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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공갈단이 판치는 정치는 '자해(自害) 산업'
[강준만 칼럼] 뜬금없는 '제3 대선후보'론, 국민의 정치혐오만 부추겨
 
강준만   기사입력  2006/07/24 [07:57]
지난 주 신문들이 보도한 ‘제3 대선후보론’ 기사를 읽다가 슬그머니 웃음을 흘리면서 ‘자해(自害) 공갈단’을 떠올렸다. 자해 공갈단은 스스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혀 돈을 번다.

정치는 어떤가? 공갈은 치지 않는지 모르지만 자해를 저지름으로써 살 길을 찾으려 한다는 점에선 자해 공갈단을 닮았다. 좀 점잖게 표현하자면 정치는 ‘자해 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제3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강력 고사해온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대학총장과 시민운동가가 세상 평판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느날 갑자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 사태를 어찌 봐야 할 것인가? 아름답다고 보아야 할까?

어떻게 보건 그 이전에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혐오, 아니 저주가 얼마나 심하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놀라움을 음미해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자신들에 대해 국민적 저주가 쏟아지면 그 원인을 규명해 고쳐나갈 생각은 않고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비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화장을 해보겠다는 발상은 자기부정의 극치라 할 만하다. 이는 한국정치엔 ‘전문성’은 없으며 ‘신선도’가 가장 큰 무기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요상한 게임이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선 ‘수혈’이라는 이름으로 ‘신선도’ 높은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왔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 일이 한두번 반복된 게 아닌데도 여전히 ‘신선도’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건 무얼 말하는가?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도 속된 말로 ‘쌩쑈’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쌩쑈’라는 가설을 설명해보자면 이런 이야기다. 국민은 정치권이 어차피 출세주의자들의 낙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풍토가 바뀌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계속 ‘신선도’를 요구함으로써 물갈이라도 자주 해주는 게 그 바닥의 ‘분배의 정의’라도 실현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또다른 가설로는 한국인 특유의 ‘새것 신드롬’을 지적할 수 있겠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새것에 대한 집착은 종교의 수준이라고 경탄하곤 한다. 아닌게 아니라 한국의 신제품 모델 회전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한국이 IT(정보통신) 선진국이 된 원동력도 바로 이 ‘새것 신드롬’이다.

어찌됐건 정치가 자해산업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여야 정당간 수시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임으로써 국민의 침뱉기를 유도하는 걸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정치인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정치를 향해 침뱉는 사람이 많을수록 기성 정치인들은 자기 자리를 비교적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야 유능하고 깨끗하고 탐욕없는 사람일수록 정치를 멀리 할 게 아닌가 말이다.

한국정치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매우 높아 게임으로 구경하기엔 최고급이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해 파워도 세계 최강 수준이다. 정치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려야 마땅하다.

 
새전북신문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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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24 [07: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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