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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드세지는 증세없는 복지공약
[김영호 칼럼] 공약이 空約, 국민 주머니 함부로 털다가는 큰 탈난다
 
김영호   기사입력  2013/11/19 [04:40]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증세없는 복지를 이룩한다고 장담하지만 역풍이 드세다. 지하경제는 속성상 거래의 은밀성-폐쇄성으로 인해 음성세원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단속할수록 거래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더 깊이 숨는다. 그 탓에 현금통화량은 늘어나는데 현금영수증 발급건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5만원권 환수율이 작년 9월 61.7%에서 1년 사이 48.0%로 떨어졌다. 안방금고로 숨는다는 소리다. 조세의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세원의 발굴이 벽에 부딪치자 세무조사라는 고압적인 수단을 동원해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국세청이 세수부족을 메우려고 영세기업-자영업자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직범죄와 연계된 지하경제에는 근접하지도 못하면서 기납부자의 꼬투리를 잡아 장부를 다시 뒤지는 식이다. 털어도 먼지가 나오지 않으면 예납, 선납 형식으로 세금을 미리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심지어 은퇴자가 신문에 기고하고 대학에서 강의했다는 이유로 사업자로 지정해 사업소득세를 물린다. 몇 푼 되지 않자 장부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내세워 과태료까지 물리는 정도이다.

국세청 뿐 아니다.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관세청을 동원해 벌금, 몰수금, 범칙금, 과태료를 쥐어짠다. 경찰은 올 들어 7월까지 142만3,300여건의 범칙금을 부과했다. 이미 작년 1년간의 적발건수 142만8,300여건에 맞먹는다. 올 들어 6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즉결심판은 2만9,253건으로 작년동기에 비해 18.2%나 증가했다. 세관도 여행자 휴대품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과잉단속-과잉적발에 대한 불만이 벌금폭탄이란 말로 분출되고 있다.

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5년간 134조8,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올 들어 8월까지 국세수입은 129조6,000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5조6,000억원이나 줄었다. 행정력을 동원한 강압적인 재원조달 방편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정책당국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부가가치세와 담배세-주류세를 인상하고 법인세율을 단일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다만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을 파기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증세란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같다.

부가세는 세율 2% 인상을 고려하는 모양이다. 1977년 7월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한 이후 물가가 수십%나 폭등했다. 제조-유통단계마다 부가세를 물리기 때문에 물가앙등은 필연적이다. 미국에는 생필품 가격이 저렴하다. 그 이유는 부가가치세가 없기 때문이다. 술-담배는 중독성-습관성이 강해 가격탄력성이 낮다. 주류세-담배세를 2~3배 올리지 않는 한 수요감퇴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저소득층의 음주-흡연비율이 높아 서민대중의 반발만 유발할 것이다.

부가가치세와 담배세-주류세는 간접세라 담세자와 납세자가 다르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서 세금을 낸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 까닭에 조세저항이 적고 징세가 용이하다. 이 점에서 간접세 인상에 유혹을 느끼는 것같다. 간접세는 부자나 빈자나 세금을 똑같이 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날로 벌어지는 빈부격차의 큰 원인은 간접세 비중이 높은 데 있다. 한국의 간접세 비중은 2010년 52.1%로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20%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미국은 10%내외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권이 법인세율을 3단계 10~22%로 인하했는데 그것을 단일화하겠다고 한다. 영세-중소기업의 세율은 인상하고 대기업의 세율은 인하하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권이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하해 세수는 크게 줄었지만 경기진작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박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을 보면 돈 나올 구멍은 막고 돈 나오지 않을 구멍만 파는 꼴이다. 전임정권의 ‘서민증세 부자감세’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가서는 경제불안-정치불안만 조성할 뿐이다. 대기업의 법인세 세율을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올리고 과표구간도 낮춰야 한다.

1978년 12월 총선에서 공화당이 신민당에게 득표율에서 1.1% 뒤졌다. 당시로서는 박정희의 충격적 패배였다. 부가세 도입이 큰 패인이었다. 노무현 정권이 2005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후 열린우리당은 그 해 10월 재-보선, 2006년 5월 지방선거, 2007년 12월 대선에서 내리 패배했다. 2009년 일본 민주당이 54년만에 자민당 정권을 붕괴시켰지만 소비세를 도입한 바람에 정권을 다시 내주었다. 미국의 아버지 부시가 1992년 재선에 실패했다. 소득세율을 올림으로써 증세는 없다는 약속을 뒤집은 탓이 크다. 국민의 주머니를 함부로 털다가는 큰 탈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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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1/19 [04: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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