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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은 파괴의 책임을 져라
세계의 원주민들, 개발 빌미로 빈곤과 재난 초래 항변
 
지오리포트   기사입력  2003/05/24 [13:23]
'원주민'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우리는 단지 그들을 TV에서 '풍물 기행' 등으로나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의 눈에 비친 그들은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환경에서 자신들만의 낙원을 지키며 살아가는 신비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지금까지 많은 것을 빼앗겨 왔다. 그들은 우리가 소비할 상품을 위해, 다국적 기업의 이윤을 위해, 땅과 천연자원과 숲과 물과 언어와 문화와 권리와 생명을 빼앗겨 온 사람들이다.

니제르 델타 지역의 오고니족은 석유때문에 생명을 잃고 '실종'되었으며, 안데스 산맥의 우와족은 석유를 고갈시키는 것은 어머니를 살해하는 것이라며 부족민 전체가 집단 자살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사빠띠스따는 멕시코 정부를 향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선이 아니라 존중"이라고 말했다.

제3세계 뉴스공급 대행업체인 <인터 프레스 서비스> 5월 17일자에 게재된 Haider Rizvi의 기사 Pay for Destruction', Indigenous People Tell Corporations을 소개하기 전에, 그들의 다양한 언어와 삶을 느낄 수 있는 이름 하나를 귀띔할까 한다.

1936년 하와이에 사는 한 원주민은 자신의 딸 이름을 '카나니노호와오쿠후노호오노푸후카이나나나로히로오히노케유에어라우라나카오카라에 재드'라고 지었는데, 그 뜻은 "천국의 눈이 멀리 바라보는 다이아몬드곶 마루에 있는 우리집의 향기높은 재드"라고 한다. (옮긴이)

자신들의 문화와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전세계 3억 5천만 원주민들의 대표들은 다국적 기업이 자신들의 땅과 생활 양식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주민들의 땅에서 기업 활동을 시작한 것은 원래 그 목적이 지역 개발과 경제 성장, 빈곤 퇴치를 위해서였다”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원주민 회의' 대표 Victoria Tauli는 이번 주부터 열린 '원주민 문제에 대한 영구 포럼(Permanent Form on Indigenous Issues. 이하 영구 포럼)'의 한 회의에서 말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은 지역을 개발하기는 커녕, 오히려 우리들에게 더욱 심각한 빈곤과 재난만을 가져다 주었다.”

히말라야 고지대의 초목이 우거진 계곡에서부터 아마존 강 유역의 열대우림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광범위한 지역에서 모여든 원주민 대표 중 대다수가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대표들은 2주 동안 계속된 연례 포럼 기간 동안, 다국적 기업과 때때로 자국 정부가 실시한 석유, 천연가스, 벌목, 채굴 사업으로 자신들의 공동체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회의가 열릴 때마다 끝도 없이 늘어 놓았다.

“내게는, 환경이 이번 포럼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환경은 우리가 가진 전부니까”라고 '원주민 환경을 위한 협력(PIPE)' 대표 Goodluck Diigbo는 말한다. 그가 자란 나이지리아의 오고니 지역은 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당하고 있다.

“우리 오고니 사람들은 전에는 자연 상태에서 살았다. 우리는 사자와 파충류 같은 동물까지 포함해서, 숲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함께 공유했었다. 나는 웃어른들에게 우리는 이 행성의 관리인이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조상의 땅이 석유 채굴과 유출로 황폐해져 버린 Diigbo는 석유, 천연가스, 금, 우라늄,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는 다국적 기업은 자신들의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친 영향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과학적 연구와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라고 그는 말했다.

▲ 옥시덴탈 페트롤리엄과 로얄 더치 셸은
1992년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석유 개발권을
따냈다. 우와족은 땅을 '어머니'라 부르고,
석유를 '어머니의 피'라고 생각한다.
출처 http://www.amazonwatch.org
Nana Akuoko Sarpong은 이 저주를 지난 28년 동안 경험해 왔다.

“다국적 기업은 지난 50년 동안 기업활동을 하면서, 우리의 목재 자원을 체계적으로 약탈해 갔다”고 가나의 고대 아샨티 왕국(Kingdom of Ashanti)의 원주민 대표 Sarpong은 말한다.

“그들은 다 자라는데 200년이나 걸리는 열대 우림을 자기들이 사는 유럽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 전기톱으로 베어내고 있다.”

아프리카 열대우림 파괴와 그것이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은 학술회의가 열릴 때마다 늘 주제가 되어 왔지만, “그들의 활동을 막으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더 이상 국제 사회는 원주민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원주민들을 위한 자금을 조성해서 자신들을 위한 자원을 살려낼 수 있는 의무를 떠맡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어머니인 땅은 인류를 위해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요청”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 초, 세계은행(WB)은 원주민을 위한 보조금(Grants Facility for Indigeous Peoples)이라는 명목으로 70만 달러짜리 기금을 마련했다. 세계은행은 이 기금으로 원주민 지역 개발을 위해 영구 포럼에서 추천된 각 프로젝트에 최대 5만 달러까지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금에 대해 인도 동북부의 메이테이족 대표이며 '조직과 연구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Roy Laifungbam은 “아주 재미있는 농담”이라면서, “그 돈은 세계은행 관리 중 많은 이가 매년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더 적다”고 밝혔다.

Tauli는 “세계은행은 원주민 공동체와 그들의 환경을 파괴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기업에게 빌려줘 왔다”면서, 세계은행은 원주민 공동체를 황폐화시킨 것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그녀는 “우리들의 요구를 그까짓 몇 푼 안되는 보조금과 맞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관리들도 보조금 액수가 불충분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세계은행 산하 <경제적이고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 네트워크>의 Ian Johnson 부회장은 “이 돈이 큰 돈은 아니지만, 원주민과 세계은행과의 유대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과 함께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전세계에서 천 5백명이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 포화를 맞고 있다.

수많은 원주민 대표들은 자신들의 생활양식이 사라져 버린 것을 포함하여 세계무역기구의 협정이 자신들에게 끼친 해악을 열거하면서, 세계무역기구는 자신들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하와이에서 온 한 원주민 대표는 “우리들의 지식 체계를 지원하고, 우리들의 지적 재산권이 해적질 당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이 포럼의 목적이어야 한다”면서, “생명공학 기업이든 제약회사든 원주민들의 허락 없이 실시하는 어떠한 조사도 해적질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5백개에 달하는 원주민 집단의 대표들을 위한 기구인 이 포럼은 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 포럼은 단지 '유엔 경제 사회 이사회(U.N. Economic and Social Council)'의 자문 기관일 뿐이다.

정부가 지명한 8명과 원주민들이 직접 뽑은 8명으로 구성된 모두 16명의 대표들이 작년에 역사적인 첫 번째 모임을 가진 뒤, 포럼은 우선적으로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 상시적인 사무소를 설치할 것과 자금을 제공할 것을 유엔에 요구했다.

대표들은 두 가지 요구사항 모두 관철시켜, 일부 옵저버들로부터 대단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우림 지역 사람들을 위한 계획'의 Marcus Colchester 회장은 “(포럼의) 가능성 면에서 볼 때 상당히 긴장되는 순간”이라면서도, “포럼에 모여 떠드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견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지역의 이네족 대표인 Sebastiao Manchineri는 원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각국 정부가 자국 영토를 보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땅과 권리를 빼앗기면, 개발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Haider Rizvi / 번역 김지연)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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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24 [13: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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