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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 예수를 묵상함
장시하의 시 '청량리 예수'
 
정연복   기사입력  2010/06/10 [10:51]
                                                                                    
 
청량리역 광장 녹슨 시계탑에는
피 흘리며 가시관을 쓴 예수란 사내가 매달려 있다
백화점 앞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용접 불꽃처럼 타올랐다
술 취한 산타는 루돌프 사슴을 잃어버려 역전파출소를 향했다
추위에 헐벗은 예수는 자신의 생일날 미역국 한 그릇 먹지 못한 채
시계탑에 매달려 떨고 있었다
한 목사는 예수가 매달린 시계탑 앞에서
예수의 사랑을 팔고 있었다
청량리 588 포주아줌마는 크리스마스 특별세일로
사창가에 여인을 팔고 있었다
예수의 생일날 오후
청량리역 광장에는 예수를 파는 사람도
예수를 사려는 사람도
사창가 여인을 팔려는 사람도
여인을 사려는 사람도 있었다
밤이 되며 목사도 떠나고 사창가포주도 떠나고 나면
시계탑에 모이를 쫓아 모인 비둘기 떼와 노숙자들이
순례자들처럼 모여들었다
무슬림이 거룩한 성지 메카를 향하듯...
노숙자들은 예수의 상처와 피를 자신의 속옷을 찢어 싸매며
피 흘리는 발등상에 입 맞추었다
한 걸인은 외투를 벗어 벌거벗은 예수를 입혔다
구걸로 얻어온 한 끼 양식을 예수의 입에 넣어 주었다
누군가 제과점에서 얻어 온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밝혔다
예수의 생일 청량리역 시계탑 앞에는
노숙자들과 병들고 버림받은 자들과 비둘기들의 만찬이
화려하였다
비둘기들은 열심히 케이크를 쪼아 예수의 입에 넣어 주었다
술 취한 산타는 루돌프 사슴을 찾아 헤매었다
그날 밤, 예수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준 걸인은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을 걷고 있었다
청량리역 광장 녹슨 시계탑에는 예수가 매달려 있다
(장시하·시인, 1969-)

*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있다. 민중신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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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10 [10: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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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물인 2010/10/26 [01:28] 수정 | 삭제
  • 나는 아직 예수를 만나지 못했다..온통 주위에는 예수를 십자가에 메달아 놓고 거기에다 키스한다. 이런 빌어먹을 넘들 같으니라구,,ㅎㅎ
    인간은 인간 스스로 예수가 될 수있다는 강력한 자치의식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서 한국사회에 역동성의 힘을 길러야 한다. 더이상 사람들에게 빌어먹는 방법을 가르쳐서는 안된다. 자본가들은 자기돈 아닌것을 가지고 자기 돈인냥 사업하지 않는가? 그즐은 잘도 빌어먹는데..머리가 좋아서인가? 권력이 좋아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