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수능 창시자 "수능이 이렇게 망가질 줄이야…"
박도순 교수 "애초 목적과 달리 줄세우기로 변질된 수능, 개선 시급"
 
박재홍   기사입력  2014/11/25 [14:57]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박도순 (초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어제 교육부가 2015년 수능 영어 25번 문제와 생명과학 8번 문제에 대해서 결국 복수정답을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평균점수가 오르면서 학생들의 희비가 바뀐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작년 세계지리 논란에 이어서 다시 오류가 발견되면서 수학능력시험 신뢰도 자체가 흔들린 게 더 문제화되고 있습니다. 과연 대입 수학능력시험,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이 시간, 수능을 처음 만드시고 '수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분 연결해 직접 들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의 박도순 명예교수입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박도순>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이번 수능시험에서 있었던 복수정답 논란 어떻게 보셨나요?


◆ 박도순> 현재와 같은 수능시험의 출제방식이나 출제상황, 활용방식 하에서는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 박재홍> 왜 그런가요?


◆ 박도순> 우선 출제하는 사람들이나 검토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출제 기술이나 검토 기술이라는 게 매년 하면 할수록 누적이 돼야 되는데 누적이 안 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보안을 잘 해야 된다고 하는 측면에서 사람이 계속 바뀌어지고 어떻게 하는가도 잘 누적이 안 되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이런 현상은 웬만큼 해 가지고는 해소되는 것이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1, 2점이 수험생의 합격, 불합격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그런 상황에서는 (출제자들도)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이 쌓입니다. 그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사실은 이게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습니다.
 
◇ 박재홍> 수능을 처음 93년도에 만드셨어요. 그 당시에도 이러한 논란이 벌어질 거라 미리 예상을 하셨습니까?


◆ 박도순> 이건 덜 예상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뭔가 하면 처음에 할 적에는 시험내용이 이렇게 교과내용의 시험이라고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내용상의 오류 같은 게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시험 자체를 아예 문제은행식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런 스토리도 갖췄었죠. 그런데 그 후에 보니까 그렇게 될 수가 없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처음에는 문제은행식, 그리고 교과서를 보지 않아도 풀 수 있는 그러한 방식으로 출제를 하셨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수학능력시험이 변한 거네요?
 
◆ 박도순> 수학능력시험이 처음에는 말 그대로 교수와 학생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능력, 그리고 학문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 이런 것 중심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 나왔을 적에는 아마 생소한 용어지만 탈교과적, 범교과적인 출제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능의 성격이 어떻게 보면 그 이후에 많이 변했죠.
 
그 변한 이유는 뭔가 하면... 대학입학 전형을 위한 자료로서의 수능인지, 고등학교 교육을 잘 이끌어나가는 수능인지, 이것에 대한 견해차가 있었는데 주로 공교육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고등학교 교육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수능에서 안 다루면 고등학교 교육이 잘 안 된다, 이래서 모든 교과목을 넣게 되고. 그러니까 정책적으로는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에 초점이 바뀌어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것과 상충될 수밖에 없는 선발고사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게 되니까 이게 그때그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 박재홍> 선발기준으로서의 수능과 공교육 정상화 기능으로서의 수능, 이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려다 보니까 이도저도 아닌 시험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도순>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건 평가나 측정의 원리로써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우리가 점수라고 하는 것에 1, 2점 차이나 4, 5점 차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걸 중요한 것으로 보는 바람에 이렇게 됐죠.
 
◇ 박재홍> 그렇다면 교수님은 이 난이도 자체는 쉬워도 된다, 이런 입장이신 것 같은데요?


◆ 박도순> 원래 의미대로 하면 쉬워도 되는 거죠.


◇ 박재홍> 그런데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선발 기준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평가기준으로서의 수능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난이도 조절은 필요한 거 아닌가요?
 
◆ 박도순> 만약에 그런 것을 필요하다 그러면 처음에 학력고사에서 이걸로 바꾼 의미가 없어지죠. 원래대로 생각을 한다고 하면 수능시험이라고 하는 것이 일종의 자격시험, 최소의 자격시험 비슷한 것이라고 염두에 뒀던 거죠. 그런 정도로 염두에 뒀는데 이걸 가지고 학생을, 전국을 서열화시켜서 ... 평가나 측정으로 보면 국영수 시험만 보면 됩니다, 사실은.


◇ 박재홍> 그렇다면 수능은 최소의 자격시험으로 존치를 하고 대학들에게 선발자율권을 줘야 한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 박도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수능시험을 개편을 하려면 그 전에 입학전형제도가 어떤 모습일 건가를 좀 명확하게 해야 돼요. 지금 어차피 현재도 각각의 결정권한은 대학에 주어져 있거든요. 대학에 주어져 있는데 이 수능을 계속 대학에서 선호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이것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대학에서는 근본적으로 학업 성적이 우수한 사람을 뽑아서 쉽게 교육하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우선 바뀌어야 됩니다, 대학에서. 조금 공부 못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잘 훈련시켜서 내보내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지, 좋은 학업성취도 있는 사람을 그냥 그대로 내보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죠. 우리의 현실은 지금 대학이 서열화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수능시험의 개편에 대한 얘기를 할 적에도 그런 전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서로 충돌될 때는 뭐를 우선을 할 것인지 이걸 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걸 내놔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제도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 박재홍> 어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수능 개선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고,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사퇴를 했습니다. 수능을 처음 만드신 분으로서, 교육계 원로로서 또 당부말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박도순> 근본적으로는 수능성적 중심으로 학생을 뽑는 방법이 바뀌어져야 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수능성적을 요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도 창의적 인재를 양성시키겠다고 하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적합한 능력을 봐야 되는데 수능이 실제로 그걸 다루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수능에 문제은행을 만들어서 해결한다든지 이런 걸 하려고 하면 수능의 성격이 안 바뀌어져야 된다는 전제를 해야 되거든요.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바뀌고. 우리는 대학이 어떻게 바뀔 것까지도 수능을 통해서 바꾸려고 하고, 고등학교 바꾸는 것도 수능을 통해서 바꾸려고 하니까 그게 안 되는 거죠. 일관성 있는 게 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관성 있게 나오려고 하면 수능에 대한 성격이나 이런 것의 결정권을 평가원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데서 해야지. 어떤 특정한 데 줘서 쉽사리 안 바뀌어져야지만 문제은행도 만들어지고 하죠. 문제은행이 만들어지게 되면 지금 같은 문제는 훨씬 줄어듭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박도순> 예, 고맙습니다.


◇ 박재홍> 지금까지 수능을 처음 만들고, '수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분이세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의 박도순 명예교수였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4/11/25 [14:5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