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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부패의 온상 전관예우
[김영호 칼럼] 관료집단은 영원한 집권세력, 공직사회 마음대로 주물러
 
김영호   기사입력  2014/06/24 [04:36]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많은 국민들이 절망한다. 총리-장관 내정자들이 온갖 부정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축재한 사실이 드러난다.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농지소유, 편법상속-증여 등등은 거의 공식적이다. 논문표절, 허위학력, 자녀의 미국국적, 공금유용 따위로도 도덕성-정직성의 논란을 일으킨다. 국민의 의무인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조차 기피한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이익을 추구하는 탈법-불법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 중에서 전관예우는 공직부패의 온상이라는 점에서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국무총리 정홍원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으로 지명된 대법관 출신 안대희가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자진사임하고 말았다. 지난해 7월부터 열 달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무려 27억원이나 벌었다는 것이다. 작년 2월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 장관 황교안도 검찰 퇴임이후 2011년 9월부터 1년 5개월 동안 법무법인에서 고문변호사로 재직하면서 16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많았다. 억대연봉이 아닌 억대월급이 전관예우가 얼마나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말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지 않았다면 안대희도 임명을 강행했을지 모를 일이다.

전관예우란 일반적으로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에 대해 재직했던 검찰-법원의 후배-동료가 유리하게 기소하거나 판결하는 법조계의 특혜적 관행을 일컽는다. 그 전관예우가 이제 정부부처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위관료-각료 출신이 거액의 보수를 받고 유관기업-단체에 취업-자문을 통해 관청로비스트로 활동한다. 재벌기업의 불투명한 경영을 감시하려고 도입된 사외이사도 퇴직관료-각료의 로비창구로 전락했다. 이들은 과거 근무처에서 취득한 정보-경험을 활용하는 한편 학연-고시로 엮어진 인맥-연줄을 동원해 해당기업-단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앞장선다.

대형 법무법인의 전관예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검사장-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라면 연봉이 6억~12억원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법원장 출신이라면 1~2년만에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만큼 번다고 한다. 급여 이외에 수임비용의 30~50%를 따로 받는다. 계약기간은 대개 2~3년이다. 변호사 비용은 거의 영수증을 처리하지 않는다. 변호인 수임계를 검찰-법원에 제출하지도 않는다. 공식적으로는 ‘새끼 변호사’가 사건을 담당한다. ‘도장변론’, ‘전화변론’이라는 것도 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소장에 도장만 찍어줘도 수임료가 수천만원이고 전화 한 통화만 해줘도 법무법인은 투자를 뽑는다고 한다.

현직 판-검사나 고위관료들이 현실적으로 힘센 전관을 예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공직→법무법인 또는 유관기업→공직으로 이어지는 회전문 인사 때문이다. 언제든지 대법관이나 장-차관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위 판-검사 출신은 소송가액이 수십억~수백억원인 사건에 대해 전관예우의 위력을 확실하게 발휘한다고 한다. 퇴직관료-각료는 주로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데 때로는 정부정책을 변경-왜곡시킨다. 참여연대가 조사한 바로는 2011년 6월~2012년 5월, 1년 사이에 퇴직 고위관료 172명 중에서 103명이 과거 근무부처와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한다.

과거에는 법무법인이 주로 판-검사 출신을 영입했지만 이제는 그 대상을 경제관련 규제-감독기관, 인-허가 부처에 이어 전 부처로 확대하고 있다. 영입대상은 국세청과 경제경찰로 알려진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연 인기다. 법무법인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경력을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법무법인에만 경제부처 출신 관료 177명이 포진해 있다. 국세청이 6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금융감독원 37명, 공정거래위원회 34명, 관세청 19명, 기획재정부 15명, 금융위원회 3명, 국토교통부 1명 등이다. 관료 출신은 변호사 자격이 없기 때문에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활동한다. 법무법인별로는 김앤장이 6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태평양 31명, 광장 24명, 율촌 17명, 세종 11명, 화우 10명 등이다.

국세청 출신은 법무법인 이외에도 회계법인, 세무법인으로도 직행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5년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취업한 국세청 출신이 26명이나 된다. 재벌닷컴의 2012년 9월 자료에 따르면 10대재벌 계열의 상장기업들이 1년 동안 국세청 출신을 사외이사로 17명이나 영입했다. 그 밖에도 판-검사 출신과 함께 경제부처 고위직 출신이 재벌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거의 독식한다. 보수와 회의횟수를 따지면 회의참석비가 보통 1,000만~2,000만원 꼴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통해 금융권에서도 전관예우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경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고위직 출신들이 저축은행의 감사와 사외이사를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이 사건 이후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진입이 활발하다고 한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검사권을 장악한 금감원 출신은 은행-증권-보험사의 영입순위 1위다. 정보통신업체의 경영진은 과거 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료-각료의 전유물이다. 인-허가 업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체, 국방부와 무기상 등도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이다.

영원한 집권세력인 관료집단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재직시에는 공익과 사익을 분별하지 못하고 합법과 불법을 분간하지 못하는 인사들이 정부요직을 장악해 부정한 수단과 방법을 정당시하며 축재를 일삼는다. 공익보다 사익이 우선하는 도덕적 불감증이 공직사회에 만연하니 정부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상속재산이 없는 공직자 출신이 축재과정이 불투명한 수십억원의 재산을 자랑한다. 그들이 다시 장-차관급으로 발탁되어 서로 짜고 밀어주고 끌어주며 공직사회를 주무른다.

*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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