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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믿음을 묵상함
김요일의 시 '체 게바라에게'
 
정연복   기사입력  2010/08/11 [14:13]
 
"인간적인" 믿음을 묵상함 - 김요일의 시 '체 게바라에게'
 
 
친구, 잘 있었나
어딘지 알려줄 순 없지만 국경 너머의 외곽 도시에 와 있네
벌써 몇 년 됐지 가끔 쓸쓸하기도 하다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술도 있고 여자도 있다네
 
주일이면 시골 성당 성가대에 앉아
Miserere mei*, Miserere mei 찬양하고 있어
세상을 살해하지도 못하고 떠돌다
이곳에 흘러든 건 혁명에 실패해서만은 아니지
 
인간은 용서받기 위해 존재하나 봐
결혼 한 번 못해본 검은 옷의 녀석들에게
고해를 하진 않지만
Miserere, miserere 화음을 맞추다 보면
불협의 대위법으로 어깃장 놓던
잔인하고 불량했던 진압군 시절마저 용서받는 기분이 드니까
 
성경책을 넘길 때 비릿한 슬픔이 책장에서 풍겨나는 까닭은
우리 손에 배었던 죄 냄새가 묻어있기 때문이야
신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
눈이 마주치면 입가에 살짝 미소를 걸어주지
 
찾지 마 잊지도 마
이곳에서의 이름은 이방인 K,
아직 담배는 끊지 못했어
(김요일·시인, 1965-)
 
* '긍휼히 여기소서'라는 뜻의 라틴어.
 

*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있다. 민중신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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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11 [14: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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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물인 2010/10/26 [01:20] 수정 | 삭제
  • 그런 가식에서 탈피할 때만이 진정한 깨달음과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종교의 해체는 진정한 신앙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신이되고 스스로 땅이 되고 스스로 하늘이 된다. 모든 마음속에 담아 둔 그것들 때문에 번뇌와 욕망은 끊임없이 인간 스스로를 감옥에 가둘것이다. 신앙은 집단적일 수록 타락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몸에서 모든 삼위일체와 삼신과 일신을 담는다. 내 몸이 죽으면 그것들도 죽는다. 나는 없고 그것들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