 언론은 때로 정치권력과 긴장관계를 보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카르텔을 형성하고 공존관계를 유지해왔다. 일부 신문은 이런 카르텔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속 성장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권력 부분의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전통적 권력 카르텔이 깨진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카르텔 구조를 떠나 독립적인 언론으로 자리 매김할 수도 있고, 카르텔의 복원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중 일부 거대신문은 기존의 카르텔 구조가 복원될 수 있는 정치권력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나타난 언론 환경의 변화는 지식인의 정치적 실천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지식인의 정치적 실천은 정권에 대한 비판이었다. 물론 정권에 동원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정권에 참여한 교수들을 두고 비난했던 '어용교수'라는 개념이 말해주듯이,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과 반대가 지식인의 이론과 실천을 정당화시키는 거의 보편적인 명분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적어도 겉으로는 비판적인 성향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는 1980년대 중후반 마르크스주의 및 급진 이론의 확산이 확산될 수 있었던 한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정권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 마르크스주의 이론 등의 급진이론과 접맥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식인의 언론을 통한 활동은 당시 언론의 속성을 그대로 대변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당시 언론은 기본적으로 정권과의 카르텔 관계에 있으면서도 때론 긴장관계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급진적인 비판은 금기시된 가운데, 주류 신문은 정권 홍보에서부터 비판 주장까지를 흡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굳이 '컴잉아웃'이 불필요했던 것이다. 이들 중 상당 세력은 언론 권력과 마찬가지로 정치권력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권력카르텔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일부 진보적 신문과 [인물과 사상], [아웃사이더] 등의 대안 저널 등을 통해 기존의 언론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지식사회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언론들이 새로운 언론으로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여기에 권력 카르텔의 구심점이었던 정권의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권력 카르텔에 틈이 생긴 가운데 이른바 주류 지식사회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전통적 독점 언론과 결합한 지식 권력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식인 논쟁'이 언론개혁 논란과 맞물려 나타났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지식사회의 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석춘은 정권교체를 통해 기존의 정통이 이단이 되고, 이단이 정통이 되었다고 본다.

"사회적 소수집단의 생각과 표현방식이 '국민의 정부'의 등장과 함께 '이단(heterodoxy)'에서 '정통(orthodoxy)'으로 위치를 바꾸면서 (편가르기와 대립이) 시작되었다.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한국역사 초유의 실험이 성공하자 과거의 이단은 정통이 되었고 거꾸로 과거의 정통은 이단이 되었다."  

물론 유석춘은 과거의 정통을 대다수의 '정상적인 지식인'의 입장으로 보면서, 김대중 정부 들어 소수에 불과한 이단이 정부 권력과 시민단체의 공조 속에서 새로운 정통인 양 몰아치고 있다고 새로운 정통을 비아냥거리고 있다. 어쨌든 민주화와 정권교체 등을 거치면서 권력 비판의 주체였던 지식사회 자체가 권력 구조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렇게 정치권력, 언론권력, 지식사회가 복합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한국사회 권력과 권력비판의 기제는 전환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전환기적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활동하는 이른바 지식인들의 구성상 특성은 무엇인가, 이들에 의해 제기되는 한국사회의 주요 쟁점과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들의 언론 기고가 언론정치에 어떤 기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2. 2001년 언론 활동 '지식인'의 인구학적 특성과 문제제기

2001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1년 동안 조선, 동아, 중앙, 한겨레, 한국, 경향, 대한매일 등 7개 신문에 실린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쟁점에 대한 외부 기고자의 칼럼(시론, 논단, 비평, 시평, 칼럼)의 내용과 필진을 추출 분석하였다. KINDS DB의 칼럼 항목에서 정치, 정권, 정치권력, 정당, 지역주의, 지역갈등, 지역감정, 언론개혁, 개혁, 구조조정, 복지, 대북문제, 북한, 통일 등을 키워드로 하여 추출한 1661개의 칼럼을 대상으로 하였다. 기고자 수로는 750명이었다. 인구학적 배경 변수로는 직업 및 소속, 연령, 출신대학, 출신지, 유학유무 및 유학지역 등을 살펴보았다. 한 사람이 40개의 칼럼을 집필한 경우도 있는 등 6회 이상 기고한 사람이 67명으로, 이들의 기고문이 881개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내용 분석은 이들 67명과 그들의 기고문 881개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먼저 인구학적 배경을 정리하였는데, 의미부여와 해석은 가급적 하지 않고 1차 자료로서 기술만 하였다. 이 자료만으로도 의미를 살펴 볼 있겠지만, 앞으로 다른 시점과의 통시적 비교가 이루어질 때 객관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 기고자의 대부분은 사실상 교수집단, 서울대, 미국유학 지배

기고자의 60% 이상이 교수로서 언론을 통해 활동하는 이른바 '지식인'은 사실상 교수집단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언론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한 지식사회 문제에 대한 논란, 즉 한국사회를 대상으로 한 지식사회학적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또한 대학교수와 언론과의 연줄고리에 대한 분석도 주목할 부분이다.  

출신대학별로는 전체(1465편) 필진의 53.7%가 서울대 출신이었다. 유학배경을 보면, 51%가 미국유학자였으나, 박사학위자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미국유학자의 비중은 60%로 학력 배경에서 가장 지배적인 특징적인 변수는 미국유학이었다. 특히 중앙일보는 미국유학자가 83.3%에 달했으며, 반면에 대한매일은 미국유학자가 29.8%로 집중도가 낮고 국내유학 및 유럽의 비중이 높았다. 조선, 동아, 중앙이 신문시장의 7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체적으로 언론활동의 지식인의 70% 이상이 미국 유학출신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11.5, 고려대 7.8, 성균관대 7.2% 순이었다. 서울대, 연·고대라는 3개대학 출신자들이 72.5%로 집중되어 있었는데, 동아일보는 85.8%로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으며, 대한매일은 58.8%로 낮았다. 한겨레신문의 기고자들 중 서울대 출신 비율이 다른 언론사보다 약간 많았으며(59.6%), 중앙, 동아, 조선일보에서는 연세대 출신 기고자들이 각각 19.3%, 15.8%, 14.0%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리고 경향, 대한매일, 한겨레에서는 성균관대 출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는데, 40회를 기고한 강준만 교수의 몫이 크다.  

-연령은 평균 만 52세, 전쟁-전후 세대의 과도기

기고자는 1922년 생으로부터 1968년 생에 이르기까지 분포된 가운데 전체 평균은 1950-1951년 생이었다. 신문시장 점유율을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한다면 평균 1949년 생 정도로 볼 수 있다. 40대가 가장 많았으나(44.60%), 전반적인 연령대 비중은 신문사별로 달랐다. 1941년 이전 출생자가 기고자의 29.57%로 연령대가 가장 높은 조선일보(2001년 기준 평균 만 54세)를 비롯하여 동아, 중앙 등 이른바 조·중·동의 경우 기고자의 나이가 다른 신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평균 47.5세 정도로 연령대가 가장 낮은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기조자의 평균연령이 차이는 6년 이상이었다. 언론활동을 주도하는 지식인의 연령대가 점차 한국전쟁 이후의 세대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 조선, 동아의 경우는 아직 전쟁 전의 세대의 비중이 많은 편이며, 한겨레를 비롯한 나머지 신문은 전후 세대 비중이 많은 편이다. 현실 인식과 사고에서 세대라는 변수가 어느 사회에서든 가장 큰 변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점도 주목해 볼만한 부분이다.

- 영남출신 주도, 언론사별 차이도 있어

여론주도 지식인층이라 할 수 이들 분류 대상의 출신지역별로는 경상도 출신이 38.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다음으로 서울 21.5%. 그 다음으로 전라도 출신 16.8% 순이었다. 7개 전 신문에서 경상도 출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신문사별로 차이도 두드러졌다. 동아일보, 경향신문, 조선일보에서는 경상도출신 기고자가 각각 49.4%, 41.6%, 41.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동아와 조선의 경우 각각 7.6%, 8.4%로 나타난 전라도 출신의 상대적인 약세와 짝을 이루고 있으며, 경향의 경우 4.8%의 충청출신 약세와 짝을 이루고 있다. 대한매일의 경우 전라도 출신 기고자가 29.9%로 다른 신문에 비해 높은데, 김대중 정부의 집권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흔히 조중동과 대비시키고 있는 한겨레의 경우 경상도 출신이 35.3%로 가장 높았으며, 전라도 출신이 26.8%였다. 이 역시 조중동이 차지하는 신문시장의 점유율을 감안한다면 전체적으로 영남출신이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전라도 정권'으로 불리어지기도 하는 김대중 정부 들어 정치권 주변의 전라도 인사 편중이 일부에서 논란이 되어 왔으나, 경제권력은 여전히 전통적 지역구도가 지배하고 있으며, 위에 나타난 것처럼 권력 비판의 중심 기제인 언론활동 지식인 구도 역시 영남 중심의 지역 편재가 압도하고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한국사회 권력 구조는 정권교체를 통해 정치권력만 '이단'이 주도하고 있을 뿐 권력의 기반과 재생산 기제는 여전히 전통적 구조 그대로이다.  

-한겨레, 대한매일 특정인에 대한 집중도 높아

전체적으로는 총 1661개 사례가 분석대상이었으나, 기고자 수로 본다면 신문사별로 구분하지 않고 합할 경우 750명이고 신문사별로 따로 나눌 경우 929명이었다. 전체적으로 1인당 평균 2.21회 정도 기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겨레와 대한매일은 각각 2.30, 2.28회로 나타나 특정인에 대한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반면에 조선과 동아는 특정인에 대한 집중도가 1.36. 1.59회로 낮았다. 신문사별 집중도의 차이가 각 신문이 동원할 수 있는 지식인 풀의 특성, 한국 지식인의 성향별 분포, 신문사사의 외부 기고 활용 방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지식사회 문제, 언론권력과 함께 주목할 과제

전체적으로는 언론에 등장하는 외부 전문가의 대다수는 교수(60.1%)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 중에는 서울대, 미국유학, 영남 출신이 가장 비중있는 집단인 가운데 신문사별 차이 또한 두드러졌다. 조선일보는 고연령, 영남 중심 및 호남 출신 약세로 특징지울 수 있으며, 한겨레는 출신지역에 있어서는 한국사회 전반의 인구학적 배경을 대체로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조중동에 비해 국내학위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경향신문은 외부기고자의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젊었다. 대한매일은 다양한 학력배경으로 구성된 점과 전라도 출신 기고자가 많은 점이 두드러졌다. 신문시장의 점유율을 감안했을 때, 영남출신과 미국유학 지식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크다고 하겠다.

지난 독재정권 아래에서 한국사회의 문제 소재가 주로 정치권력에 집중된 가운데, 부분적으로 경제권력에 초점이 두어지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잠깐 시민사회에 주목하기도 했으나, 시민사회'론'에 집중된 논의에 한정되어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의 주체는 언론과 지식인이었다.

흔히 은폐된 권력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이 언론과 지식인의 기능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과 지식인의 업이 권력비판이기도 하지만, 그들 자신도 권력 구조의 하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언론은 정부권력의 3부에 이은 제4부라는 지칭이 스스로 하나의 권력체임을 말해주고 있다. 지식 역시 권력자원의 하나이며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은  푸코의 '지식-권력론',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론'. 그람시의 '헤게모니론', 기타 지식사회학 등에서도 일반화되어 있는 내용이다. 언론권력에 대해서는 이미 논란이 제기되어 왔지만, 한국의 지식권력의 위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주요 기고 내용과 정치적 쟁점

-칼럼 내용, 신문(사)의 논조와 목적에 좌우될 수밖에
  
내용 검토는 1년 동안 8회 이상 기고한 67명과 그들이 쓴 881편의 칼럼을 대상으로 하였다. 정치사회적 쟁점에 관한 칼럼 중에서 이들 67명이 차지한 비율이 전체의 절반 가량이나 되었다. 이들은 주요 신문의 고정 기고자 또는 단골 기고자들로서 신문의 지속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지식인'들이라 할 수 있다. 기고횟수가 많을지라도 제시했던 키워드와 관련이 없는 경우 이 분석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것이나,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흔히 신문 보도기사나 사설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객관화할 때 주요 개념의 활용과 빈도를 따지는 [담론분석]과 주장의 서사구조를  분석하는 [서사분석] 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런 분석을 통해해 객관화된 양적 자료를 구축하기가 어려웠다. 글 전체를 읽으면서 주제와 주제별 내용방향, 주장의 강도 정도를 분석했다. 외부 기고문의 대부분은 신문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고문의 내용과 방향은 거의 게재 신문사의 경향과 일치하게 마련이었다. 마찬가지로 인구학적 배경에 따른 차이도 신문별 인구학적 배경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했다.

추출된 67명 중 여성이 5명으로 전체의 7.7% 정도에 불과했다. 정치학자와 언론학자 및 언론인이 각각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치사회적 쟁점에 관한 주제어로 추출한 것이므로 정치학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근년에 들어 한겨레, 경향, 대한매일 등에서 언론비평, 미디어비평, 매체비평 등을 고정란으로 만들면서 언론학자와 언론인의 참여비율이 높았다. 기고횟수에서도 언론학자이면서 포괄적 시사평론을 쓰고 있는 강준만 교수가 40회로 가장 많았고, 정치학자 정대화 교수가 24회로 그 다음을 이었다. 정치학자, 언론학자 다음으로 경제학자 12명, 사회학자 5명, 전직 관료 및 정치인 5명 등이었다.

67명 중 61명이 2개 이상의 신문에 기고했는데, 이들의 기고자들의 활동 영역은 조선-중앙-동아와 한겨레-경향-대한매일로 양분되어 있었고 한국일보는 중간 지대로 보였다. 2001년의 언론개혁 논란이 제기되면서 양분화 현상이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대립적 쟁점: 대북관계, 언론개혁 등에 한정돼

주제별로 보자면, '동네북'이라 할 수 있는 정치 부분을 제외하고는, 2001년의 상황을 반영한 듯 언론개혁 관련 주제가 가장 많았다. 관련 전문가 16명 외에 진중권, 유시춘 등의 시사 및 문화 평론가들이 필진으로 가세하였다. 경향신문에 게재된 손광식(언론인)의 칼럼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게재 신문사에 따라 의견이 양극화되어 있었다. 그런 만큼 외부 기고자 칼럼의 비판 강도도 언론사 사설의 비판 강도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강하게 표현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외부 전문가 칼럼의 대부분이 쟁점에 대한 전문적 해석이거나 지식인의 권위를 빌려 언론사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론개혁을 둘러싼 지식인 참여는 매우 공격적이고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언론에 나타난 언론개혁 관련 부분은 손혁재 박사의 논문에서 따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알다시피 언론개혁 논란은 정권비판, 그리고 '지식인 논쟁'으로 이어졌다. 몇몇 신문에서는 '위기의 지식사회' 등의 주제로 연재하기도 했다. 한국사회 지식인 문제는 수년 전부터 지식인과 언론 비평을 집중적이고 끈질기게 해오고 있는 강준만을 필두로, 진중권, 김동춘 등에 의해서도 이미 이루어져 왔다. 2000년을 전후해서는 [당대비평]을 중심으로 지식인론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출간되기도 했다.

언론개혁 논란과 안티조선운동 등을 계기로 일부에서는 지식사회의 위기, 지식인의 '컴잉아웃' 등을 말할 정도로 지식인 논쟁은 치열한 모습을 보였다. 한겨레신문의 경우 모처럼 타 신문 매체의 기고자가 참여한 논쟁이 게재되기도 했다. 또 언론개혁과 맞물린 지식인 논쟁은 언론세무조사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이 언론개혁지지 지식인 및 시민단체를 정권의 '홍위병' 등 표현을 하면서 정권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비판과 비난을 제기하는 계기도 되었다. 그러나 언론개혁지지 세력들이 정권의 문제와 언론개혁을 별개의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정권을 둘러싼 논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경제학자들에 의해 쓰여진 경제개혁 및 경제정책에 관한 글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별 차이가 없었다. 한겨레에 주로 기고한 강수돌(고려대) 장상환(경상대) 교수 등은 정부의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와 외자유치 정책을 두고 신자유주의라는 개념 하에 근본적인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이를 상대로 한 찬반 토론이나 논쟁은 별로 없었다. 거대 신문을 필두로 대부분 신문의 경제관련 외부 칼럼은 정부의 구조조정 전략이나 추진 방법상의 문제가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한 논란은 비판적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치 부분에 대한 시론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국제정치 및 국제정세에 관한 것이었다. 67명 중 8명의 국제정치학자와 1명의 국제경제학자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절반 정도는 국제정세와 미국의 전략(MD) 등에 관해 전문가의 입장에서 해설하고 계몽하는 조언성 글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대미관계, 대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맞물리면서 필자에 따라 첨예한 대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부분은 김갑식박사의 논문에서 따로 다루고 있다.

대미, 대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표명된 글에는 관련 전문가들 뿐 아니라, 사회학자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언론사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조선, 동아일보의 지면에 대미관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사람들은 철저하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에 한겨레와 경향에 기고한 자들은 김민웅 목사를 필두로 '반미'까지를 포함한 민족자주론적 입장과 현실적으로 미국을 이용하자는 '용미론'입장이었다. 신문사에 따라 참여한 연령대의 차이도 있었는데, 이에 따른 결과인지 모르겠으나, 연령대가 젊을수록 민족자주와 미국 이용론의 입장이 뚜렷했다. 반대로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일수록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이들은 주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도 언론활동을 하거나 정권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전통 주류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미관계에 대한 입장 대립은 북한 문제와 맞물려 진행되었고, 북한문제는 보다 직접적으로 국내정치와 연관 속에서 쟁점화되었다. 대북관련 시각은 앞의 김갑식의 논문에서 상세히 다루고 여기에서는 국내정치를 중심으로 살펴 볼 것이다.

- 정치에 대한 몰매와 정권비판, 그 효과는?

국내정치에 대한 논란은 정치학자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필자들이 다루었다. 따라서 국내정치 분야에 대한 칼럼은 전문가로서의 글도 있고 상식적인 주장을 교수 등의 권위를 빌러 쓰는 글도 있었다. 때로는 정치 또는 정치학에 대한 비전문가가 근거없는 주장을 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에서 '동네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신문사별 차이를 떠나 한국정치에 대한 비판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 문제의 책임소재와 관련된 칼럼 177편의 글 중 80편(44.7%)이 정치권을 지목하고 있었다. 기득권세력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 그 다음을 이었다. 기득권 세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체도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사회 각 분야 전통적 주류 지배집단을 의미하고 정치세력의 경우 2001년 당시에는 집권당보다도 야당세력을 흔히 염두에 두는 것 같았다. 아래 <표7>에서 보듯이 신문마다 차이가 있었다. 한겨레의 경우 기득권의 책임을 묻는 글의 비중이 가장 많았다. 대한매일의 경우도, 정치권에 대한 책임 비중이 더 높기는 했지만, 기득권 책임론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에 조선일보에 쓰인 글 중에는 정치권 책임을 주장한 글이 60%를 넘는다. 예상할 수 있듯이 연령대가 높은 지식인들일수록 정치권에 대한 책임론이 강했으며, 젊은 층일수록 기득권세력 책임론이 많았다. <표8>에 나타나듯이, 30대의 경우 18편의 글 중 10편(55.6%)이 기득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반면에 50대 이상에서는 정치권 책임을 지적하는 글이 절반을 넘었다.

신문사별 경향과 차이 없이, 정치학자들의 글이 대체로 제도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국의 운용방식 등에 초점을 둔 반면, 여타 필자들에 의해 쓰여진 글들이 정치인들의 행태에 초점을 두고 주로 비난하는 것이었다. 정치인의 자질이나 행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정치학 분야의 비전문가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주로 정치학자들에 의해 기고된 제도나 구조에 대한 논란은 정치여론 시장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정치의 현실과 정치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의 주요 의제가 정치권의 세력싸움에 초점이 두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전문가의 정치칼럼은 신문사의 지면에 구색 맞추는 보조 역할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학자들은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에서도 양비론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공정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양비론도 결국 해당 신문사의 사설이나 다른 글의 논조에 의해 특정 세력에 대한 비판여론으로 동원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집권 민주당을 비판하는 글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 정책에 책임있는 집권세력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출신지역, 학력배경, 연령 등에 의한 편차보다 신문사별 편차가 가장 컸다. <표9>에 나타나 있듯이, 중앙일보의 경우 추출된 35개의 칼럼 중 29개(83%)가 집권 민주당과 대통령 개인에 대한 비판이었다. 나머지는 진보세력에 대한 1건의 비판을 제외하고 양비론이었다. 조선, 동아도 마찬가지로 83% 정도가 집권민주당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두어졌다. 반면에 한겨레에 게재된 글의 경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이 가장 많았지만, 야당에 대한 비판이 여당에 대한 비판보다 많았다. 한국일보의 경우 정치인의 행태보다는 정책을 둘러싼 건설적 논의가 많았고, 따라서 분류대상 사례가 적었다.

정치권 전반에 비판이 집중된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용 방식에 관한 글들이 눈에 띠어 따로 분류한 바, 17.2%나 되었다. 특히 중앙일보의 경우 35.3%에 달했다.여당 비판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 칼럼에도 상당 부분 대통령에 대한 논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언론에 나타난 김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여론은 매우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대통령제의 특성에서 비롯된 현상이기도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개인의 국정운용방식을 둘러싼 비판적 여론이 반영된 점도 크다.

정권과 관련되어 자주 거론되는 지역주의에 대한 진단도 살펴보았는데, 언론 칼럼에 나타난 지역주의에 대한 태도는 그냥 지역감정을 비판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분석결과가 무의미했다. 하나마나 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지역감정, 지역주의에 대한 전문가의 진단이라는 것이 지역주의의 발전적 해소에 기여하는 글은 매우 드물었다. 신문사별로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개혁이 화두처럼 되었던 상황에서, 개혁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을지라도 대부분의 기고자들이 개혁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문사별, 인구학적 배경별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젊은 층일수록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있었으며, 고 연령일수록 기존 질서의 회복을 주장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박사학위를 가진 자들 중에서는 국내학위자일수록 개혁을 강조했다.

- [힘의 논리- 엘리트주의-안보와 질서] 대 [평화와 인권-약자 배려-개혁]

각 정책에 대한 입장은 이념의 표출이기도 하며, 정책의 대한 입장이 모여서 이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언론 기고 지식인들의 현실에 대한 입장들은 어떤 이념적 기준으로 정리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이념, 국민들의 이념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지식인 자신들의 이념적 편재의 어떠하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우선 언론의 칼럼을 통해 나타나는 지식인들의 입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서 쟁점화시키는 것은 현재의 사안을 둘러싼 진단이 중심을 이루고, 대체로 언론기고문은 그것을 표피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언론(사)의 논조와 성향에 따라 이미 외부 기고문의 내용과 방향이 거의 결정된다. 따라서 언론 활동 지식인의 이념적 특성은 해당 언론의 이념적 특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가치가 현실에서 구체적인 문제로 쟁점화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유, 평등, 인권, 인간애, 진보, 환경보호 등과 같은 모든 좋은 개념과 수사들을 쓰기 마련이다. 이런 경향은 명분론이 강한 한국 지식사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물론 최근에는 지식인들이 이념이나 가치에 대해 좀더 실용적이고 솔직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추상적 이념이나 가치에서는 형식적인 명분이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추상적 이념론보다 구체적 쟁점에 대한 입장이나 태도가 지식인의 이념을 파악하는데 실질적인 준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2002년 정치인들의 색깔론이 제기되면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에서는 이념을 측정하는 지표를 만들어, 10-20 개 정도의 분야별 지표를 모아, 좌-우, 또는 보수-진보의 단일 지표로 점수화 하기도 했다. 여러 분야별 태도를 보수-진보 등의 하나의 기준으로 수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지식인들의 칼럼에 나타난 내용의 방향은 신문별로 일정한 특성을 보였다. 한국 신문들이 신문사별로 일정한 경향을 보이고, 신문(사)의 논조와 입장에 따라 참여 지식인들이 선택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또한 인구학적 배경변수별로 일정한 경향성도 보였다.

앞서 지적했다시피, 가장 대비되는 의제는 대북정책, 대미관계, 신자유주의 및 시장경제 와 복지, 언론개혁 등이었다. 이를 재분류 해본다면 한겨레신문 등은 평화와 인권, 약자에 대한 배려, 개혁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이른바 조중동 등은 힘의 논리, 엘리트주의, 안보와 질서 등을 강조했다. 연령별, 학위지역별로도 같은 경향성을 보여 주었다. 젊은층의 글일수록, 국내학위자의 글일수록 평화와 인권, 약자에 대한 배려, 개혁 등을 강조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이런 기준은 앞의 구체적인 쟁점과 더불어 종합해 한국사회 이념 지표로 삼아볼 만하다.

4. 언론활동 지식인의 위상과 전망

지식인은 언론의 내용에 전문성과 정당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언론은 지식인이 자신의 지식자원을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가 된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사회를 진단하고 미래에 대해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고 자원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을 통한 지식인의 활동이 어떠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지식인의 언론 참여에 있어 언론에 대한 종속이 너무 강한 것은 아닌가 싶다. 언론권력의 세력 싸움에 지식인이 일방적으로 동원되거나, 전문적인 지식자원이 언론(사)의 목적을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경우들도 많아 보였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 뿐 아니라 언론의 독점적 지위와 카르텔을 형성해 지식권력을 누리려는 지식인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박노자는 한국의 지식사회를 대표하는 교수집단을 특권층으로 보면서, 지식사회가 언론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교수집단이 카르텔을 이루고 공존하면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명문대학들의 경우, 사제관계, 동창회, 학과사무실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는 언론과 교수집단간의 구체적인 카르텔의 통로이다. 앞에서 분석했듯이 언론활동 지식인의 3/4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 일류대학 출신들의 언론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한국만큼 언론매체에 교수들이 많이 등장하는 경우를 서구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 전문 저널리스트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수들이 언론 주장의 정당화에 훨씬 더 권위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한국사회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에 지식인들의 참여가 활발한 만큼,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의 상당 부분이 지식인 자신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언론 지식인의 구조는 한국사회 권력 구조의 반영이자 재생산 기제라는 것이다.

한국 지식사회의 중심인 대학과 교수집단이 한국의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박노자의 주장은 다시 인용할 만하다. 연고주의, 부조리, 비합리성, 부당한 권력 행사 등 한국사회의 문제를 더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는 주로 정치권력에 두어졌으며, 비판의 주체는 언론과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비판대상은 비판 주체의 하나인 언론권력으로 확산되었으나, 이제 지식권력으로도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언론 활동 지식인에 한정시켰을 때, 우선 언론활동 지식인의 구조는 독재정권 시대의 주류 지식인으로부터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주류 지식인이 지식권력과 언론권력과의 카르텔 속에서 성장했다면, 신진 세력은 주로 시민사회 단체와 언론과의 연계 속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물론 젊은 신진세력 중에서도 전통 주류세력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재생산되는 양상도 보인다. 전통 주류세력 중 일부는 스스로 시민사회 단체 조직을 만들어 취약한 시민사회적 기반을 보완하면서 주류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려 하기도 하고 있다.

언론 활동 지식인 구조의 변화 가능성은 언론 구조의 변화 가능성에도 달려 있다. 현재의 주류 언론 구조가 변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대안저널 및 인터넷 언론의 역할 확장 가능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를 무대로 활동하는 지식인은 주로 기성 지식인에 대한 비판적인 지식인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언론 구조의 변화가 지식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지식사회 자체의 변화 여부와 향방이 관건이다.

* 필자는 현재 가톨릭대 정치학 교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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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6/17 [18: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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