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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방송'이 '전국방송?' 언론도 균형발전해야
[강준만 칼럼] 언로의 서울 1극체제하에선 공정한 논쟁 기대하기 어려워
 
강준만   기사입력  2006/10/16 [07:13]
"수도권 규제 정책은 잘못" 61.3%

최근 어느 중앙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전국 국가균형발전 전문가 500명을 대상으로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 실시한 전화설문 조사 결과라고 한다.

이 기사는 경기개발연구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수도권 규제에 대해 지식·정보가 풍부한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나.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기사 어디를 찾아봐도 독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 점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다는 사실이다. 전문가 500명의 거주지역 비율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의 거주지역이 어디이건 관계없이 '수도권 규제' 문제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 걸까?

기사 하나에 시비를 걸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수도권 규제 철폐'를 바라는 사람들의 언론플레이가 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그들은 수시로 각종 세미나·여론조사·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도권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전국 13개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이 가끔 수도권 규제 유지·강화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긴 하지만, 수도권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중앙 언론은 '수도권 규제 철폐'를 편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 규제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찬반 논쟁이 있을 경우 양쪽 주장이 공정하게 개진·유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다.

그런 공정한 공론장이 보장 될 때에 비로소 지금과 같은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3의 길'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서 언로(言路)의 균형발전 문제가 대두된다. 지금과 같은 언로의 서울 1극체제하에선 공정한 논의·논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국 13개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은 성명서 발표한 걸로 할 일 다했다고 손 털고 일어날 게 아니라 우선적으로 언로의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상파 방송의 기본 편성정책에 지방의 KBS지역국·MBC계열사·SBS가맹사들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자.

신문이야 사기업인 만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은 국가 균형발전의 대의를 위해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SBS도 사기업이라곤 하지만 전국 네트워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처지는 아니다.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프로그램의 방향과 내용에 개입하자. 뉴스, 시사 다큐멘터리, 생활정보 프로그램 등은 지방문제를 일정 부분 다루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먹거리나 볼거리 위주가 아니라 민생을 다루라는 것이다. 왜 지방민들이 균형발전을 외치는지 그걸 수도권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알려달라는 것이다. 다수 수도권 주민들도 과거엔 지방에 살았었다는 걸 상기시켜 달라는 것이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 본사에만 맡겨 놓으면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할테니 지방이 개입해 지금의 '여의도 방송'을 명실상부한 '전국방송'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비수도권 광역단체장들을 비롯하여 모든 지방민이 나서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새전북신문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교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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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16 [07: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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