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훌쩍 넘긴 신상전 전 덕성여대 총장이 23일 오후 내란청산 촉구 192차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5.18민주화운동과 미국 개입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사과하지 않는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1942년생인 신상전 전 총장은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며, 현재 해병대예비역연대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젊은 독일 유학 시절 5.18을 접했고, 당시 관련 자료를 모아 세계 최초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보고서 '하나가 되어 싸우고 있다고 온 세계에 알려주시오'를 발간해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국내외에 알렸다. 보고서에는 당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상세히 기록해 놨다. 그는 덕성여대 교수 재직 때 친일 사학재단을 몰아내기 위해 학생들과 연대해 학원 자주화 투쟁을 진행했던 인물로도 유명하다. 특히 신 전 총장 부부는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계속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에 대해 그는 "세상은 한 사람의 영웅으로 바꾸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사상가가 나와도 한 사람의 힘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며 "좋은 생각이 다수에 전해지고, 서민이 투쟁적으로 움직여야 조금씩 발전한다. 나도 그 많은 서민 중의 한 사람으로서 내 역할을 조금씩 하고 싶을 뿐"이라고 이날 집회 진행자가 밝히기도 했다.
신상전 전 덕성여대 총장은 23일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부근에서 열린 ‘내란청산-국민주권실현 촉구, 192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무대 발언을 했다.
그는 먼저 "여러분 때문에 위기에 처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되살아 났다"며 "정말 수고했다. 저도 동지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행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그는 '과거 5.18 민주화운동과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 얘기를 전개했다.
특히 과거 자신이 쓴 5.18 광주민주화운동 보고서 '하나가 되어 싸우고 있다고 온 세계에 알려주시오'에 대한 작성 경위와 내용도 간략히 설명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나는 유학생 신분으로 서독 루르 지방에 있는 보훔시에 체류하고 있었다. 거기서 '한국 사회문제 연구회'란 단체에서 함께 활동했던 다섯명의 회원들과 투쟁하는 광주시민과 연대하고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71쪽 짜리 보고서를 작성하게 됐다."
이어 "보고서에서 우리는 새 군사독재정권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광주민주화운동의 원인, 전개 과정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서술하고 평가하려 노력했다"며 "보고서는 500부가 인쇄돼 그해 6월 20일부터 우편으로 각지에 배포됐다. 보고서는 200여점의 다른 자료들과 함께 2016년 5월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은 이날 보고서의 내용 중 지금껏 우리사회가 등한시 해왔던 문제, 5.18 민주화운동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간략히 전했다.
"5월 18일 한미연합군 사령관 존 위컴 장군은 한국 군부에 공수특전단의 광주 투입 요청에 동의 서명했다. 토마스 로스 국방성 대변인은 한국 측에서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요청을 해와 한미연합군 사령부 예하부대의 출동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5월 20일 주한 미대사 글라이스틴은 외무장관 박동진과의 회담에서, 주일 미 대사 마이크 멘스 필드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국의 새군사정권을 계속 지지한다'는 미국의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이어 그는 "광주 시민의 반군부 민주투쟁이 치열해지자, 미국은 북한의 남침기도를 분쇄하기 위해 항공모함 ‘코렐 시’와 몇 척의 운양함과 구축함을 한국 해역에, E3A 조기경보통제기 2대를 일본에 급파해 한국 군부의 사기를 앙양시켰다"며 "5월 26일 존 위컴 한미연합 사령관은 전두환 군부에게 광주시에 대규모 전투부대의 증원 파견에 동의했다. 그 직후 대규모 유혈진압이 단행됐다"고 밝혔다.
"광주 외곽의 한 미국 공군기지 사령관은 광주시에서 외부로 통하는 길목에 설치된 각 검문소마다 미군 헌병을 한명씩 배치해 대모의 전국적 확대를 막는데 협조했고, 광주 상황을 취재한 기사를 서울로 전송할 목적으로 전화 사용을 요청한 미국 기자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이어 "6월 1일 카터 대통령은 TV 인터뷰을 통해 '미국은 남한에 있어서 인권존중 요구와 새 군사정권 지지 사이에 하등의 모순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미국의 우방들이 인권문제에 있어 미국과 동일한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는 그들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그런 까닭에 그는 남한에 있어 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새 군사정권을 강력히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광주 대학살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정치적으로는 전두환 일당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한국에서 새 군사독재정권이 탄생하는데 크나큰 역할을 했다. 이것이 우방 미국의 민낯이다. 미국은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고 한국인의 생명을 보호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국 민주주의를 짓밟고 한국인을 대량 학살하는 일에 동참하고 협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 우리 정부 또한 그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거나 사과를 요구한 적도 없다. 그래서 미국은 아직도 한국에 대한 내정간접과 경제적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 전 총장은 "트럼프 2기에 들어와 오히려 더 심해졌다. 미국이 한국을 동등한 동맹으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속국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미국의 간섭과 압력에 자유로운 명실공이 자주독립국가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 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주한미군사령관의 수중에 있는 전시작전권을 조속히 되찾아 와야 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그다음으로 남북 간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광주정신 게승하여 민주주의 완성하자' '광주학살 공범 미국은 사과하라' '내란청산 완수하고 사회대개혁 착수하자' '전시작전권 환수하고 미군 철수 관철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192차 촛불집회 발언자들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 5.18 비하한 스타벅스 비판, 내정간섭 미국 비판, 주한 미대사 미셀 스틸 반대 등을 주제로 발언을 이었다.
기조 발언을 한 이길재 강원촛불행동 상임대표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부정한 스타벅스를 용서 할 수 없다"고 밝혔고, 김상우 강동촛불행동 상임대표는 "5.18을 폄훼한 스타벅스 논란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데도, 내란당은 5.18에 대한 망언, 망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황중현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은 "미군 전작권 환수와 자주국방 실현,그리고 전쟁 화근 주한미군기지 철수를 위해 싸우겠다"고 피력했다.
강수혜 마포은평서대문촛불행동 회원은 "미군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며 "그런데 우리는 사드 반대 피켓을 들고 미군 차량을 겨우 1~2분 막았다고 해 9명이 기소되고 징역1-2년, 벌금 3백만 원을 구형을 받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배서영 자주민주통일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윤석열과 내통했던 내란세력의 배후인 극우주의자 주한 미대사 미셸 스틸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주한 미대사 미셀 스틸 거부 투쟁선포문'을 통해 "주한 미대사 미셀 스틸이 부임도 하기 전에 한미일 동맹을 언급했다"며 "더 심각한 것은 한미일동맹의 성격을 군사동맹으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지역에 군사적 개입에 동원하겠다는 속내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가수 백자 등이 노래공연을 펼쳤고, 집회가 끝나고 변은혜 노원중랑촛불행동 대표가 진행한 촛불대행진은 집회 장소인 광화문역에서 출발해 청계광장, 광교, 종각역, 세종대로 사거리, 미대사관,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마무리 집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