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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 던진 혁명과 권력, 가족이라는 묵직한 질문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미국 사회의 내면 다룬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임순혜   기사입력  2025/10/01 [18:18]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토머스 핀천(Thomas Pynchon)의 소설 <바인 랜드( Vineland )>(1990)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제목 그대로 '끝없는 싸움'의 은유다. 액션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을 품으면서도, 그 중심에는 혁명과 권력, 가족이라는 묵직한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인공 밥(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한때 급진 혁명 조직 French 75의 일원이었으나, 실패한 작전 이후 아내 페르피디아(테야나 테일러)를 잃고 딸 윌라를 홀로 키우며 은둔 생활을 한다. 세월이 흐른 뒤, 과거의 적이자 이제는 권력층에 올라선 락조 대령(션 펜)이 나타나면서 밥의 세계는 다시 흔들린다.

밥은 옛 동료들을 소집해 딸 윌라 구출 작전을 벌이고, 각종 음모, 반란, 액션의 연속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죽은 줄 알았던 페르피디아가 사실은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권력의 내부에 잠입한 상태로, 혁명가이자 동시에 체제의 일부로 변모한 모순된 인물이다.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단순한 구출극을 넘어, 미국 사회의 분열, 권력의 폭압, 반란과 윤리의 경계선 등을 은유적으로 다룬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매력은 장르적 혼합에서 나온다. 폭발적 액션과 정치 풍자, 부성애 드라마, 블랙코미디가 쉼 없이 교차하며 162분의 러닝타임을 밀어붙인다. 존니 그린우드의 음악은 혼돈의 리듬을 감각적으로 끌어내고, 로버트 엘스윗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도시와 전장을 동시에 환각적이고 생생하게 포착한다.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기존의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때로는 무력하고 때로는 광폭한 아버지의 모습을 오가며 진폭 넓은 연기를 펼친다. 테야나 테일러가 연기한 페르피디아는 모호하고 매혹적인 캐릭터로, 영화의 윤리적 긴장을 끝까지 끌고 간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정치적 풍자, 액션, 가족 드라마, 과격한 유머, 감정적 고비 등 여러 요소가 뒤섞여 있으며, 촬영, 미장센, 조명, 색감 등이 강렬하고, 작곡가 존니 그린우드 등의 음악도 영화의 리듬과 감정의 흐름을 잘 받쳐주고 있다.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평소와 다른 캐릭터로 새로운 매력을 풍기고, 테야나 테일러, 션 펜 등도 냉혹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으며, 시의성 있는 메시지 권력의 남용, 국가 감시, 반란과 저항의 윤리적 딜레마, 분열된 사회 등이 오늘날과 맞닿는 주제로 공감을 자아낸다.


다만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장르 혼합의 과감함은 때때로 톤의 일관성을 해치며, 폭력성과 정치적 함의가 과장되거나 모호해지는 순간도 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지만, 그 답은 일부 관객에게 불편하거나 혼란스럽게 다가올 수 도 있다.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반항·폭력·유머가 뒤섞이면서 어떤 순간엔 진지함이 덜 느껴지거나 메시지가 과도하게 직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며, 과장된 캐릭터 설정과 반란 그룹의 이상주의나 적대 진영의 악랄함이 때로는 상징적 과장에 머물러, 현실과 거리감을 줄 수 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액션·폭력 장면이 많고, 반란과 테러 행위가 정당화되는지 여부 등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감정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액션이나 스펙터클 장면만 보기보다는, 인물의 내면 갈등과 선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하고, 사회적 맥락과 지금 시대의 권력 구조, 폭력과 반항의 의미를 연결 지어 해석해보면 의미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독창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제55회 칸영화제 감독상,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섭렵한 감독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미국 사회를 통찰하며 인간 본성과 복잡한 내면 심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내며,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고유의 미학적인 연출과 빈틈없는 각본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남긴 감독이다.

  

▲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앤더슨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혁명의 완결은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강조한다. 마지막 바닷가 장면에서 밥은 락조를 벗어나는 데 성공하지만, 화면 뒤로 군사 행렬이 이어지는 장면은 권력과 저항이 끝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상징한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정치적이고도 대중적인 작품이다. 한 편의 액션 서사로도 즐길 수 있지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끝없는 싸움의 순환 속에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남긴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사회적 맥락과 지금 시대의 권력 구조, 폭력과 반항의 의미를 연결 지어 해석해보면, 어떤 순간엔 우스꽝스럽게 과장됨과 동시에 강한 울림을 주는 덕분에 오래 기억될 영화로 10월 1일 개봉했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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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10/01 [18: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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