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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V 방송방식 재검토, 대통령후보는 답하라
KBS 노조 'DTV 1인시위에 임하며' 성명서 발표ba.info/css
 
김철관(논설위원)   기사입력  2002/05/06 [18:09]
"97년 말 지상파 DTV방송방식 결정이 너무 성급했습니다. 당시 KBS 경영진들도 유보적 태도를 보였는데 정통부가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펴 KBS도 미국식을 수용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시민 소비자 단체들이 줄기차게 미국식의 문제점을 주장있으니 졸속결정이 된 DTV방송방식은 이제 재검토를 해야합니다."

'디지털TV 방송방식 변경을 위한 소비자운동(이하 DTV소비자운동, 공동대표 성유보·김상희·김재옥·이정택 )이 추진하고 있는' 정통부 앞 1인시위가 6일로 26일째를 맞고 있다. 6일 26번째 정통부 앞 1인 시위 주자로 나선 사람은 다름아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박상재 위원장. 그는 2시간 여에 걸친 1인시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1인시위를 진행했다.

{IMAGE1_LEFT}박 위원장은 "KBS노동조합이 그동안 파행으로 인해 DTV방송방식 재검토 문제에 적극 결합하지 못 한점이 부끄럽다"며 "위원장을 떠나 방송인의 한사람으로 DTV 방송방식이 미국입김에 따라 졸속 결정된 것이 심히 불쾌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지형에 맞고 보다 나은 방식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한(미국식)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올바른 정책결정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1인시위에 동참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또 그는 "미국식 DTV방송방식은 미디어 수용 폭이 적은 것이 단점"이라며 "모바일 서비스 기능 등 다양한 콘텐츠 수용기능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KBS 경영진에게도 한마디 당부했다. 그는 "방송방식의 결정은 방송사가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당시 정통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용된 것이라면 비교시험에도 나타났듯이 미국식이 우리지형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동수신 불가 등 미래 지향적 DTV 전송방식 형태가 아닌 만큼 경영진들도 방송인의 양심적 태도를 보일 때"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DTV방송방식문제는 소비자인 국민의 혈세가 직접 투입된 만큼 노사를 떠나 효율적 보편 타당성이 있는 방송방식 선택에 적극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하는 주장보다 국민 편에 서서 좀더 나은 시스템을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한쪽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관료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관료들의 잘못된 정책방향에 대해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민족통일을 위해서도 DTV방송방식 문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아날로그 시스템에서도 남북 방송방식이 달라 통일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DTV방송방식이 단일 방식으로 채택되기 위해선 남북한 관계부처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단일 방송방식 채택이야말로 통일비용을 아끼는 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1인시위는 평소보다 1시간 길게 진행됐다. 지난 4월초 KBS노조 8대위원장으로 당선된 그는 "그동안 파행적으로 이끌어 오던 내부 조직정비 문제가 일단락 됐다"며 "국가 대사인 지자체 및 대선때 공정방송을 통한 적법한 정권교체를 이루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노조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DTV방송방식 문제, 지상파 재전송 문제, 위성방송 문제 등 방송정책에 대해 국민의 입장에서 공영방송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데 노조가 앞장서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날 박 위원장이 정통부 앞 1인시위에 나서자 MBC, KBS 보도국 기자들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미국식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정통부와 KBS경영진들도 신임 KBS노조 지도부들의 DTV방송방식 재검토 주장에 대해 난감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DTV방송방식 재검토는 필연적"이라며 "언론노조와 함께 KBS본부도 이 문제에 해결을 위해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KBS본부 박상재 위원장은 KBS노조 3대 사무처장과 6대 부위원장, 공정방송위원회 노측 대표를 역임했다.

한편, 6일 오후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통부 '미국방식 DTV송출 반대 1인시위에 임하며'라는 성명서을 통해 "대통령 후보들도 DTV방송방식 재검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미국방식 DTV송출 반대 1인 시위에 임하며>

방송인의 양심으로, 후손에 대한 역사적 책임으로!

{IMAGE2_RIGHT}이미 미국식을 택했던 대만도, 미국의 정치적 식민지라고 지칭되는 남미 국가들도 미국식 DTV송출방식에서 유럽식으로 전환했다. 더욱이 미국의 자국내 방송사업자들 조차 미국식 전송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계속하고 있다. 전파사용권 배정의 살생부를 지닌 미국 FCC의 디지털 주파수 배정 취소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미국 방송사업자들이 문제 제기를 지속하자 결국 FCC도 방식수정작업에 들어가서 올 6월에 그 결과를 발표하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의 정통부만 DTV전송방식과 관련하여 ▲결정된 정부정책변경불가 ▲산업논리 우선을 내세우며 미국식만 고화질이 된다는 식의 기만술과 이동수신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궤변으로 방송계와 시청자를 우롱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미 자신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은 뒤에도 정통부는 "점차 시간을 두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는 무책임한 관료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의 피 같은 자금 60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일단 시작해 놓고 잘못된 문제는 그 때 가서 적당히 땜질을 해 나가자는 것이다. 마치 설계도 없이 고층빌딩을 지으며 한 층씩 올릴 때마다 적당히 처리하자는 식이다.

국방부가 고물 F15를 억지로 도입키로 한 데 이어 정통부가 DTV방식 결정에 보이는 무책임한 태도는 과연 국가 공무원들의 역사의식과 책임의식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마치 DTV 송출방식을 변경하려면 TV방송사의 시설을 전부 변경해야 하는 듯, DTV 가전사들의 제작라인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듯, 방송사의 모든 송출장비를 전부 교체해야 하는 듯, 유럽식은 고화질이 안 된다는 듯, 미국식의 수신감도에 문제가 없는 듯, 미국식으로 해야 수출이 더 잘된다는 듯 온갖 거짓과 기만과 망발을 일삼고 있다.

이런 거짓은 방송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는 속일 수 있지만, 평생을 방송기술에 몸 바쳐 온 우리 방송인과 방송기술인을 속일 수는 없다. 송출방식 변경은 송출기의 칲셋 보드 하나만 바꾸면 되는 것이고, DTV의 본체인 디스플레이는 유럽식과 미국식의 차이가 없다. 더구나 미국과 캐나다만 채택한 미국식 DTV와 나머지 전 세계 국가가 채택한 유럽식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수출시장이 클 것인가? 어린아이도 대답할 상식이다.

이동수신도 그렇다. 이미 천 만대를 돌파한 지 오래인 국내 승용차와 이동전화, 전 세계의 수 억대 승용차와 이동전화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방송서비스가 별 것이 아니라는 거짓말을 어찌 할 수 있단 말인가? 방송의 이동수신이 안 되어야 정통부의 嫡子인 통신사업자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방송사나 방송인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식이건 유럽식이건 큰 이해 관계가 없다. 단, 우리의 방송인으로서의 양심, 그리고 후손들이 입을 피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우리 방송인들을 거리로 투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관료주의와 거짓으로 DTV정책을 왜곡하는 정통부는 물론이고, 청와대와 국회, 방송위원회 등 모든 책임 있는 주체들이 더 이상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서기를 촉구한다. 또한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하는 바이다.

2002. 5 . 6

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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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5/06 [18: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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