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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정권의 최대 과오는 '무능' 아닌 신뢰의 문제
[강준만 칼럼] 힘없는 사람들의 분노를 풀어주는 것이 국가의 본분
 
강준만   기사입력  2006/10/02 [08:53]
"힘없는 자들은 항상 슬프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씁쓸한 비애를 느꼈고 왜 사람들이 이민을 떠나는지 이제야 알겠구나 하는 그런 심정이 들었습니다.", "이 땅에서 돈없고 힘없는 이들은 돈많고 힘많은 이들과 같은 인간으로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인간 세상에 잠시 머문 천사로 살아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조국! 왜 항상 우리는 끝을 알 수 없는 애국심을 가지고 항상 배반을 당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느 누가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는 걸까요? 단 한 명의 관료라도 이 땅에 정말 있는 것일까요?", "이런 x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게 정말 원망스럽다. TV에서 흔히 얘기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들은 다 새빨간 거짓말들이고 모두 거짓된 말들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정말 지독한 대한민국. 다음에는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기를."

지난 9월 26일 방영된 MBC 을 시청한 네티즌들의 소감이다.

이 프로그램은 7월 25일에 이어 두 번 째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동원호 선원들을 다뤘다. 선원들은 117일간의 억류 끝에 돌아왔지만 대부분이 엄청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상당수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회사측이 선장을 통해 배를 좌초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분노했다.(동원호의 소속사인 동원수산은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산업과 전혀 무관하다.)

외교통상부의 무관심과 무능도 분노의 표적이 되었다. 한 조선족 선원은 한국정부와 회사측의 태도에 절망해 자신의 일기에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썼다. 그는 아직도 그때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

그러나 가장 기가 막힌 비극은 돌아온 선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과 한(恨)을 적극 나서서 토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언론을 피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사실 네티즌들을 가장 분노하게 만든 건 바로 이 점이었는지도 모른다. 더욱 놀라운 건 을 제외하곤 모든 언론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PD들에게 특종을 빼앗긴 기자들의 '밴댕이 근성' 때문일까? 언론도 '믿지 못할 놈들' 중의 하나인 것이다.

외교통상부와 동원수산도 할 말이 있을 게다. 실제로 외교통상부는 지난 8월 24일 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피랍 100일,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두는가' 편이 정부와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청구 조정신청을 내 반론보도권을 얻어내기도 했다.

잘됐다. 외교통상부와 동원수산의 억울함을 풀어주자.

국정조사건 그 무엇이건 어떤 형태로든 이 사건을 국민적 조사와 심판대 위에 올리자. 이 사건은 한미FTA, 전시작전통제권, 바다이야기 등 최근의 굵직한 현안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일부일망정 이 나라에 태어난 걸 원망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규명하지 않고선 이 나라를 나라라고 할 수는 없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말만큼 무서운 말은 없다. 노무현 정권이 저지른 최대의 과오는 '무능'이 아니다. 신뢰의 문제다. 화려한 명분을 무책임하게 함부로 휘두를수록 돌아오는 부메랑의 타격도 그만큼 큰 법이다. 부디 전라북도의 고위 공직자들이 유념하기 바란다.
 
새전북신문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교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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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0/02 [08: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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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성 2006/10/03 [22:21] 수정 | 삭제
  • 신문 칼럼은 글자수의 제한이 있어 을 사용하게 되지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런 글의 독해에 매우 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위글 수정: 으로 순서를 바꿈.
  • 자성 2006/10/03 [21:38] 수정 | 삭제
  • 나는 강준만의 이 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미 FTA, 전작권 등 보다도 중요한데 국가의 기본적 의무에 관한 사항이어서 그렇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선례와 전통으로 보아서 단연 국정조사감이면서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대통령부터 국민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대한 의식이 없다.

    는 엄밀하게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강준만이 비유적 화법을 사용한 것은 무능 유능에 앞서 국가의 첫번째 의무 --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 -- 에 소홀한 것은 국가라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국가가 있고나서 그 정부의 유능, 무능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라고 보충해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유능한지 무능한지 전체적으로 또 특정한 사안에서 헤아리기 힙들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정부 또는 사회 시스템인지는 범부라 해도 직감으로 알 수 있다. 국가조직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은 신뢰인 것이다.
  • 죽여라 2006/10/03 [19:46] 수정 | 삭제
  • 무능이 아니고 신뢰라....
    그건 또 무슨말이코....
    무능한것 볼줄 모르는놈은 무능하기때문인것 아시요.
  • 이바리 2006/10/02 [15:52] 수정 | 삭제
  • 내가 pd수첩으로 이 방송을 보고 대자보에서 처음 접하게 되어 이글을 씁니다.솔직히 나는 방송이 나고 다음날 인터넷과 포털이 난리가 날 줄 알았습니다.적어도 내 상식으로는 이 사건의 내막은 윗글에서 말했듯이 국정조사감입니다.그런데 어떤 언론도 이 문제를 한 꼭지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아니 내가 세상 보는 감각이 둔해졌나하고 의심하기까지 했습니다.
    나는 이 사건을 강선생처럼 현정권까지 이을 생각은 없습니다.나는 오로지 동원수산이 한번쯤 사과의 말 한번이라도 언론을 듣고 싶고 국민들이 여전히 힘없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소모품으로 처리되는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뿐이었습니다.
    진짜로 동원수산의 윗대가리 인터뷰처럼 여하튼 좌초되지 않았으니까 되잖은가하는 심산을 우리 언론이 가지지는 않았느지 아니면 벌써 언론에게 손을 썼는지 아니면 윗글처럼 특종을 뺏겨서 모로쇠롤 일관하는 건지...진짜 울분이 나서 아니 강선생말처럼 모무 한통속이니 더이상 어떤 것도 믿지말자하는 마음이..
    바로 그렇습니다.아마 이 방송을 보고 결국 나같은 생각이 들거라는 언론들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시시껄렁한 연예인 똥고뉴스나 위정자들이 눈알 튀어나오는 엽기적인 말은 호들갑떨면서 온 인터넷을 똥칠하면서...바로 우리가 언제 당할지 모르는 이 사회의 인권유린과 황금만능 첨박한 자본주의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사용자들...
    강선생 말처럼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말.이 말이 만인대 만인의 전쟁을 부채질한다해도 나는 적어도 그런 상황을 언론이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한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유효하고 반드시 명심하고 살아가야할 제1의 원칙이라고 단언합니다.

    세상 진짜로 믿을 놈 없습니다.
    각자 알아서 정부를 이용하고 언론을 이용하고 회사를 이용하고...
    그렇게 먼저 먹고 튀는 놈이 장땡입니다.
    이것은 내가 여기서 내가 한 말이지만 바로 언론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이렇게 지금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속으로 말하죠.
    병신 믿는 놈이 바보지.우리고 니들하고 별 차이 없어.우리도 살아야지.
    세상 정말 믿을 놈 없습니다.
  • 자성 2006/10/02 [12:56] 수정 | 삭제
  • (국민의 입장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저지른 최대의 과오는 '무능'이 아니다. 신뢰의 문제다.
    ==> '국민의 입장에서는' 을 문두에 보충해서 새기거라. 강교수의 이글은 하자없다. 니가 독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녀석인게 문제지.

    글은 글쓴이의 주장을 '이해하려는' 태도로 읽어야 하고 독해는 전체적 문맥으로 하는 것이다. 부분적이고 지엽적인 문제 하나 끄집어내서는 꼴에 무슨 소리라도 하고 싶어서 ㅉ

    강교수도 노정권이 무능해서 신뢰의 문제가 발생한 줄은 알고 있단다.

    백성주는 얼마나 편하겠냐? 글쟁이가 아닌 것이...
  • 백성주 2006/10/02 [10:57] 수정 | 삭제
  • 내가 과거에 무척 사랑하고 존경했던 강준만교수님이 요즘은 완전히 망가져간다. 김동길이야 늙어서 그렇다고 양해할 수도 있지만, 강준만교수님의 경우는 나이 탓도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슬프고 안타깝다. 이 기사 역시 그러하다. 노무현정권이 저지른 최대 과오가 무능이 아니라 신뢰를 잃은 불신의 문제라니, 어쩌다가 강준만교수님이 이 지경까지 왔는가?

    강준만교수님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왜 국민들이 노무현정권을 불신하게 되었는가? 책임소재를 놓고 따져본 바가 있으면 그것을 논증해달라. 글 말미에 무책임하게 말 한 마디를 넣지 말고 말이다.

    나는 노무현정부가 무능해서 결국 조중동의 이간질과 한나라당의 딴지걸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좌절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기대를 버리자,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 상태-불신-가 되었다고 본다. 나는 그걸 논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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